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수도권 공화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도권 공화국은 수도권에 인구, 일자리, 사회기반시설 등이 집중돼 있단 뜻이다. 지난달 2일(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가 거주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기반시설이 발달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본교 박종수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 및 사회기반시설의 지역 간 불균형은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과 발전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지방은 소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소멸을 막고 대한민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소멸, 그 원인을 추적하다
지방 소멸 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고용노동원이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집계됐다. 소멸위험지역이란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의미한다. 직전 조사인 2020년엔 소멸위험지역이 102곳이었지만 올해 경상남도 통영군, 충청북도 충주시 등 11곳이 추가됐다. 일자리, 의료,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수도권과의 불균형은 지방 소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비수도권의 부족한 일자리는 청년 인구 유출의 원인이 돼 지방 소멸을 유발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일(화)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86.9%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었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지난 2020년 대구경북연구원은 전국 8개 광역시·도 청년 5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왜 지방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절반이 넘는 52.9%가 일자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년 인구의 이동은 지역 전체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역이 거둬들이는 세금은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지역의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의 전반적인 사회기반시설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의료격차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강화한다. 비수도권의 의료서비스는 수도권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지난 7월 14일(목) 발표된 ‘보건 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병원 의사 수는 전국 평균 119명이었다. 그러나 보령군, 당진시, 서산시 등 10개 비수도권 진료권에선 10만명 당 의사가 5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에 비해 미흡한 의료서비스는 사람들이 비수도권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충남도민 2만8399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과 주관적 의식 등을 조사한 결과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6.43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의료시설 및 서비스 개선 요구사항으로는 ‘의료 전문성 부족’ ‘시설·장비 부족’ ‘먼 거리’ 등이 있었다. 황종남 원광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인력이 부족해 필수 의료서비스가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지역 간 사망률에서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시설은 거주민이 비수도권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2021년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체 영화관의 48.2%, 전체 도서관의 42.1%, 전체 박물관의 35.8%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전국 문화기반시설의 1/3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이다. 본교에 진학하며 서울로 거처를 옮긴 정서린(정치외교 22) 학우는 “비수도권에 거주할 때 연극이나 전시회를 보려면 서울까지 방문해야 했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을 위한 시도, 혁신도시와 기회발전특구
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균형정책을 시행해 왔다. 지난 2005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옮겼다. 서울·경기지역 소재의 공공기관 345곳 중 국민연금공단, 한국식품연구원 등 153곳이 비수도권으로 이동됐다. 공공기관이 이전된 지방 거점지역엔 ‘혁신도시’가 조성됐다.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갖춘 혁신도시는 수도권 사람들을 혁신도시로 유인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수도권 인구 분산에 효과적이었다. 지난 2020년 8월 5일(수)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15년의 성과평가와 미래발전 전략’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유출된 인구보다 혁신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더 많았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전입한 인구 수에서 수도권으로 전출한 인구를 뺀 순이동 인구는 지난 2013년 786명, 2014년 7454명, 2015년 1만909명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나주혁신도시는 우정사업정보센터,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6곳의 이전을 수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만 나주 혁신도시에 이전한 14개 기관의 인원 7999명이 해당 도시로 거주지를 변경했다.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에 지역균형발전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로 구체화했다. 지난 4월 27일(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는 ‘기회발전특구’의 지정기준을 변경했다. 기회발전특구란 기업의 지방투자 및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혜택 및 규제특례가 제공되는 지역이다. 해당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지방이 주도적으로 특구의 위치와 특화산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은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해당 특구를 기반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올해부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신설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기금을 통해 인구, 재정력 등이 낙후된 지방자치단체에 10년간 매년 1조원씩을 지원한다.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의 재원이 배분된다. 제천시, 단양군은 지난달 지방소멸 대응기금 투자계획을 제출했다. 본교 박종수 행정학과 교수는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은 많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며 “지방소멸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기금을 지원하는 지역 및 기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답은 정착 가능한 환경 구축”
혁신도시는 ‘원도심 공동화’를 유발한단 한계점이 존재한다. 원도심 공동화는 새롭게 조성된 도시가 주변 인구를 흡수해 주변 지역을 쇠퇴하게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전국 혁신도시 전출 전입현황’에 따르면 전주 혁신도시로 전입한 전체 인구 중 86.83%가 전북도민과 전주시 지역민이었다. 전주 혁신도시가 주변 지역의 인구 및 전주의 기존 도심의 인구를 흡수한 것이다.

지역민이 정착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선 비수도권에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돼야 한다. 지난 6월 7일(화) 대한상공회의소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비수도권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9.8%가 ‘생활·문화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해서’라고 답했다. 의료·문화 등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이 갖춰져야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지방 소멸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압축’이란 개념도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18일(월) 국토교통부 장관은 균형발전의 대안으로 공간의 ‘압축과 연결’을 언급했다. 이는 도시의 질적 발전에 초점을 맞춘 ‘압축도시’와 연관된다. 압축도시는 중심부 한곳에 주거 및 상업기능을 압축해 인구를 집약한 도시의 한 형태다. 해당 도시를 건설하면 지역 상권을 부흥하고 공동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압축도시는 지역 스스로가 소멸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며 “계속해서 도시를 압축할 수 없단 한계 또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헌법 제123조 제2항엔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국가가 지역 간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해야 한단 것을 상징한다. 정서린(정치외교 22)학우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참고문헌
마강래, 「지방도시 살생부」, 개마고원, 2017
김태환, 민성희, 김은란, 서연미. (2020). 혁신도시 15년의 성과 평가와 미래발전 전략.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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