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월) 본지는 숙대신보 제1411호 ‘2018년에 이어 다시 제기된 ‘*A교수 강의안 논란’...“해상도 낮아 확인 못해”’기사를 통해 본교 법과대학 B교수 강의안 논란을 다뤘다. 이후 본교엔 학우들의 움직임이 드러났으며 B교수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학우들과 B교수, 법학 전문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는 익명을 요구한 학우들의 신원 확인을 마친 후 다음과 같이 표기했다. 

 

공론화TF, 학생 연대를 이끌다

▲ 본교 법과대학 B교수 연구실 앞에 공론화TF가 부착한 대자보 및 숙대신보 기사의 모습이다.
▲ 본교 법과대학 B교수 연구실 앞에 공론화TF가 부착한 대자보 및 숙대신보 기사의 모습이다.

지난 4일(수) 본교 법과대학 B교수가 담당한 강의명을 딴 공론화TF가 구성됐다. B교수의 강의안 내용이 불편하다고 느낀 학우들은 해당 TF를 결성해 대자보 부착, 포스트잇 운동 등 공론화 연대를 이끌고 있다. 공론화TF 소속 A학우는 “처음엔 혼자만 불쾌감을 느꼈을까봐 걱정했다”면서도 “수업이 진행될수록 강의안에 명백한 잘못이 있단 걸 느꼈다”고 얘기했다. 해당 TF 소속 B학우는 “지난 2018년 당시 수업을 수강할 때도 B교수의 강의안에 문제가 제기됐다”며 “지난 4년 동안 변화를 기대했지만,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공론화TF가 지난 17일(화) 본교 법과대학 교수진 연구실 문 앞에 부착한 대자보의 모습이다.
▲ 공론화TF가 지난 17일(화) 본교 법과대학 교수진 연구실 문 앞에 부착한 대자보의 모습이다.

익명으로 제기된 논란에 공론화TF를 결성하는 건 과민하단 주장도 존재한다. B교수 관련 최초 문제 제기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에서 익명으로 이뤄졌다. B교수의 관계자는 “익명으로 제기됐기에 신뢰할 수 없으며 공식적으로 신고가 접수되기 전엔 소문에 불과하다”고 본지 인터뷰에서 말했다.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과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이수한 김지연(홍보광고 16) 학우는 “익명으로 제기된 문제는 신뢰할 수 없단 사고 자체가 권위적이다”며 “피해자의 신고 방식이 아닌 가해자의 가해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교 제1캠퍼스 명신관 앞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엔 학우들의 연대가 이어졌다. 지난 17일(화) 부착된 대자보의 제목은 ‘“교수님, 누굴 위한 강의안인가요?”’로 B교수 및 본부의 무응답이 게시 이유였다. 포스트잇 연대에 참여한 성수아(미디어 19) 학우는 “강의안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학우들의 연대를 촉구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게시했다”며 “적절한 징계가 이뤄지고 학우들이 학습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공론화TF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 지난 17일(화) 공론화TF가 본교 법과대학 B교수의 강의안 논란에 대해 작성 및 게시한 대자보로 학우들의 포스트잇 연대가 드러난다.
▲ 지난 17일(화) 공론화TF가 본교 법과대학 B교수의 강의안 논란에 대해 작성 및 게시한 대자보로 학우들의 포스트잇 연대가 드러난다.

법대의 모 교수는 연구실 앞 대자보를 부착하는 학우들에게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론화TF는 본교 법대 소속 교수진의 연구실 문 앞에도 대자보를 부착했다. 이를 목격한 법대의 모 교수는 ‘약 10년 동안 본교에서 일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며 ‘이런 시위는 무례하고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학우는 ‘시위는 원래 불편한 것이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대답했다. 김 학우는 “본교 교수진이 우리의 행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건강한 수업 환경을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론화TF는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공론화TF는 대자보를 통해 ▶본 사건에 대한 피해실태조사 ▶징계위원회 개최 ▶수업평가 시 ‘강의안 부적절성 평가 항목’ 신설을 요구했다. A학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교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일에 언제든지 크게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며 “학우들의 주장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학우들 앞에 놓인 사과문
B교수는 지난 18일(수) 논란이 된 강의안에 대한 사과문을 공지사항 게시판에 업로드했다. 사과문의 주요 내용은 B교수가 본지 기자단과 주고받은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었다. B교수는 의도치 않게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돼 죄송하단 글과 함께 앞으로 주의하겠단 입장을 전했다. 또한 논란이 된 강의 자료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경위를 밝혔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C학우는 “사과문을 보고 교수가 논란의 여지를 잘 이해하고 반성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강의를 수강 중인 D학우는 “지난 2018년과 동일한 논란이 불거졌다”며 “사과문에서 B교수의 진심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학우들은 강의자료가 수업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됐으나 다소 과하다고 얘기했다. B교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현장 사진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C학우는 “교수가 사용한 강의 자료를 통해 수업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도 “필요 이상의 가학적인 자료보다 더 적합한 자료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C학우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학교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강의 개념 설명을 위해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맥락에 맞는 자료였다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과문에 담긴 B교수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단 의견도 있다. B교수는 논란이 된 한 자료에 대해 ‘자살하려다 우스꽝스럽게 실패한 사건이라 거부감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D학우는 “자살이란 주제에 우스꽝스럽다는 단어가 어울리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B교수는 선정적인 자료에 대해 ‘해상도가 낮아 세부 사항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A학우는 “당시 휴대폰 화면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음에도 사진의 선정적인 내용이 잘 보였다”며 “크기가 작고 해상도가 낮아 알아차리지 못했단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우들은 B교수가 논란을 인지했음에도 사과문을 뒤늦게 올린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9일(월) 본지는 B교수에게 강의안 관련 논란을 알렸다. 그러나 B교수는 11일(수) 진행된 강의에서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의 A학우는 “논란을 인지하자마자 대응했다면 사과문이 더욱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B교수가 공식 사과문을 낸 것은 논란을 인지하고 9일이 지난 뒤였다.

