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Bad Fathers)’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배드파더스란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다. 양육비 지급을 약속했지만 그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엄연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배드파더스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을 고발하고자 개설됐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양육비 미지급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 이행법)’을 신설했다. 해당 법률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지급 이행을 돕는다. 법률이 시행되자 해당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 배드파더스는 지난해 10월 사이트를 폐쇄했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법은 배드파더스와 달리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파급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사이트를 개편해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로 활동을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양육비 선지급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육비 선지급제란 국가가 한부모 가족에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해당 비용을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게 청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110대 국정 과제엔 해당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정책이 빠졌다는 건 사실상 공약 파기나 다름없다’며 ‘앞으로도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 공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필자는 정치인들이 정책 시행을 약속했다가 파기하는 행위를 수없이 목도해왔다. 정책과 제도는 정부의 이미지 회복을 돕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란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치인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도라면 이해관계를 차치하고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항의 때문에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에서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로 두 번이나 이름을 바꿔야 했다. 그러나 진짜 바뀌어야 하는 건 사이트의 이름이 아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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