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죄를 지은 당신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신체형을 통해 죗값을 치르는 형벌이고, 다른 하나는 감옥에 일정 기간 갇히는 형벌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신체형의 종류와 수감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수감형을 택할 것이다. 사람의 신체에 고통을 주는 고문은 야만스럽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여겨진다. 반면 수감형은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는 행위라 인식된다.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신체형이 사라졌다. 그 결과 비교적 폐쇄적인 수감형이 주 처벌방식이 됐다. 우린 현대 사회의 처벌이 인도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감형이 정말로 인도적일까.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한 영혼이 인간 속에 들어가 살면서 인간을 생존하게 만든다’며 ‘처벌이란 권력이 신체에 행사하는 지배력이다’고 주장했다. 즉 정신적 교화가 목적인 수감형도 신체에 가하는 처벌의 한 종류인 것이다. 수감형이 왜 신체형이고 감옥과 권력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근대에 이르러 권력층은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감옥을 만들었다. 감옥은 ‘자아를 가진 개인적 주체의 개체화’에 안성맞춤이다. 감옥은 규율을 통해 수감자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학교, 공장, 군대에서도 감옥과 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받는다. 정신에 각인된 규율은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꾼다. 신체형 없이도 사람들의 몸을 길들일 수 있다.

「감시와 처벌」을 관통하는 내용 중 하나는 권력과 지식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이다. 미셸 푸코는 처벌 방식이 변한 이유가 단지 인권의식이 향상됐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현대사회에서 ‘자유로운 주체’로 살기 위해 우리는 감옥이 군중을 보다 잘 통제하는 권력층의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군중이 개체의 삶을 살길 원하며 사회의 규율을 지키길 바란다. 규율 아래 사회는 언제나 사람들을 감시하며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찍는다.

디지털 사회에서 양질의 정보는 권력이다. 개인은 편의를 위해 정보를 팔고 기업은 정보를 통해 권력을 얻는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포스터(Mark Poster)는 이를 ‘슈퍼 파놉티콘(Super Panopticon)’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권력을 얻는 동시에 감시당한다. 정부와 기업은 스마트폰과 카드 명세서를 통해 우리의 발걸음을 추적한다. 자유로운 우리는 사실 일상의 감옥 속에 살고 있다.

미셸 푸코는 ‘규범 중심적인 권력은 엄격한 평등성의 체제 안에서 쉽게 가동한다’고 주장했다. 모두 자유로워 보이는 현대 사회는 권력층이 만든 규율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순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개인정보 동의서를 진지하게 읽어본 적 있는지 떠올려보자. 필요한 상품을 적시에 추천해주는 쇼핑 서비스를 의심한 적 있는가. 혹은 사회의 주류가 아닌 사람을 힐난의 눈초리로 바라본 적 있는가. 

개개인은 사회의 양면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에 정보가 새고 있단 것을 기억하자. 또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감시사회 말고 따뜻한 훈육사회가 되길 바라는 미셸 푸코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 타인을 감시하고 구분 짓지 말고 따뜻하게 보듬자. 자유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문헌정보 22 김가은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