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는 정부가 부담해온 공공재의 공급체계를 민간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재는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개인이 생산하기 어려운 재화로 도로, 가로등, 공중위생서비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전체병원 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단 점에서 의료민영화가 일부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 수 순위는 OECD 전체 30개국 중 26번째로 낮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공공병원 병상 수는 1.2개로 OECD 국가의 평균 공공병원 병상 비중인 2.8개의 절반에 못 미쳤다.

 

공공의료, 왜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로 의료 공공성을 유지한다. 의료비의 일부를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는 ‘당연지정제’로 운영된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지출 의료비 중 건강보험의 비율은 61%로 OECD 국가 평균보다 13.1%p 낮았다. 백서현(소프트웨어 21) 학우는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위기를 느끼지 않도록 의료의 공공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코로나19 환자 10명 중 7명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5.4%에 불과했기에 시민들은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동의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16일(수)에 발표한 ‘의료서비스의 공적 자원적 성격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서비스가 공적자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코로나19 전후 6.6%에서 64.7%로 58.1%p 상승했다. ‘의료서비스의 공적책임 강화’에 관한 질문에 대해 동의한 응답자는 94.3%에 달했다. ‘공공병원 중요도 체감’ 항목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 또한 91.8%를 기록했다. 백 학우는 “코로나19 발생으로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며 “또다른 전염병의 발생을 예방하려면 공공병원의 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 병상 비중이 높을수록 코로나19 발생 초기 사망 피해가 적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까지 독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6천명이었다. 이는 인접 국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약 2만 5천명을 기록한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이 지난 18일(금) 발표한 ‘건강정책동향 38호’에 따르면 독일의 인구 천명당 공공병원 병상 수는 3.2개로 스페인, 이탈리아의 평균인 2.05개에 반해 높은 수준이다. 공공병상을 확보한 국가들은 공공의료자원을 이용한 국가 병상 비상동원 체계를 운영해 코로나19 대처에 성공했다.

의료의 보편성 실종
공공병원 부족은 지역 간 의료 이용 불균형을 야기한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간병원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집중 개원된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서울에선 인구 천명당 3.1명의 의사가, 경북은 1.4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의료기관 조차 없는 시·군·구는 32개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은 수익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생각하지 않기에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의료취약지에 공공병원을 설립해 지역 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병원 비율의 증가는 간호인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지난 2020년 보건의료전문언론 ‘메디칼업저버(Medical Observer)’에 따르면 사립대병원은 전체 의료수익 중 평균 45%를 인건비로 사용했다. 전 정책국장은 “병원은 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높다”며 “영리 목적의 민간병원은 인건비 감축을 위해 간호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간호인력의 수는 7.9명으로 OECD 평균인 9.4명보다 낮았다. 간호인력 부족과 근로 환경 악화, 이직률 증가로 이어진 민간병원의 고용 형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하지 못한다. 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의료민영화의 대표 사례다.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의료비 개인 부담이 커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늘어나 의료 양극화가 심화된다. 지난 2017년 제주도에서 우리나라 첫 영리병원 개설 움직임이 있었다.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 외국 의료기관 개원 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전 정책국장은 “해당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이후에도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제도를 무너뜨려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개봉한 미국의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낮은 의료 공공성을 고발한다. 한 등장인물은 지나치게 높은 수술 비용 탓에 손가락이 잘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5.4%로, 의료 불평등이 가장 심화된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인 23%보다 적었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는 코로나19를 통해 그 심각성이 재조명됐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수준의 삶을 누리고 살기 위해 의료민영화에 대한 관심과 예방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