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사회는 4.3학점제를 쓰는 대학과 4.5학점제를 쓰는 대학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전체 학생 중 5%에게만 A등급을 주는 대학과 20%의 학생에게 A등급을 주는 대학이 있다. 통일되지 않은 기준은 평가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취업과 입시를 목전에 둔 학생들에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성적, 본교의 평가방식은 타대학과 어떻게 다를까. 같은 성적이 학교 방침에 따라 다르게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아보자.


서로 다른 평가기준, 가중되는 혼란

현재 수도권 대학들의 성적평가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은 4.3학점제와 4.5학점제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해 운영하는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4.5학점제는 A+(4.5), A(4.0)의 두 단계로 등급을 나눈다. 반면에 4.3학점제는 A+(4.3), A(4.0), A-(3.7)와 같이 세 단계의 등급이 존재한다. 4.5학점제를 채택한 대학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있으며 본교를 비롯한 경희대, 이화여대, 서울대 등은 4.3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세부 학점의 반올림 여부와 등급 간 비율 또한 다르다. 대학들은 각자 다른 평가방식으로 학점을 계산한다. 성균관대의 경우 소수점 이하 셋째자리에서 성적을 반올림해 산출한다. 그러나 본교에선 소수점 이하의 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본교의 등급 간 비율을 보면 A등급은 5%에서 35%까지, B등급은 20%에서 45%까지로 나뉜다. 반면 동국대의 경우 A등급은 20%부터 30%까지 B등급은 30%부터 40%까지 측정된다. 이처럼 대학들은 통일되지 않은 세부 평가기준으로 학우들의 성적을 산출한다. 이런 평가방식은 입시와 취업을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큰 혼란을 일으킨다. 

취업시장은 지원자들에게 4.5학점 기준의 학점 제출을 요구한다. 이에 취업사이트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등에선 원활한 학점 환산을 위해 학점 계산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어떤 학점 계산기를 택하느냐에 따라 학우들의 점수가 달라진다. 4.3학점제에서 4.22점을 취득한 학우를 기준으로 잡코리아는 4.5만점에 4.42점을 부여한다. 그러나 인크루트 환산을 통해선 4.5점 만점에 4.41점이 기록된다. 사이트마다 환산 기준이 달라 통일되지 않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4.3과 4.5, 무엇이 옳은가?
형평성 보장을 위해 각 대학은 자체 환산표를 제작했다. 본교 학우들은 본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4.3만점과 4.5만점 대비표’를 확인할 수 있다. 4.11학점 이상은 표와 대조해 4.5학점 기준 환산이 가능하다. 4.0점 이하의 경우 본인의 학점에 0.3을 더해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마다 환산 기준이 달라 모든 대학생의 학점을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본교의 경우 4.12/4.3은 4.41점으로 3.9/4.3은 4.2점으로 환산된다. 반면 같은 4.3학점제를 이용하는 이화여대는 4.11/4.3점을 4.34/4.5점으로 환산한다. 남효민(LCB외식경영 19) 학우는 “각 대학이 통일된 학점제를 사용하면 학우들에게 더 편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복잡한 평가제도로 학우들은 직접 학점을 변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4.3만점 기준 학점을 받는 본교 학우들은 대외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4.5학점제로 환산해 제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취업을 앞둔 김재연(LCB외식경영 19) 학우는 “대외활동이나 인턴 등에 지원할 때 학점을 직접 계산해 기재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4.5학점제가 주류인 대학 문화에서 4.3학점제를 사용하는 본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신윤이(법 22)학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학점제로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며 “환산점수를 사용하지 않도록 개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교의 4.3학점 기준으로 이익을 얻는 사례도 존재한다. 3.7점은 4.5학점제 하엔 B+로, 4.3학점제에선 A-로 평가된다. 4.5학점제에 마이너스 등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소원(한국어문 22) 학우는 “4.5학점제엔 마이너스 등급이 없어 4.3학점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급을 얻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4.3학점제는 마이너스 등급을 둬 4.5학점제보다 더 세분화된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본교 백경일 법학부 교수는 “4.3학점제로 환산 시 추가적인 점수를 얻을 수 있다”며 “본교가 현 학점제를 유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과 진학의 고충을 듣다
대학의 평점평균을 백분율로 환산하는 기준 또한 통일되지 않았다. 학우들의 불만은 백분율 환산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선 평점평균을 백분율로 환산한 GPA(Grade Point Average) 성적이 요구된다. 본교의 학점제도에선 타대학보다 해당 성적이 더 낮게 책정된다.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메가로스쿨 GPA환산기준’에 따라 본교 4.3학점 기준 4.22학점을 환산하면 99.2점이 나온다. 그러나 본교의 환산기준을 적용하면 해당 학우는 98.4점으로 약 1점 낮은 점수를 받는다. 강혜민(정치외교 21) 학우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세한 성적 차이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대학의 학점제 및 환산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한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선 정확한 GPA점수 환산이 필요하다. 올해 GPA가 실질반영률이 30% 이상인 법학전문대학원은 ▶강원대 ▶건국대 ▶경희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다. 이 중 연세대는 GPA 실질반영률이 35.7%로 가장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현재 본교 GPA환산방식을 타대학과 비교했을 때 본교의 환산방식으로 인해 2점 정도 낮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장서희(정치외교 21) 학우는 “본교의 GPA 환산방식으로 불리한 입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는 공정하지 못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GPA환산방식에 대한 본교와 학우들의 소통이 요구된다. 본교는 법학전문대학원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총 180명이 넘는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를 배출했다. 강 학우는 “본교 학우들은 매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본교의 적극적인 지원과 환산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충남대 재학생은 충남대 본부에 GPA환산방식 개선을 지속 요구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충남대 교무처는 ‘GPA 실점 환산 기준 개정안’을 입법 및 공표했다.

각 대학마다 다른 평가방식은 공정한 심사를 어렵게 한다. 본지는 본교 학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교 평가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4.5학점제로 환산 시 점수가 더해진단 장점이 있는 반면, 평점평균을 백분율로 환산 시 타대학보다 점수가 낮게 책정되는 등 장단점이 공존했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대학 사회에서도, 본교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본교와 학내구성원 간의 대화를 통해 공정하고 불이익 없는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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