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인터뷰 중 취재원이 기사에 실리지 않길 원할 때 하는 말이다. 대개 오프 더 레코드를 위친 뒤 나오는 말은 사건의 신뢰도를 높이는 내용 또는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에 해당한다. 기자로부터 기사에 싣지 않는단 확인을 받아낸 취재원은 녹음기에 담길까 우려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기자의 이해도는 높아지고 추가 취재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문제점은 가끔 오프 더 레코드가 ‘오프 더 에티켓(Off the Etiquette)’으로 변한단 점이다. 오프 더 레코드를 외친 일부 취재원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뱉는다. 일부 취재원에겐 학생이나 기자로서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은 기자의 두 귀를 의심케 한다. 

필자는 며칠 전 오프 더 레코드의 한글 표현인 ‘비보도 조건’을 처음 접했다. 친숙한 영어 표현과 달리 ‘조건’이란 표현은 낯설고 차갑게 다가왔다. 조건이란 단어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연상시키며 기자의 재량권을 축소한다. 오프 더 레코드란 표현이 녹음기를 잠시 중단한 뒤 조금 더 친근한 어투로 속마음을 꺼내는 느낌이라면 비보도 조건은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리고 여지없이 취재원은 기사에 실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인터뷰에 있어 취재원은 갑이고 기자는 을이다. 취재원이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하면 기사에 아무런 정보도 실을 수 없는 것이 기자다. 비보도 조건을 외친 뒤 자유롭게 발언하는 취재원을 앞에 두고 기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사에 싣지 말라 요구했으니 메모해서도 안 된다. 예민한 이야기인 만큼 고개를 더 열심히 끄덕이며 취재원의 마음에 공감해야 한다. 

‘인터뷰이의 의도 왜곡과 기사의 정확도를 위해 녹음을 진행하고 기사 발간 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지 기자단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녹음은 인터뷰의 기본이며, 기사의 신뢰도를 보장한다. 취재원 열에 아홉은 흔쾌히 이에 응하지만 일부는 이를 거부하며 비보도 조건의 인터뷰를 요구한다. 그리고 에티켓을 잠시 내려놓는다. 녹음은 단순히 취재원의 말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녹음기가 작동되고 기자가 펜을 들 때 취재원은 비로소 에티켓을 갖추고 본인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기사에 실을 수 있는 말을 한다. 어쩌면 녹음은 기자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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