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말이다. 몽테뉴의 격언처럼 우리 삶에서 음식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 현대인들의 식사는 간편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그 가운데 등장한 ‘밀키트(Meal Kit)’는 식사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해준다. 밀키트가 우리의 식탁에 가져온 변화를 알아보자.
 

작은 상자 속 ‘당신의 식사’
밀키트는 식사를 뜻하는 단어 ‘밀(Meal)’과 세트를 의미하는 단어 ‘키트(Kit)’의 합성어다. 밀키트는 쿠킹박스(Cooking Box), 레시피 박스(Recipe Box)로도 불린다. 밀키트 안엔 요리를 위해 손질된 식자재, 양념, 조리법이 들어있다. 본교 한영실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밀키트엔 정성과 더불어 직접 요리하는 재미가 더해졌다”며 “밀키트는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 싶은 우리의 욕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밀키트는 기존 간편식과 달리 소비자 직접 요리에 참여한다.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은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기만 하면 돼 소비자가 조리과정에 관여할 일이 없다. 평소 밀키트를 자주 이용한 이선아(사회심리 19) 학우는 “밀키트를 사용하면 모든 재료를 일일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며 “쉽게 접하기 힘든 요리도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밀키트 안에 동봉된 조리법이나 기업 공식 홈페이지의 조리 영상을 참고하면 누구나 밀키트를 요리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스웨덴의 ‘리나스 마카세(Linas Matkasse)’가 밀키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리나스 마카세는 손질된 재료를 정기배송하며 밀키트 시장의 문을 열었다. 국내에선 ‘마이셰프(MyChef)’ ‘프레시지(Fresheasy)’와 같은 밀키트 전문 기업이 등장했다. 이후 ‘CJ 제일제당’ ‘롯데푸드’ 등 대기업도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 14일(월) 롯데푸드는 본교 한영실 맞춤식품연구실과 함께 밀키트 ‘Chefood 계절을 만나다’를 선보였다. 한 교수는 “식자재 내 영양소 구성이 훌륭한 제철식품을 위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밀키트, 식품시장을 질주하다
코로나19 이후 집밥문화가 유행하면서 국내 밀키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지난 2020년 CJ 제일제당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식소비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에 따르면 집밥을 먹는 비중은 전년보다 23.5%p 증가한 83%였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생활로 외식은 감소하는 반면 밀키트 같은 간편식 구매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0억원 규모였던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20년 1880억원까지 성장했다. 연평균 신장률 400%를 기록한 것으로 연구 진행처는 오는 2025년 밀키트 시장의 규모를 7250억원으로 전망했다. 

증가하는 1인 가구와 함께 밀키트 소비 또한 늘어났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하반기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한다. 20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1인 가구 수는 238만 2429가구다. 이는 지난 2015년 청년 1인 가구 수 184만 345가구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정량의 재료로만 구성돼 있다. 1인 가구는 정량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으며 요리 후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MZ세대 사이에선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해 SNS에 공유하는 ‘홈쿡(Home Cook)’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끼를 공유하는 식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홈쿡문화로 인해 SNS에서 인기를 끌던 조리법이 실제 밀키트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한 예능방송에서 농심 관계자가 소개한 라면 조리법이 그 예다. 사리곰탕 라면에 우유, 치즈, 청양고추를 넣는 조리법이 SNS상에서 인기를 끌면서 마이셰프와 농심은 ‘청양크림 사리곰탕 파스타’ 밀키트를 출시했다. 

유명 인플루언서(Influencer)와의 협업을 통해 밀키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6월 마이셰프는 유튜브(YouTube) 채널 ‘허챠밍’과 함께 ‘허챠밍 매콤 로제 스테이크’와 ‘허챠밍 청귤&딜 냉파스타’를 출시했다. 10~20대를 대상으로 광고효과를 얻은 마이셰프는 신규가입자가 기존 대비 3.7배 상승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와 ‘박막례 비빔국수’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출시 당일 판매 시작 1분 만에 2만 1천개가 완판됐다. 기업들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밀키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효과를 거뒀다.

편안한 식사의 대가
밀키트의 짧은 유통기한을 보완하기 위해 각 기업은 특화 기술을 도입했다. 대부분의 밀키트는 냉장식품이기 때문에 기존 간편식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롯데푸드는 영하 40℃ 이하의 초저온 터널로 단시간에 식품 냉동했다. 롯데푸드와 협업해 밀키트를 출시한 한 교수는 “해당 기술로 밀키트에 들어가는 재료의 신선도와 저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9월 초저온 급속 냉동 기술을 사용해 최대 12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 파스타 밀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밀키트의 과도한 포장재가 문제로 지적됐다. 냉장 식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밀키트 속 식자재는 각각 소포장된다. 이에 식자재의 부피만큼 쓰레기가 양산된다. 택배를 이용할 경우 종이 상자와 테이프가 사용되기 때문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더 늘어난다. 이 학우는 “밀키트를 이용할 때 비닐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다른 방식의 포장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키트 시장은 일회용 쓰레기 절감을 위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다. 프레시지는 지난 2020년 밀키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했다. 또한 포장에 사용되는 아이스팩을 물로 교체하고 있다. 마이셰프는 오는 2023년까지 포장용기를 재활용 가능한 종이 용기인 **테라바스(Terravas)로 전환하고, 비닐 포장지는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플라스틱 배출 문제는 밀키트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며 “해당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편식 시장에서 밀키트의 입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보다 더 많이 구매한 품목은 밀키트가 66.0%로 가장 높았다. 본교 한영실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밀키트 소비층은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밀키트 소비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시중엔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밀키트가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의 밀키트 시장은 얼마나 더 발전할지 그 미래가 기대된다.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살균과정을 거쳐 알루미늄 봉지에 포장한 식품임.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종이 용기이며 종이류로 분리 배출할 수 있어 재활용이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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