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일침]

지난 숙대신보 제1412호의 창학 116주년 기념 화보에선 깊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순헌관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숙명의 건재함을 드러내고자 한 기획 의도는 전달됐다. 그러나 ‘숙명이 지나온 116번의 계절’을 117번의 계절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독자가 창학의 의미를 넘어 116주년의 의미를 고민해볼 수 있는 화보였으면 좋겠다.

4, 5면에 위치한 창학 특집 기사는 기자단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였다. ‘2022 본교 슬로건 어워즈’ 기사는 숙명인의 자부심인 교내 슬로건의 창작 배경과 의도를 소개한다. 설문 항목의 포괄성과 상호배타성이 떨어지므로 설문 결과를 완벽히 신뢰할 순 없다. 그러나 이어지는 5면에서 본교 슬로건을 활용한 컷과 함께 도입 문단이 등장한다. 기자단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두 개의 독립된 기사를 자연스럽게 연결 지었다. 

대면수업이 재개되고 필자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기사의 생동감이다. 법과대학 B교수 강의안 논란 후속 보도가 등장하는 3면에선 그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선 보도 이후 교내의 변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가의 의견, 본지의 입장이 골고루 드러난다.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위해 발로 뛰고 머리를 맞댔을 기자단의 노력이 여실히 그려진다. 학내 언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기사였다. 

그러나 2면의 경우 행사 소개, 수상 소식 등 다소 건조한 기사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기사의 절반 이상이 숙대신보에서 다뤄야 할 당위성이 떨어진다. 지면을 위한 기자단의 노력이 균형 있게 투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교내 소식을 현실감 있게 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기사 하나의 완성도를 넘어 신문 전체의 완성도를 고민하길 바란다. 

기자에게 기사는 목적이자 결과이며 최종 생산물이다. 그러나 기사는 기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시작된다.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기사를 써야 하는 이유다. 기자가 들인 노력과 정성이 기사의 영향력을 보장할 순 없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사 완성이 기사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지난날 필자의 모습을 반성하며 후배 기자단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덧붙인다. 이제 필자는 후배 기자들이 애쓰는 모든 순간에 함께하지 않는다. 후배 기자들의 노력이 훗날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상받길 멀리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독자위원 한채연 퇴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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