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지적 호기심이다. 물체는 어떤 물질로 구성되는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구 밖엔 무엇이 있는지 인간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계속된 호기심의 결과는 나노 단위의 물질을 관찰하고, 150만km 떨어진 우주에 대형우주망원경을 발사하는 등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이어졌다. 광학 분야의 발전 과정을 되짚으며 그 과정을 알아보자.


굴절과 반사, 망원경이란 상을 맺다
망원경은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 멀리 있는 대상을 관측하는 장치다. 지난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사 한스 리페르스헤이(Hans Lippershey)는 최초의 망원경을 발명했다. 그는 두 개의 렌즈를 특정 간격으로 배치하면 멀리 있는 물체가 확대돼 보인단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609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조합해 약 37mm 지름의 천체망원경을 개발했다. 갈릴레이는 굴절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 달의 표면 그리고 목성의 위성 등을 관측해 천문학 발전에 이바지했다.

갈릴레이식 굴절망원경에서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은 오목렌즈를 지나 관찰자의 눈으로 들어온다. 갈릴레이식 망원경은 색수차가 발생한단 한계가 있다. 수차란 상이 맺힐 때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아 편차가 생긴 형태를 말한다. 권희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빛은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다르다”며 “굴절률 차이로 관찰 대상의 테두리에 여러 색깔이 겹치는 현상을 색수차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색수차로 인해 파장이 긴 적색은 렌즈를 기준으로 먼 곳에 상이 맺히고, 파장이 짧은 청색은 가까운 곳에 상이 맺혀 천체가 여러 색으로 겹쳐 보이게 된다.

독일의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갈릴레이식 망원경의 좁은 시야를 극복한 새로운 굴절망원경을 만들었다. 갈릴레이식 망원경에 큰 각도로 들어온 빛은 관찰자의 시야 밖으로 굴절된다. 그러나 케플러식 망원경은 접안렌즈인 볼록렌즈에서 빛이 모이게 돼 관찰자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케플러식은 갈릴레이식보다 넓은 시야 범위를 갖는다. 오늘날 굴절망원경은 좁은 시야와 색수차 등의 문제로 전문 분야에선 사용되지 못하고 오페라글라스(Opera Glasses) 같은 쌍안경에만 사용된다. 김예지(음악교육학 석사과정) 학우는 “예술의 전당 객석 2층에서 뮤지컬을 관람했을 때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해 사용했다”며 “쌍안경의 시야가 좁아 무대 전체를 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17세기 영국의 천문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반사망원경을 고안해 갈릴레이식 망원경의 단점을 해결했다. 뉴턴식 반사망원경은 기존 굴절망원경이 색수차로 인해 관측 대상의 색과 형태를 명확히 관측하기 어렵단 점을 극복했다. 반사망원경으로 들어온 빛은 오목거울을 통해서 모이고, 평면거울에서 반사돼 관찰자의 눈으로 들어온다. 초점이 여러 개 맺혀 색수차가 발생하는 굴절망원경과 달리 반사망원경은 빛이 한 초점에 모여 수차 없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동그란 거울, 우주를 선사하다
대형망원경은 우주를 관측하고 인류의 근원을 밝히는 도구로 사용된다. 쌍둥이란 의미의 제미니(Gemini) 망원경이 대표적인 대형망원경이다. 제미니 망원경은 남·북반구 천체를 모두 관측하기 위해 같은 형태 두 개가 제작됐다. 천체를 선명하게 관측하기 위해선 맑은 날씨, 적은 인공 불빛, 깨끗한 공기 등의 입지 조건이 요구된다. 최근엔 주로 파장이 긴 적외선을 이용하는데 적외선은 대기 중에 있는 습기에 흡수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건조 기후 환경에 설치되고 있다. 대형망원경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미국 하와이와 칠레에 다수 위치한다.

▲ (GMT 망원경 사진) 칠레 아타카마 주에 위치한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모습이다.
▲ (GMT 망원경 사진) 칠레 아타카마 주에 위치한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모습이다.

천문학 정보의 기반은 정확하고 세밀한 천체 분석이다. 따라서 선명한 천체 관측을 위해 우주 공간에 망원경을 보내는 일은 필연적이다. 지상에 있는 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아 선명한 천체 사진을 얻기 어렵다. 대기에 난류가 발생하면 별의 형상이 왜곡돼 본래의 모습을 관측할 수 없다. 우주에서 오는 원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또한 대기에 막혀 완전히 차단된다. 박 단장은 “우주에서 오는 파장을 대기의 방해 없이 관측하려면 우주로 망원경을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별빛은 파장이 길어 붉은색을 띈다. 긴 파장으로 낮아진 에너지를 분석하기 위해선 적외선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적외선은 투과력이 높아 먼지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관측 범위가 넓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JWST)은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에서 우주를 관측하게 된다. 라그랑주 점이란 우주 공간에 있는 큰 천체와 작은 천체 사이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는 중력 평형점을 뜻한다. 우주엔 총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존재하며 각 지점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태양을 공전한다. 다섯 개의 지점 중에서 JWST는 지구 뒤의 라그랑주 점(L2)에 위치한다. 이 지점에선 태양 빛이 지구에 가려져 언제나 밤인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반사망원경의 성능은 그 크기에 비례한다. 빛을 모으는 역할의 거울을 크게 제작할수록 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8m 이상의 대형망원경 제작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망원경은 대부분 고도가 높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기에 큰 거울을 제작하더라도 산 정상까지 이를 옮길 방법이 없다. 박 단장은 “도로 차선이 하나당 약 3m라서 8m 이상의 거울을 운송하려면 3개 차선 이상의 도로를 동시에 사용해야만 한다”며 “거울을 운반하는 차량은 무진동 상태를 유지해야 해서 터널도 지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형망원경은 대부분 여러 장의 거울을 원형이나 육각형 모양으로 제작해 이어붙여 대형망원경을 만든다.

