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중단됐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촉구에 대한 답변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추 후보의 답변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시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시위 재개에 따라 지하철이 지연되면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시위를 강하게 비판한다. 관련 기사에 달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시위는 정당한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란 내용의 댓글이 1000개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대다수 시민은 자신들이 방해받지 않는 방식으로 시위가 진행되길 원한다. 시민들은 지하철과 승강장 밖으로 장애인을 내보내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시위만이 우리가 연대할 수 있다’란 것을 강조한다. 이처럼 시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자신들에게 얼마나 지지받을 수 있는지가 연대의 기준이 된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단 증거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장애 원인별 분포도’에 따르면 장애의 90.5%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지만 장애인을 향한 비장애인의 우월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3월 25일(금) 자신의 SNS에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하게 침해할 경우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전장연의 시위가 타인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방식으론 장애인의 권리를 향상할 수 없다. SNS에 올린 짧은 글이 기사화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거리에 나가 타인의 걸음을 가로막지 않으면 어떠한 주목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불편한 것은 아침 시간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기본권이 개선될 수 없단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요구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이동권을 보장해달란 것이다. 지난 2015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에 승강기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시엔 여전히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이 존재한다. 또한 승강기와 휠체어 리프트의 잦은 고장, 승강장과 열차의 심한 단차, 승강기와 열차의 먼 거리는 장애인의 편의를 가로막는다.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을 41.5%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저상버스 도입률은 27%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장애인들은 교육권 보장, 탈시설 지원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개선되지 않았다.

전장연의 시위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출근을 방해받는 시민 대부분은 각자의 집단에서 을이다.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들의 자리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비난과 혐오로 점철된 사회에서 을이 살아남기란 더욱 힘들다. 시위하는 사람도, 시위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정도가 다를 뿐이다. 모두 타인의 도움 없인 살 수 없고 언제든지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있는 존재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특정 집단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가 놓인 맥락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 20 신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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