B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우도 있다. D학우는 “임의규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학적인 성적 취향을 예시로 들었다”며 “비혼동거계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B학우는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없었단 점에서 사과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A학우는 “많은 수강생들이 B교수의 수업에서 지속적으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며 “눈 감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학 전문가’에게 묻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18일(수) B교수 강의안의 적절성에 대해 법학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해당 자문의 목적은 B교수의 강의안이 수업 내용 이해를 돕는 데 적절한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 결과 강의 내용의 맥락과 맞지 않는 자료 사용 및 부가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법학 전문가는 B교수 강의안의 문제점으로 ▶사이버 강의에서 요구되는 저작권 문제 ▶부적절한 단어 선택 ▶예시의 부적절성 ▶가학적인 자료 사용을 꼽았다. 전문가는 “B교수는 해당 내용의 법학 강의에서 이용될 필요가 없는 사진들을 사용했다”며 “교육적 공간에서 아무리 필요할지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자료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교육 목적이라도 저작권 준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법 제37조’에 따르면 저작물을 이용할 때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법학 전문가는 “교수들이 저작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처를 제대로 밝혔다면 부적절한 자료를 인용하는 문제는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다”며 “어떤 교수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웹사이트에서 강의 자료를 사용할 수 있겠나”고 설명했다. 또한 ‘저작권법 제46조’에선 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저작재산권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B교수의 강의안엔 성인 박물관 사진 자료가 사용됐다(지난 숙대신보 제1411호 ‘2018년에 이어 다시 제기된 ‘A교수 강의안 논란’...“해상도 낮아 확인 못해”’ 기사 참고). 지난 2014년 폐쇄한 일본 소재의 해당 박물관은 운영 당시 내부 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어 해당 사진은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B교수는 지난 4일(수) 해당 수업에서 법률 용어인 ‘성매매’ 대신 ‘매매춘’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B교수는 임의규정에 대한 예시를 설명하던 중 ‘매매춘의 단계에 이르지만 않으면 우리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매매춘이란 단어는 ‘팔다 매(賣)’ ‘사다 매(買)’ ‘봄 춘(春)’으로 구성되며 이는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사고 파는 일’이란 뜻이다. 이에 전문가는 구조적 폭력 문제를 성매매 여성 개인에게만 전가하고 인권 침해의 문제를 꽃을 판다는 의미로 축소했단 점을 지적했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및 그 밖의 이익을 얻기 위해 성교 및 유사성교 행위를 하는 것을 ‘성매매’라고 정의한다. 법학 전문가는 “법대 교수가 성매매도 아닌 매매춘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데 문제의식이 없단 점이 매우 부끄럽다”고 얘기했다.

임의규정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된 예시가 부적절하단 의견도 있다. B교수는 ‘BDSM 계약이란 온갖 변태 행위를 하고서 거기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계약이다’고 발언했다. BDSM이란 ‘구속(Bondage)’ ‘훈육(Discipline)’ ‘가학(Sadism)’ ‘피학(Masochism)’ 네 가지 성적 취향을 통틀어 칭하는 단어다. 전문가는 “임의규정에 관해 BDSM 계약이 아니더라도 들 수 있는 예시가 정말 많다”며 “많은 예시 중에도 꼭 성적인 사례를 예시로 사용한 강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B교수가 사용한 일부 사진 자료는 가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예시로는 다수의 여학생이 남학생 한 명을 폭행하는 사진, 의자를 든 사람이 목을 매단 시신의 머리를 내리치는 사진 등이 있다. 법학 전문가는 형법을 가르칠 때도 이런 식의 폭력 전시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는 “폭력이 나쁘단 내용은 학교 폭력 뉴스 기사나 교수의 설명으로도 충분하다”며 “해당 사진은 강의 맥락에 맞지 않으며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업 영상 및 언론 분야엔 콘텐츠 수용자가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공통적으로 ▶수용자의 정신적 충격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가학적인 폭력 행위를 묘사하지 말 것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본교 법과대학 B교수는 강의안에 자극적인 사진들을 모자이크나 사전 설명 없이 사용했다. 대중매체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나 교육 현장에서 학우들을 보호할 규정은 미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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