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지난 2012년 개봉한 일본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그만둔대>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영화다. 일본학과 학생이라면 전공수업에서 마주쳤을 반가운 영화기도 하다.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그만둔대>는 배구부부터 정체 모를 귀가부까지 여러 고등학교 동아리를 소재로 한다. 주인공 ‘키리시마’는 학교의 유명 인사다. 그러던 어느 날 키리시마가 갑자기 동아리를 그만둬 모두가 흔들린다.

영화는 키리시마가 사라진 하루를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키리시마가 ‘명’이라면 주변 인물들은 ‘암’이다. 키리시마가 빛나는 만큼 주변 인물은 초라해 보인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배구부에선 키리시마의 자리를 등장인물 ‘코이즈미’가 대체한다. 코이즈미는 “말했잖아 그 녀석. 졸업할 때까지 같이 배구하자고”라며 울분을 터트린다. 그러자 “관계없잖아 키리시마는! 도망치지 말라고! 네가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잖아!” 란 말이 돌아온다.

이름부터 특이한 귀가부는 키리시마와 함께 귀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다.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두면서 동아리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야구부를 그만둔 등장인물 ‘히로키’는 혼란스러워하며 키리시마를 기다린다. 그의 주머니 안엔 쓰지 못한 진로 희망 조사표가 들어있다. 그렇게 코이지미와 히로키 두 인물은 다시금 자신의 꿈을 직면한다.

학교 변두리에 위치한 ‘영화부’는 동아리 부장 ‘마에다’를 중심으로 좀비 영화를 촬영한다. 그들은 피가 나오는 장면은 안 된다는 학교의 반대에도 이렇게 즐거운 건 처음이라며 가짜 피를 바르고 학교를 누빈다. 영화를 촬영하며 히로키는 마에다에게 영화감독이 될 거냐고 묻는다. 마에다는 “영화감독은 무리지만 그게 그냥 좋아”라고 말한다. 프레임에 담긴 히로키를 보고 마에다는 “역시 멋있다”고 한다. 그 말에 히로키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히로키의 모습에서 야구부를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와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엔 키리시마에게 전화를 거는 히로키의 모습 뒤로 야구부가 비춰진다. 야구에 재도전하는 히로키의 모습이 기대되는 결말이다.

우린 주변 인물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의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건 어렵지만, 꿈을 좇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야구를 그만두고 방황하는 히로키도, 배구는 못하지만 노력하는 코이즈미도 그 자체로 멋진 인물이다. 누가 봐도 가짜인 피를 뒤집어쓰고 아마추어같이 영화를 찍어도 그저 즐겁다는 마에다의 말이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 19 박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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