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시장조사업체 DMC 미디어의 ‘소셜미디어 시장 및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SNS 이용률은 약 89%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새로 산 옷을 자랑하는 등 사람들은 저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SNS에 기록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타인의 행복한 순간을 보며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SNS를 이용하며 소외를 느끼는 빈도가 잦다면 FOMO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
FOMO(Fear of Missing Out, 이하 포모)증후군이란 소외되거나 뒤처진단 두려움을 느끼는 심리 현상이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의 게시글을 보고 자신을 초라하다 느낀 것은 포모증후군의 한 예다. 지난해 12월 말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크리스마스 사진 명당으로 떠오르며 SNS는 해당 장소의 사진으로 도배됐다. SNS상에서 유행하는 장소나 음식의 사진을 찍어 공유해야 한단 강박감이 있다면 포모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외와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은 집단생활에 익숙한 인간에겐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두려움이 포모증후군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 경영학자 댄 허먼(Dan Herman)은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을 포모증후군이라 칭하며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했다. 포모마케팅이라 불리는 이 전략은 매진 임박과 한정 판매 등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한다. 남들에 뒤처질까 두려워 주식, 부동산에 쫓기듯 투자하는 행동도 포모증후군에서 기인한다.

행복을 위한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포모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심리학회지의 ‘대학생의 성인 애착과 SNS 중독경향성의 관계’에 따르면 회피, 불안 등 불안정한 애착 상태에 있는 사람일수록 포모증후군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본교 이정은 숙명행복상담센터 선임연구원은 “인간에겐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있다”며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은 관계성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때 포모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모증후군의 기폭제 ‘SNS’ 
SNS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포모증후군을 겪는 이들이 증가했다. 자신의 일상과 타인의 일상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SNS에선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고윤영(작곡 22) 학우는 “지인들의 SNS 게시글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숙명행복상담센터엔 SNS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호소한 상담이 증가했다. 박세령(의류 22) 학우는 “타인의 과시용 게시물을 보고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낀 친구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SNS에 친숙한 청년들은 타 연령대에 비해 포모증후군에 취약하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민감한 청년기는 포모증후군에 노출되기 쉽다. 지난해 4월 시장조사기관 닐슨(Nielsen)이 발표한 ‘포털&SNS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인스타그램(Instagram) 이용자는 약 502만명으로 전연령대 중 가장 높은 이용자 수를 보인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우다연(역사문화 22) 학우는 “인스타그램엔 유독 다른 SNS와 달리 행복한 순간을 전시한 게시물이 많다”며 “슬프거나 힘든 상황일 때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타 SNS에 비해 우울함을 쉽게 느낀다”고 말했다.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회피성 SNS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심리학회지의 ‘대학생의 성인 애착과 SNS 중독 경향성의 관계’에 따르면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일수록 강박적으로 SNS를 이용한다. 포모증후군 환자는 우울감을 느끼는 동시에 관계성 욕구가 높다. 이 선임연구원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심리적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며 “공허감이 증폭될 때 SNS중독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 중독은 부정적 감정의 만성화, 해야 할 일 미루기, 대인관계 기피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

튼튼한 자아와 흔들림 없는 일상
‘자아정체감’이 높으면 감정이나 상황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자아정체감이란 자신에 대한 일관적이고 안정된 이해를 의미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청년기엔 자아정체감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아가 튼튼할수록 타인의 행동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아정체감 확립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감정일기’가 있다. 행동과 감정을 꾸준히 기록하는 감정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 중독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이나 SNS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불안, 우울 등의 정서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SNS 사용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비교로 좌절을 느끼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는 방식도 도움이 된다. 강윤정(시각영상디자인 22) 학우는 “공원 산책이나 독서를 하며 SNS 없이 오롯이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면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부정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숙명행복상담센터는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으로 ►감정을 자각하기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기 ►감정을 소유하기 ►수용하기 ►이해하기 ►표현하기의 과정을 제시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 부정적 감정은 회피할수록 오히려 무력감이 발생한다”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는 타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긍정적 수단이기도 하다. 강윤정(시각영상디자인 22) 학우는 “자취를 하며 외롭고 심심할 때 지인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인의 SNS 게시글을 보며 자신의 상황과 끊임없이 비교한다면 정서적 우울을 경험할 수도 있다. 김윤정(홍보광고 21) 학우는 "다른 사람의 A컷을 나의 B컷과 비교할 필요 없단 말을 기억하며 SNS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세상엔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듯 우리의 이야기도 각자 다른 속도와 개성을 지닌다. 화려한 이야기를 담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기보단 당신만의 이야기로 인생을 그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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