국내 천체 관측용 광학망원경으론 지난 1978년 설치된 보현산천문대의 1.8m 광학망원경이 대표적이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단장은 “1980년대에 지름 8m 이상의 대형망원경을 구축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1.8m 망원경은 작은 편이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자들의 원활한 대형망원경 사용을 위해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은 지난 2009년부터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이하 GMT) 국제 공동 건설 사업에 참여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작은 세상’의 도래
먼 우주를 바라보던 인류는 지구로 눈을 돌렸다. 물체의 구성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것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현미경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현미경은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렌즈를 통해 대상을 관찰한다. 최초의 현미경은 16세기 네덜란드의 안경사 자카리아스 얀센(Zacharias Jansen)에 의해 제작됐다. 당시 그들이 만든 현미경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조합된 단순한 형태였다. 이후 네덜란드의 과학자 안톤 판 레이우엔훅(Antoni Van Leeuwenhoek)이 구리판에 구멍을 뚫어 유리구슬을 고정한 형태의 현미경을 만들어냈다. 로버트 훅(Robert Hooke)은 현미경을 활용해 최초로 세포를 관측했으며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현미경을 이용한 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졌다.

광학현미경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선 수차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물체 테두리에 색이 겹쳐 보이는 색수차 현상이다. 색수차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결합해 초점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 조리개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외에도 구면수차가 있는데, 이는 렌즈의 위치에 따라 초점의 위치가 달라져 상이 왜곡되는 현상이다. 렌즈를 지나는 빛이 **광축으로부터 멀면 상이 맺히는 지점이 멀어지고, 반대의 경우 짧아진다. 따라서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아 여러 개의 초점이 생성된다. 권 연구원은 “구면수차의 발생 확률이 높은 렌즈 외곽부가 아닌 중심부에만 빛을 활용하면 수차가 극복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구면수차는 렌즈를 연마해 곡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결된다.

현미경은 크게 렌즈를 사용해 관측하는 광학현미경과 전자파를 이용하는 전자현미경으로 나뉜다. 전자현미경과 광학현미경은 관찰 대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파장의 종류가 다르다.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을, 전자현미경은 전자선을 매개체로 사용한다. 권 연구원은 “광학현미경은 유리 렌즈로 광선의 경로를 조절하지만 전자현미경은 전자 렌즈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관측하는데,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nm부터 700nm이다. 따라서 광학현미경의 분해능은 최대 350nm까지로 제한된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은 5nm 정도까지 관찰할 수 있어,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없던 세포와 박테리아의 내부 구조까지 볼 수 있다.

현미경은 영상을 이용한 기술을 통칭하는 이미징 과학(Imaging Science)의 대표적인 분야다. 최근 과학자들은 암 환자의 치료를 돕는 3차원 레이저 현미경의 상용화를 연구 중이다. 3차원 레이저 현미경은 암세포의 전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암의 발병 원인을 알 수 있다. 추적 기술 외에도 단백질 구조분석 현미경, ****조직 투명화 기술 등의 개발이 국내외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권 연구원은 “장비의 장점을 살리고 기능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현미경을 하나로 융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선 투과전자현미경과 같은 수입 장비의 국산화 개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 격언비엔 ‘우리는 우주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과학으로 답한다’란 문장이 적혀있다. 이처럼 근원을 파헤치려는 우리나라 과학자의 학구적 태도는 국내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대형망원경 및 첨단현미경 사업은 해외보다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권희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가가 해당 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더 멀리 내다보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선 국가가 연구진 및 관측 장비 사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라그랑주 점: 중력 평형점을 뜻하는 말로, 17세기의 천문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의 이름에서 유래함.
**광축: 렌즈의 중심부터 초점까지 연결한 선을 뜻함.
***nm: nanometer 약자로, 미터(meter)의 십억분의 일에 해당하는 길이의 단위임.
****조직 투명화 기술: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어 내부를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을 의미함.

참고문헌
「우주 생성의 신비를 밝히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K-GMT 과학백서 2019」, 한국천문연구원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