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20대 여성들이 말투 탈코르셋 운동을 이끌고 있다. 말투 탈코르셋은 여성들이 강요받는 ‘애기어’와 ‘쿠션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언어문화를 만들기 위해 등장했다. 지난 2004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된 한 논문은 ‘여성이 자주 작고 귀여운 어감의 단어와 공감 표현을 사용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사회 초년생 여성이 사내 메신저에서 지나치게 겸손한 말투의 사용을 강요받는 사례가 있다. 말투를 제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여성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큰 변화는 일상 속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다. 여성들은 일상 속 말투에 탈코르셋을 더했다.


자기 검열의 수단이 된 언어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문화에서 반언어적 표현 전달을 위해 ‘애기어’와 ‘쿠션어’가 나타났다. '자신이 무해한 인상으로 기억되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애기어’라 칭한다. ‘쿠션어’는 대화 상대의 비난을 방지하고자 과도하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나타내는 말투다. 이경숙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은 “애기어 및 쿠션어는 문자로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오해를 사거나 공격성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애기어 및 쿠션어 사용자가 증가하자 이런 말투는 하나의 매너이자 사회적 규범이 됐다”고 설명했다.
애기어 및 쿠션어는 여성을 향한 사회적 압력으로 존재한다. 애기어나 쿠션어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은 ‘딱딱해서 정 없다’ ‘사람이 차갑다’ ‘드세 보인다’ 등의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여성들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자기보호 수단으로 특정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집단주의 사회에서 타인과 유사하게 행동하려는 경향과 맞물려 여성 집단 내 애기어와 쿠션어의 사용은 더욱 확대됐다.
남성 지배적인 성별관계는 여성의 언어 사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애기어와 쿠션어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체면을 세워주는 상대주의적 표현이다. 애기어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아이들이 선택하는 단어나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는 퇴행적 언어 표현이다. 서비스업에서 종종 사용되는 쿠션어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회장은 “애기어와 쿠션어는 권력에 대한 순응 방식 중 하나다”며 “이런 언어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요구되고 당연시된다”고 말했다.
애기어 및 쿠션어는 명확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인터넷상에 애기어 및 쿠션어가 처음 등장했을 땐 비언어적 신호 전달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쿠션어가 여성들의 보편적 대화방식으로 자리 잡으며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애기어나 쿠션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언어학계에선 쿠션어를 울타리어(Hedge)라고 부른다. 울타리어는 문장 속 내용을 모호하게 만들어 문장이 가진 의도를 약화시킨다. 학계에서도 사람들이 규범처럼 사용하는 애기어 및 쿠션어는 간결한 의사전달을 방해한다고 평가한다.

수평적인 대화를 위해
말투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의 바람직한 언어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탈코르셋’이란 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된 것을 거부하는 행위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신체를 과도하게 압박하는 ‘코르셋’에 대입했다. 과거엔 긴 머리, 화장한 얼굴 등 외적 제한에서 벗어나잔 의미가 컸으나 최근엔 외모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요구되는 말투 또한 지양한다.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말투 탈코르셋은 여성들이 강요받는 애기어 혹은 쿠션어를 지양하잔 움직임이다.
인터넷에선 여성들의 애기어와 쿠션어 사용을 금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말투 탈코르셋을 지향하는 움직임은 여성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말투 탈코르셋 운동은 언어에 있어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며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진 부분을 돌아보고 이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자세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해 대화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여성의 말과 글, 네트워크에 관한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은 여성들에게 쿠션어 사용을 금지한다.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이 에둘러 말해도 상대방이 내 말 속 의도를 알아차리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말투 탈코르셋은 대화 당사자 간 동등한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상대적 위치 차이로 나타나는 무례한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자신을 낮추지 않고도 상대와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애기어와 쿠션어 사용 여부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이런 언어문화에 대해 논의하고 지양하는 움직임 또한 필요하다. 여성이 대화 속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말투 탈코르셋을 통한 자기중심적 언어 표현이 효과적이다. 이는 사회 평등을 향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전혜영. (2004). 남자와 여자의 언어, 어떻게 다른가. 새국어생활,14(4),13-15.
이찬규 & 노석영. (2012). 의사소통에서 나타나는 울타리 표현의 특성에 관한 연구:홈쇼핑 발화 자료를 중심으로. 화법연구, 21, 24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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