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각 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 역할을 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책을 대여할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무료로 상영되는 영화를 관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도서관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누구나 들러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를 ‘강남구립 즐거운도서관(이하 즐거운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손정미(도서관 84졸) 동문을 통해 들어봤다.


책과 사람을 대하는 직업
손정미(도서관 84졸) 동문은 봉사 활동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손 동문은 본교 문헌정보학과의 전신인 도서관학과에 재학하며 여러 봉사를 진행했다. 연합 의료봉사동아리 ‘SUS(Society of University Students)’에서 타 대학 학생들과 함께 산간 지역의 아동을 돕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봉사 활동의 목적으로 복지 시설 ‘매듭’에서 아동 대상의 야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손 동문은 “상대방의 요구를 파악해 도움을 주는 봉사 활동이 도서관에서 참고봉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참고봉사 서비스란 이용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찾아주거나 자료를 편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도서와 정보를 미리 분류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손 동문은 강원도 춘천시의 한림대 도서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학부 졸업 후 10년간 대학 도서관의 정리 담당 사서로 근무했다. 서울이 연고지인 그는 서울 관내 도서관으로의 이직을 위해 본교 대학원 도서관학과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손 동문은 “본교와 근무지인 춘천으로 오가며 힘들게 공부했던 시간이 석사 학위 취득으로 열매를 맺어 기뻤어요”라고 회상했다.

지난 1999년 손 동문은 서울시에 있는 중랑구립도서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관장직의 채용 조건은 ‘도서관 관련 학과의 석사 이상 학위’ ‘관련 분야 10년 이상의 경력자’ ‘1급 정사서 자격증 소지’다. 손 동문은 “한림대 도서관에서 묵묵히 10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빛을 발했어요”라고 말했다.

사서의 능력 ‘적책적소(適冊適所)’
본교 문헌정보학과는 정보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문헌정보학은 정보 이용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정보의 사전적인 정의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평가한 구체적인 지식을 뜻한다. 그러나 손 동문은 문헌정보학 시점으로 정보를 바라본다. 그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분류한 것’을 정보라 정의한다. 손 동문은 본교 학부 교육 과정 중 도서 분류 실습을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 꼽았다. 그는 직접 도서를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하는 실습 경험이 사서 실무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서는 필요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 좋은 사서라면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를 미리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단 것이 손 동문의 생각이다. 손 동문은 인도의 문헌정보학자인 랑가나단(Shiyali Ramamrita Ranganathan)의 ‘도서관학 5가지 법칙(Five laws of library science)’을 인용해 도서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소개했다. 손 동문은 5가지 법칙 중 ‘책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Books are for all)’ ‘이용자 수준에 걸맞은 책을 제공해야 한다(Every book, its reader)’를 인용하며 “사서직은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이용자와 함께 성장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도서관법 제1장 2조’는 ‘도서관이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해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이용부터 평생교육까지 이바지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도서관 사서는 이용자의 대출 및 반납을 돕는 ‘자료운영업무’부터 자료를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하는 ‘자료조직업무’까지 도서관 대부분의 실무를 담당한다.

도서관장은 이외에도 해당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제공해야 하는 생산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더 나아가 도서관장은 지자체 기관과 협력해 지역 사회가 협동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손 동문은 “도서관장은 초·중·고등학교 및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과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해요”라며 “외부기관과 협력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가 많죠”라고 언급했다.

도서관 운영엔 사서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2급 정사서 자격증은 4년제 대학 문헌정보학과 졸업자에게 발급된다. 손 동문은 사서 자격증 취득 후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서관 직원이 서로 협력하는 업무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해요”라며 “참고봉사의 질을 높이면 이용자 만족도가 높아져 자연스레 도서관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죠”라고 조언했다.

책이 삶이 되는 곳, 공공도서관
손 동문은 여러 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강남구립 즐거운도서관(이하 즐거운도서관)’의 관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서관은 지역, 주 이용객의 연령층, 이용자 수 등에 따라 문화 행사나 비치 도서를 다르게 편성한다. 손 동문은 “중랑구립도서관에서 근무했을 땐 이용자 수가 많아 자료 대출 건수 및 행사 참여도가 높았어요”라며 “자연스레 사서가 맡을 업무가 많아져 제 역량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죠”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도서관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손 동문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거리두기 규제로 지역 주민들의 다중이용시설 방문이 뜸해져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가 줄어든 까닭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2020년 방문자 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약 25만명을 기록하던 방문자는 이듬해 약 7만 6천명으로 급감했다. 손 동문은 “코로나19로 도서관 행사의 대면 진행이 불가했어요”라며 “이용자의 정보 욕구 및 문화 프로그램 수요를 채우지 못해 아쉬웠죠”라고 말했다. 타 매체의 성행 또한 도서관 이용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온라인 매체와 전자책 출판으로 종이책 소비가 줄었어요”라면서도 “종이책은 기록물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기에 그것이 아예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손 동문은 외부 재원 확보를 통해 도서관 이용객 증가를 도모했다. 그는 관장직을 수행하며 어르신을 위한 큰 글자 도서, 어린이를 위한 영어 원서 구매 사업을 추진했다. 손 동문은 “해당 도서 구매를 위해 여러 도서관 공모 사업에 참여했어요”라며 “코로나19가 오히려 도서 대출 감소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기회가 됐죠”라고 긍정했다.

손 동문이 근무하고 있는 즐거운도서관엔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문화 프로그램으론 ‘유아·인문·성인독서동아리’ ‘작가 초대석’ ‘월간인문학’ 등이 있다. ‘월간 인문학’ 프로그램은 강남구 관내 구립 도서관이 연합해 진행하는 행사다. 손 동문은 “본 프로그램은 인문학의 기초인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해요”라며 “지역 주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도서관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려고 노력하죠”라고 말했다.

도서관의 목표는 지역 주민에게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은 지역 사회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손 동문은 “공공도서관은 지역의 복합문화시설로써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즐거운도서관은 모두를 포용하는 개방 공간이 되기 위해 다양한 연령층의 문화 소비 욕구가 충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손 동문은 “삶이란 책과 함께할 때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라며 “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독서력을 향상할 수 있는 복합시설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도서관을 뒤져보면 그곳이 온통 파묻어 놓은 보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남긴 말이다. 도서관이란 누구나 언제든지 방문해 파헤칠 수 있는 정보의 요람이 돼야 한다. 손정미(도서관 84졸) 동문의 직업 의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손 동문이 근무 중인 즐거운도서관은 더 개방적인 도서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는 8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즐거운도서관을 지역 사회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도맡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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