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 8일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린 비는 화려한 껍질 속에 숨어있던 서울의 민낯을 드러냈다. 하수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오물이 역류했다. 맨홀 뚜껑이 솟아오르고 수백 대의 자동차가 도로에 버려지기도 했다. 지하철역에도 물이 들어차 여러 구간에서 운행이 중지됐다. 저지대 지역에선 주민들이 다 같이 골목을 가득 채운 물을 빼내는 웃지 못할 풍경도 펼쳐졌다. 이번 침수 피해로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선 일가족이 사망했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지난 1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68개의 단체가 모인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기자회견에 내건 슬로건이다. 취약계층은 금전적 여유가 부족해 안전한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폭우와 같은 이상 기후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약자를 위한 복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침수 피해 이후 10년에서 20년 동안 순차적으로 주거용 반지하 건축물을 없애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대, 이주비 지원 등의 추가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통계청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은 총 20만 849가구로 서울시가 공급하는 연평균 약 2만 가구에 비해 매우 많다. 지상층 이주민에게 매월 지급되는 20만원의 지원금도 월세를 내기엔 부족한 액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분석한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이하 빗물터널) 건축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빗물터널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빗물터널은 폭우 시 빗물을 저장했다가 하천으로 흘려보낼 수 있도록 지하에 설치된 하수 시설이다. 그러나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로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만 설치됐다.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는 매년 반복되는 장마철 태풍과 폭우 피해를 예상하고 하수 시설 보강에 힘써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번 피해를 다방면으로 분석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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