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사진제공=민음사
<사진제공=민음사>

 

책 「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하나의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한 조건을 이야기한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는 여성의 자립을 위해 경제적⋅정신적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별에 대한 논의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하나의 진실을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영국의 가부장제로 인해 양성 간 차이가 발생하던 20세기, 여성에겐 ‘최소한의 생활비’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단 사실을 역설한다.

과거엔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종족 등 다양한 차별이 존재했다.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선 흑인을 향한 차별이 심각했다. 미국 최초의 정치 사건은 인종 차별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회의나 정당을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다. 여성주의 작가 ‘케이트 밀레트(Kate Millet)’가 사용한 용어다. 한 무리의 인간이 다른 무리의 인간을 지배하는 권력관계를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을 신체적⋅사회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분류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출생에 따라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관계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인종은 출생에 의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인종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 흑인은 백인과 분리돼 생활하고 투표권도 인정받지 못했다. 현대에 들어 이처럼 명백한 차별은 분명 없어졌다. 그러나 과거부터 암묵적으로 이행돼 온 체계와 문화가 완벽히 바뀌는 건 쉽지 않다. 인종차별 역시 의도적이라기보단 기존 체계와 문화가 반영된 산물이다.
 
앞의 예시를 양성 관계에 적용해보자. 과거엔 여성이 가부장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성차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제야 사회는 출생에 따른 차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쳐나갔다.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동안 거의 검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의식은 정보화시대에 빠르게 퍼져나가 사람들에게 생각할 실마리를 줬다. 미국의 인종갈등과 같은 문제는 이러한 실마리를 통해 천천히 변화해나가야 한다. 

여성이 주체로 서기 위해 제시된 ‘돈’과 ‘방’ 두 조건은 오늘날에도 적용될까. 제도적 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에 이 책은 어떤 의미로 읽힐 것인가. 책이 쓰인 시대와 비교해 현대에 들어 제도적 발전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체제의 영향이 남아있다. 우린 끊임없이 성별에 대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다. 우린 그 가운데서 '나'라는 주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별해야 한다. 제시된 실마리를 제도로 정착시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현대판 '자기만의 방'이 아닐까.

경영 22 심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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