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훌륭한 여성 작가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는 죽기 직전에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 ‘곤’의 이야기이다. 곤의 아버지는 가난으로 인해 아들과 함께 죽으려고 한다. 하지만 곤은 극적으로 아가미를 갖게 돼 물속에서 혼자 살아남고, 우연히 ‘강하’라는 소년과 그의 할아버지를 만나 거둬진다. 소설 「아가미」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격리된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얼얼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강하는 아가미와 비늘이 있는 곤을 물고기라 부른다. 그것도 따지자면 일반 물고기가 아닌 호숫가에 살기 때문에 민물고기란다. 소설 「아가미」를 읽는 내내 좋은 의미로 정말 소설스럽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느낌이 강해 현실을 잊을 만큼 더욱 아름답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물과 닮았기 때문일까. 해류, *곤, 강하, *이녕 등 텁텁하고 뿌연, 물고기의 소화와 순환이 이루어지는 호수 밑바닥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강하는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그가 무뚝뚝한 할아버지 손에 맡겨지며 배운 거라곤 자신을 방어할 기제인 공격적인 성향뿐이다. 하지만 강하는 아닌 척해도 곤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아끼고 가족으로 맞이하며, 끝까지 지켜내고 사랑했다는 점이 독자들을 슬프게 한다. 불안한 삶이지만 강하에게는 모든 시간이 항상 자신의 최선이었다. 

“날 죽이고 싶지 않아?” 
“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싫음이 곧 증오를 의미하진 않는다. 물이 그 자체로 죽음과 생명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은 생명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인 동시에 언제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절대적 존재로 작용한다. 양극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물의 힘이란 대단하다. 하지만 그렇게 잔혹한 물속에서 오직 희망과 생명만을 상징하는 곤은 한 수 더 위대하다. 물속에서 편안히 숨을 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을 살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은 책 끝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곤의 인생에서 이러한 희망이 꺼질 일은 없어 보인다. 읽는 내내 어디선가 호수의 비릿한 물 냄새가 나는 듯한 소설이다. 하지만 전혀 싫지 않은 싫을 수가 없는 그런 향이 깊게 배어있다. 비 오는 날에 축축한 비 냄새를 맡으며 작품을 읽고 학우들이 저마다의 위안을 받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곤 : 장자의 책에 나오는 전설 속의 큰 물고기임. 
*이녕 : 땅이 깊어 질퍽질퍽하게 된 진흙탕임. 

시각영상디자인 19 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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