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바다생물 100만마리 이상이 해양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한다. 우리나라는 바다생태계 보호 및 보존의 일환으로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해조류 심기, 해양쓰레기 수거 체험 등의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를 진행 중이다. 바다 황폐화로 이미 많은 해양생물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이에 바다생태계와 해양생물 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구의 보고 ‘바다’
매년 약 1천종의 해양생물이 새롭게 발견되며 지난해까지 약 21만2천종의 해양생물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이 총 120만에서 140만 종에 이를 것으로 본다. 다양한 바다 생물은 바다생태계와 식량 자원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해양생물의 수는 육지생물보다 약 7배 많아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문제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해양생물 표본을 통해 산업 및 의료계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바다는 이산화탄소와 태양에너지 조절의 핵심이다. 지구 전체 산소의 약 75%가 바다로부터 발생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바다의 물(H2O)이 결합해 탄산(H2CO3)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가 바다에 융해되는 과정에서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중 25%가 바다로 흡수된다. 박기정 한국수산자원공단 사회가치혁신실 실장은 “해양으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육지로 흡수되는 양보다 많다”며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바다의 탄소 흡수 기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태양에너지의 90%가 바다로 흡수되며 바다의 순환으로 에너지 조절이 이뤄진다. 자전축을 중심으로 23.5도 기울어진 지구는 위도에 따라 받는 태양에너지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해류를 통해 적도 지방에서 데워진 바닷물이 추운 극지방으로 흘러 들어가 뒤섞이며 지구 전반의 기후가 조절된다.

지난 2015년 세계야생생물기금은 바다의 자원 및 자산 가치가 약 3504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바다는 약 432조톤의 물을 담고 있으며 이 중 약 40조톤이 수력발전 및 냉각수 등의 수자원으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인류에게 여러 영향을 미치는 석유를 비롯해 의약품에 이용되는 니켈⋅망간⋅우라늄 등의 광물 자원들이 바닷속에 매장돼 있다. 이들 광물 자원의 95%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전세계의 약 30억 인구가 해양 및 연안생태계를 이용해 관광 및 레저 산업을 운영하며 지난 2020년 기준 약 3조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서⋅남해 바다는 매년 2억9천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핵심 관광 자원이다.

푸른빛을 잃어가다
지난 2021년 유엔(United Nation, UN) 발표에 따르면 6천500만년 이래 바다가 가장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고 있다. 본래 바다는 약알칼리성으로 pH8.2에서 pH8.3 정도로 유지된다. pH농도는 산성과 염기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산성을 띠는 레몬이나 식초가 0에 가깝고 표백제와 같은 알칼리성 물질이 14에 가깝다. pH가 0.1만 줄어도 산성도는 약 30%p 가까이 높아지는데 최근 이 농도가 ph8까지 낮아졌다. 오는 2100년엔 바다의 pH농도가 6.1~7.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준성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과 교수는 “산업화에 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며 “해양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평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해양 산성화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식량창고인 산호초는 해양산성화로 지난 150년 동안 절반이 사라졌다. ‘2021 UN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UN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산호초 중 20%가 없어졌고 50%는 사라질 위험에 노출돼있다. 

국가의 허가 없이 행해지는 불법어업은 남획 및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를 야기한다. 전 세계 어획량의 20%는 불법어업으로 이뤄지며 이는 보호종, 멸종위기종을 보호하지 않아 해양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 이외에도 국가에 보고하지 않거나 무국적 어선에 의해 행해지는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30억달러에 달한다.

UN은 오는 2050년엔 바다 내 어류보다 플라스틱 양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2020 2차 UN 세계해양평가 보고서’에선 해양쓰레기와 해양소음 문제를 가장 시급한 해양오염으로 지적했다. 바다 곳곳에 쓰레기들이 해류를 통해 쌓여 만들어진 쓰레기섬이 대표적이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16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섬은 한국 국토 면적의 16배에 달한다. 이 쓰레기섬엔 7만9천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약 1억5천만톤의 해양쓰레기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양은 매년 900만톤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노 교수는 “과학기술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해양쓰레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Save the Ocean’
바다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양오염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제5차 UN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협약에 결의했다. 이에 따라 해양쓰레기의 생태계 영향 유형을 ▶얽힘 ▶섭식 ▶외래종 이동 ▶서식지 훼손 ▶플라스틱 해양쓰레기 함유 화학물질로 구분했으며 탐지 및 유입 차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이뤄지고 있다. 5mm 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유인돼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에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소비자기후행동 등 다양한 단체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오예린(화학18) 학우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에코백, 텀블러 사용 캠페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며 “이런 캠페인을 통해 해양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닷속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블루카본(BlueCarbon)’ 또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은 탄소가 저장되는 바다와 연안생태계를 지칭한다. 1제곱미터당 950리터의 산소를 만들어내는 해양생물 잘피의 서식지 ‘바다숲’과 이산화탄소 흡수에 탁월한 갈대와 칠면초의 서식지인 ‘염습지’가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에선 해당 지역의 탄소 흡수량, 당국의 보존 능력 등의 요건을 고려해 블루카본을 선정한다. IPCC의 블루카본으로 선정되면 해당 지역의 탄소 흡수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주도의 블루카본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도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연안의 약 20개 갯벌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약 26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이는 매년 승용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동일하다.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87개국이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의 근절을 위한 항만국조치협정에 서명했다. 박 실장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2019년부터 원양어선에 직접 승선해 불법조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제옵서버(Observer) 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국가기관의 남획 예방을 위한 낚시도구 연구 및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선 보호종인 상괭이가 낚시도구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유도망을 추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에선 지난 4월부터 63척의 어선에 이를 보급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가꾸는 바다, 꿈꾸는 미래’ 바다생태계 보호를 강조하는 바다식목일의 슬로건이다. 바다생태계 보호를 위해선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린피스는 생태계 회복을 위해선 해양보호구역을 현재보다 3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며 해양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준성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과 교수는 “청년세대가 바다생태계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기업의 ESG경영이나 국가의 노력이 이를 뒷받침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다의 다양한 자원과 생명이 공존하기 위해선 우리 세대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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