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겐 홀수 공포증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홀수 달 공포증'이다. 3월, 5월, 9월, 11월이 두렵다. 숙대신보 발간이 진행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시험기간을 보내니 오지 않을 것 같던 5월이 금세 돌아왔다.

이번 달 첫 발간엔 두 편의 부서 기사를 쓰게 됐다. 기사를 작성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매번 한 명의 기자가 여러 일을 맡는다. 기사를 완성하기에 급급해지고 쓰는 사람도 본인의 기사가 무용하다고 느끼게 된다. 학우들이 신문에 관심이 없어 아쉽지만 기자로서 가치 없는 기사를 썼기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이렇게 바쁜 한 달을 마치고 나면 허무한 회의감만 남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데도 기자로서의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기사를 쓸 때도 있다. 분명 쓰고 싶었던 기사가 많았는데 이젠 다 사라지고 없다.

본인의 기사만 감당하기에도 힘들다 보니 기자들도 다른 걸 확인할 여유가 없다. 하나의 신문이 아닌 한 편의 기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할 때 동료와 선후배 기자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사람이 적으니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자의 문장과 생각이 작성의 편리함에 가로막히지 않고 더 존중받기를 원한다. 규모가 큰 연재형 기획 기사를 쓰거나 기자단과 다 같이 먼 곳으로 출장 취재를 가보고도 싶다. 위험을 감수하고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자에겐 아직 부족하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력난이다. 누구도 기자가 되기를 내키지 않는데 과연 필자가 본교의 동태를 감시하는 기구의 일원으로 남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본교에 학보사가 필요한 이유와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하고 틀리고 싶다. 필자가 속한 기수가 숙대신보를 수료하고 나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현재 필자는 숙대신보 기자로서의 활동 기간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순 없어도 기자단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학보사를 만들고 싶다. 우리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그 길이 쉽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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