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슬로건 ‘세상을 바꾼 부드러운 힘’에서 드러나듯 숙명인은 우리 사회와 학내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본지 기자단은 본교 안팎에서 지난 116년 동안 주체적으로 활동해온 숙명인의 모습을 되짚어봤다. 숙명인은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숙명은 이렇게 ‘세상’을 바꿨다
사회 전반에서 여성이 배제된 과거에도 숙명인은 망설임 없이 목소리를 냈다. 숙명인은 항일운동,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여성인재의 산실로서 지식인의 책임을 실천하는 숙명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숙명인은 일제에 대항해 진취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1914년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박자혜 자사는 간호사 독립운동 단체 ‘간우회’를 조직했다. 지난 1927년 장옥려 동문은 일본인 교사 사퇴, 조선인 교사 채용 등을 요구하며 동맹휴학을 주도했다. 동맹휴학은 교육 및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집단 수업 거부 운동이다. 조세은(문화관광 19) 학우는 “숙명역사관에서 숙명인의 항일운동을 재현한 모형을 본 경험이 있다”며 “과거부터 주체적으로 행동해온 본교 동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숙명인의 항일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9년 본교 학우 약 80명은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해당 행사에서 학우들은 만세를 외치며 효창공원 정문부터 효창동 주민센터까지 약 300미터를 행진했다.
 

▲지난 1980년 본교 순헌사거리에서 진행된 ‘대청소운동’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숙대신보]
▲지난 1980년 본교 순헌사거리에서 진행된 ‘대청소운동’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숙대신보]

숙명인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부가 집권하던 1970년대에 숙명인은 수업거부, **가두시위, 단식 투쟁을 벌이며 유신헌법의 철폐를 주장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형난옥 동문은 군부정권에 대항하다 제적되기도 했다. 지난 1980년엔 교내에서 ‘대청소운동’이 진행됐다. 당시 재학생들은 교수진의 군부정권 시기 부조리를 고발하고 이들의 사퇴를 주장했다. 지난 1987년 6월민주항쟁 시위엔 약 4000명에 달하는 숙명인이 참여했다. 해당 시위엔 본교 약학대학 학생회장 고미애 동문이 선두에 서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제4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만 숙명인 시국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숙대신보]
▲지난 2016년 제4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만 숙명인 시국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숙대신보]

지난 2016년 진행된 촛불시위에도 숙명인이 있었다. 제4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만 숙명인 시국선언’을 열고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후 본교 학우 약 1300명은 본교 정문에서 광화문까지 전진하며 촛불시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소연(독일언어문화 20) 학우는 “시위 사진 속 휘날리는 전진숙명 깃발을 본 적 있다”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 내는 학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학우들은 전국 대학 중 최초로 동맹휴학을 선포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숙명’을 바꿨다
학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숙명인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본교 학우들은 전체학생총회, 공동집회, 대자보 부착,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본인의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숙명인의 노력은 더 나은 학내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구심점이 됐다.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해 전체학생총회에서 학우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사진제공=숙대신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해 전체학생총회에서 학우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사진제공=숙대신보]

숙명인은 총장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전체학생총회와 공동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9년 5월 23일(목) 총장직선제 시행을 촉구하고자 개최된 전체학생총회엔 2990명의 학우가 참여했다. 총회에 참석한 김서연(법 19) 학우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직접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이 학교에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때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단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10월 2일(수)과 8일(화)엔 약 500명의 학우가 공동집회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대학 본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본교 제20대 총장선거가 직선제로 실시됐다.

본교 학우들은 첫 총장직선제 선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지난 2020년 6월 2차에 걸쳐 이뤄진 본교 제20대 총장선거에서 학생 투표율은 45.46%를 달성했다. 이는 개표를 위한 최소 투표율인 40%를 초과한 수치다. 투표에 참여했던 이아현(IT공학 19) 학우는 “직접 후보자의 공약을 살펴보면서 학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는 총장직선제를 위해 학생 표의 비율을 높여야 한단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본교에선 교원 82%, 학생과 직원 각 7.5%, 동문 3%의 투표 반영비율이 적용된다. 이지운(독일언어문화 20) 학우는 “학교의 주체는 학생인데도 학생 표가 반영되는 비율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김민지(문화관광 19) 학우는 “학생 표 반영 비율을 높인다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본교 커뮤니티에선 일부 학우들의 주도로 ‘악의적 비방글 신고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악의적 비방글의 확산을 막고 본교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시작된 본 운동엔 1556명의 학우가 서명했다. 당시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 학우는 “학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학교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서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김기린(아동복지 22) 학우는 “서명운동을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여겨진다. 진취적이고 강인했던 과거 숙명인의 정신은 오늘날 학우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숙명인이 만들어갈 내일의 역사가 기대된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 명신여학교를 전신으로 한 4년제 대학. 본교와 동일재단에서 운영됨.
**가두시위 : 길거리에서 행하는 시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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