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법을 일상 속으로’ *리걸테크(Legal-Tech) 기업 ‘화난사람들’을 대표하는 문구다. 최초롱 대표가 지난 2018년 8월 설립한 온라인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공동소송 위주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상 속 법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복잡한 법 문제가 쉽게 공론화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화난사람들 홈페이지에선 이루다AI 개인정보 유출 사건, 동물 유튜버의 후원금 사기 사건 등의 소송이 진행됐다. 최 대표와 화난사람들이 어떻게 소송을 돕고 있는지 그 행보를 따라가 보자.

 

대표 최초롱과 ‘화난사람들’의 탄생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는 화난사람들을 설립하기 전부터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의 보상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최 대표는 지난 2005년 고려대 법대에 입학해 법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제55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지난 201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그는 2년간 서울고등법원의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재판 과정을 도왔다. 줄곧 법조인으로 생활하던 최 대표는 피해자들이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고 있단 점을 깨달았다. 그는 “법조인 생활을 하며 느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며 창업을 준비했어요”라고 얘기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18년 화난사람들을 설립했다. 

최 대표가 만든 화난사람들에서 회원들은 법적 피해를 공유하고 공동소송 진행에 도움을 얻는다. 화난사람들의 이용자는 일반인 회원과 변호사 회원으로 나뉜다. 화난사람들의 홈페이지엔 ▶일단검색 ▶일단알려 ▶일단모여 ▶프로젝트 ▶특별기획 등의 게시판이 있다. 일단알려 게시판에선 일반 회원의 피해 사례가 공유되며 일단모여 게시판에선 유사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이게 된다. 회원들은 SNS의 ‘좋아요’와 비슷한 기능인 ‘화나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100개 이상의 화나요를 받은 사건은 화난사람들의 변호사 회원이 받는 뉴스레터에 소개된다. 이후 변호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 관련된 사건을 분석해 소송을 기획한다. 화난사람들은 변호사의 사무 처리 과정도 개편했다. 최 대표는 소송에 필요한 문서 양식을 간소화해 변호사가 하나의 서류로 공동소송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수많은 의뢰인의 이름과 소송 내용을 따로 입력해야 하는 기존 방식을 개선했다.

변호사가 직접 기획하는 공동소송 서비스를 제공한단 점은 화난사람들만의 특징이다. 최 대표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공동소송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수의 피해자가 보상받기 위해선 한 변호사가 여러 의뢰인을 담당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회원으로 활동 중인 변호사 외에도 유사한 사건을 맡은 외부 변호사를 섭외해 소송 진행을 돕는다. 그는 “변호사들은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맡기 부담스러워해요”라며 “이런 변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소송 서비스를 기획했죠”라고 말했다. 

화난사람들이 안정된 법률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난사람들을 창업했다. 그가 창업 초반 겪은 어려움은 투자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막연한 계획으론 자기 자신도 설득하기 어려워요”라며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선 수익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했죠”라고 말했다. 변호사 회원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변호사들에게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소송이 성사되는 새로운 체계를 설득시켜야 했다. 그는 변호사 모집 과정을 창업 초반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의의 저울에 오른 사건들
화난사람들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모아 사건을 공론화하는 신문고 역할을 한다. 화난사람들을 통해 진행된 ‘5G 손해배상 소송’은 1만개가 넘는 화나요를 받으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최 대표는 “통신사의 5G 광고와 실제 성능이 달라 사람들이 이를 사기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수많은 화나요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진행된 ‘리조트투자사기 형사고소’에선 화난사람들 소속 변호사 회원들이 역량을 발휘했다. 변호사 회원들은 일단알려 게시판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며 사기 범죄 사실을 밝혀낸 뒤 피해자들과 소통하며 사건의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한단 사실도 밝혀냈다. 최 대표는 “리조트투자사기 형사고소 프로젝트를 통해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인지할 수 있었어요”라며 “변호사 회원들의 노력으로 더 큰 금전적 피해도 막았죠”라고 얘기했다. 해당 소송이 시작된 후 검색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늦게나마 소송에 참여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

화난사람들의 ‘특별기획’ 활동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높인다. 특별기획을 통해선 탄원이나 캠페인과 같은 형태로 사건이 공론화된다. 지난해 4월엔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 엄벌 릴레이 탄원’ 활동이 이뤄졌다. 해당 활동은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중의 꾸준한 관심을 위해 실시됐다. 또한 화난사람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보복성 불법촬영물 유포자 엄벌 탄원’을 실시하며 법 개정 전의 범죄에 대한 관심과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은 형사상의 범죄로 인정될 순 없었지만 민사소송은 진행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형사소송이 어려울 땐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도 피해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죠”라며 탄원 진행 이유를 설명했다.

‘꼭 필요한 서비스’인 화난사람들의 동력은 회원들의 끊임없는 관심이다. 화난사람들은 일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평가도 진행했다. 만족도 평가에 관해 그는 “2000건이 넘는 답변과 ‘꼭 필요한 서비스’란 평가가 화난사람들을 운영하는 데 큰 동력이 됐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소송 플랫폼의 필요성을 자주 느꼈다고 얘기했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법무법인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공동소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에 화난사람들은 변호사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소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 대표는 ‘차량 허위 광고 소송’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해당 소송은 배출가스 경감에 대한 특정 자동차 회사의 과대광고로 시작됐다. 그는 해당 기업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흡한 수준으로 피해를 배상하고 있단 점을 지적했다. 이어 최 대표는 기업들의 행태가 바뀌기 위해선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 중인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의 모습이다.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 중인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의 모습이다.

 

火를 모아 花를 피우다
최 대표는 타 여성 대표와 교류하며 여성 창업가 성장에 힘쓰고 있다. 화난사람들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투자사 ‘소풍벤처스’에게 초기 투자를 받았다. 지난 2017년 소풍벤처스는 투자를 결정한 네 개의 기업 중 여성 대표나 경영진을 둔 기업이 한 곳도 없단 사실을 발견한 후 소풍벤처스는 여성 창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해당 기업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타 여성 대표들과 기업 운영상의 문제를 공유하며 조언을 얻기도 한다.

최 대표와 화난사람들은 용기 있고 정당한 활동으로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다. 최 대표는 화난사람들을 ‘사람들을 연결해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로 정의한다. 이어 그는 “많은 법조인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기업을 운영할 땐 위험을 감수하고 여러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가장 필요해요”라고 소개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에 관한 글귀를 매일 되새긴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대중의 법 이해도가 높아지길 희망한다. 화난사람들에선 여러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하기 때문에 소송 비용이 낮아지고 증거가 많아진다. 그는 “화난사람들을 통해 진행되는 공동소송에선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져요”라며 더 많은 사람이 화난사람들을 이용하길 희망했다. 최 대표는 ‘화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위해선 법조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 조항을 자세히 설명하는 긴 판결문이 대중의 법 이해도를 높인단 점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대중의 사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일수록 판결문의 길이는 늘어나요”라며 “대중이 사법 절차와 법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법조인들이 노력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최초롱 대표와 화난사람들은 변호사와 피해자의 연결고리가 됐다. 최 대표는 법과 사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법은 사회적 행동의 근거와 기준이 되는 중요한 존재예요”라며 “이 과정에서 법조인은 법을 해석해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큰 역할을 하죠”라고 말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세상을 위해 화난사람들은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평소 법이 어렵게 느껴졌더라도 화난사람들의 홈페이지에 들러 관심 가는 사건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우리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움직일 때 비로소 ‘화난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 도달할 것이다.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를 뜻함.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