‘바잡송’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바퀴벌레를 잡아주는 송이’의 준말인 ‘바잡송’은 바퀴를 처치하지 못해 곤란한 학우를 찾아가 도움을 건넨다. 학우끼리 서로 바퀴를 잡아주는 것은 본교만의 고유한 문화다. 바잡송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한나(한국어문 20) 학우는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요령을 설명했다. 학우들을 괴롭히는 바퀴벌레는 어디에서 왔을까. 본지 기자단은 청파동 바퀴벌레의 근본을 찾아 나섰다. 
 

▲본교 인근 청파로47가길 19-15번지의 공사 현장이다.
▲본교 인근 청파로47가길 19-15번지의 공사 현장이다.

청파동엔 어떻게 오셨나요 
본교가 위치한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은 바퀴벌레가 많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1일(수)부터 9월 2일(금)까지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에 게시된 청파동 내에서 바퀴벌레를 목격했단 글은 42건에 달했다. 본교 명재관에 거주하고 있는 권지우(약학 22) 학우는 “학교 앞 상가, 청파동 주민센터 인근, 명재관 근처 골목 등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고 얘기했다. 청파동 인근에서 16년 이상 공인중개사로 활동한 이욱진 ‘다인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청파동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지어진 목조주택 때문에 옛날부터 바퀴벌레가 많았다”며 “바퀴벌레가 싫어 청파동이 아닌 공덕동에 집을 구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본교 근처 청파로45길과 47길엔 음식점이 다수 입점해있어 바퀴벌레가 빠르게 번식할 수 있다. 해당 거리에 위치한 총 352개의 가게 중 음식점은 204개로 전체 가게의 약 60%를 차지한다. 음식점은 습기가 잘 마르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가 발생해 잡식성인 바퀴에게 최적의 서식지다. 김태우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은 “바퀴벌레는 음식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생존할 수 있다”며 “음식점은 습도와 온도가 일정해 바퀴가 좋아하는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좁은 틈새에 눌리길 좋아하는 습성도 바퀴가 음식점을 선호하는 이유다.

방치된 공사장도 청파동 내 바퀴벌레 출몰의 원인이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청파동2가에 대한 ‘주택 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계획을 밝히며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청파동 일대에 신축 빌라가 지어지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흙 속에 있던 바퀴벌레가 지상으로 나오며 바퀴 알이 퍼지기도 한다. 지난 2018년 서울시 광진구에선 주민이 퍼온 흙에 살던 바퀴벌레가 주택가에 확산되기도 했다. 공사장의 시멘트 조각, 나무판자와 같은 폐기물은 바퀴의 좋은 먹이다. 김 연구관은 “공사장은 비교적 위생 관리가 잘 되지 않아 해충이 증가하기 쉽다”고 말했다.

청파동에선 다양한 종류의 바퀴벌레가 발견되고 있다. 주로 ‘먹바퀴’ ‘이질바퀴’ ‘독일바퀴’ ‘집바퀴’ 등이다. 먹바퀴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지하실이나 하수관 틈에서 발견된다. 이질바퀴는 움직임이 빠르고 날아다니는 특성을 지녔다. 이들은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비교적 작고 집 안에서 발견됐다면 주로 부엌과 화장실에 서식하는 ‘독일바퀴’일 가능성이 크다. 집바퀴는 집안이나 나무껍질에 무리 지어 서식한다. 바퀴들은 공통적으로 매년 6월에서 10월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본교 중앙도서관 휴게공간인 ‘휴’에 비치된 쓰레기통 내부의 모습이다.
▲본교 중앙도서관 휴게공간인 ‘휴’에 비치된 쓰레기통 내부의 모습이다.

캠퍼스에 출몰한 바퀴, 외부 유입과 위생이 문제
본교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단 학우들의 목격담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바퀴벌레 목격 장소로 주로 지목된 곳은 본교 제2창학캠퍼스 백주년기념관과 중앙도서관이다. 강혜원(서양화 18) 학우는 “백주년기념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퀴를 자주 봤다”고 얘기했다. 양하연(경제 19) 본교 중앙도서관 소속 리더십그룹 ‘스마티어(Smarteer)’ 단장은 “지난 6월 중앙도서관 5층 휴게공간인 ‘휴’와 6층 열람실에서 바퀴를 3번 목격했다”고 말했다. 본교 중앙도서관 게시판과 숙명 1·3·7 게시판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교내에서 바퀴벌레를 목격했단 민원이 5건 접수됐다. 지난 6월 본교 시설종합관리센터엔 진리관과 순헌관에서 바퀴벌레를 봤단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본교에서 발견되는 바퀴벌레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본교 시설종합관리센터에 따르면 본교 시설에서 발견되는 바퀴의 90% 이상이 시설 출입구와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본교 건물 주위엔 수목과 화단이 조성돼있어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다. 바퀴가 자주 발견되는 본교 중앙도서관 5층엔 야외정원인 ‘생각마루’가 위치해 출입구로 벌레가 쉽게 들어올 수 있다. 방희원(중어중문 21) 학우는 “밤늦게 도서관 앞 화단에서 바퀴벌레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본교 휴게공간의 위생 상태가 미흡해 바퀴벌레가 발생하기도 한다. 본교 중앙도서관 5층에 휴게공간인 ‘휴’가 지난 6월부터 재개방되며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졌다. 이에 음식물 쓰레기가 다량으로 발생해 바퀴 증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본교 조성경 학술정보운영팀 팀장은 “휴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생기고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해당 문제가 바퀴 출몰로 이어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본교 이기석 시설종합관리센터 팀장은 “휴로 인해 중앙도서관에 바퀴 출몰이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교 제2창학캠퍼스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발견된 바퀴벌레다.
▲본교 제2창학캠퍼스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발견된 바퀴벌레다.

바퀴와의 이별을 고하다
본교에선 제1캠퍼스 8곳, 제2창학캠퍼스 10곳, 부속건물 10곳, 경비초소 5곳 총 33곳을 대상으로 매달 해충 방제 작업이 이뤄진다. 작업이 이뤄지는 주요 건물은 제1캠퍼스 순헌관, 명신관, 제2창학캠퍼스 중앙도서관, 과학관 등이다. 본교 시설종합관리센터는 정기방제 작업 이외에도 벌레 신고가 접수될 시 비정기적으로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교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한 학우들은 시설종합관리센터 통합운영실(02-710-9235, 9236)로 출몰 위치를 신고할 수 있다. 지난 6월 7일(화), 8일(수)엔 중앙도서관에 바퀴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추가 방제 작업이 실시되기도 했다. 숙명 1·3·7 게시판에 민원을 제기했던 양 단장은 “방제 요청 후엔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교는 추가적인 바퀴벌레 방제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본교 건물 외벽 틈새를 보수해 바퀴 유입 가능성을 차단할 예정이다. 추후 교내 수목과 음식물쓰레기 저장소에도 방제를 실시한다. 방 학우는 “학우들이 벌레를 직접 잡을 수 있도록 건물 각 층에 해충 약품이 비치되면 좋겠다”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학우들이 제기한 민원의 처리 과정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바퀴벌레를 만나지 않으려면 개인의 세심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거주지에서 바퀴를 발견했다면 더 번식하기 전에 ‘끈끈이’나 ‘독 먹이 트랩’을 이용해 빠르게 퇴치해야 한다. 이때 바퀴의 알집은 얇은 막이 있어 터뜨려 제거해야 한다. 벌레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현관문과 창문 틈은 여닫을 때 주의한다. 하수관, 배수관은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므로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택배 박스는 집에 쌓아두지 말고 바로 버리는 것이 좋다. 김 연구관은 “바퀴는 이웃집까지 옮겨 다니며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며 “완전한 바퀴 박멸을 위해선 옆집과 합동해 방제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공동 방제를 권장했다.


‘지구가 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는 농담이 있다. 이 농담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인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을 실감하게 한다. 본교 2학기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며 학우들은 불청객 바퀴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학우들이 교내에서 바퀴와 마주하지 않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해답은 철저한 방제 작업과 꾸준한 위생 관리다. 바퀴벌레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캠퍼스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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