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먼 훗날 본지를 떠올리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졸음을 쫓으며 기사를 붙잡고 골머리를 앓던 시간. 코로나19로 학우 없는 교정을 헤매던 시간. 부장이 됐단 후련함도 잠시 어떤 사수가 돼야 할지 스스로 되묻던 시간. 긍정도 부정도 쉽지 않을 만큼 진심을 다했기에 본지가 어떤 형태로 필자의 기억에 남을지 모르겠다. 주위에선 학보사를 통해 ‘기자’란 꿈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응원하지만, 역설적으로 더 멀어진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본지 활동을 시작하며 힘겹게 취득한 학점과 고갈돼버린 여유도 마음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본지가 필자에게 소중한 공간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고 단어 하나의 쓰임을 고민할 일이 또 있을까. 글의 흐름을 잡기 위해 여러 단어를 두고 논의했던 시간이 꽤 좋았다. 본지 기자란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준 학우들과의 만남도 인상적이다. 필자가 속한 학내보도부는 부서 특성상 학우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교정에서 학우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개 학우들은 열정적으로 임해줬다.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며 자신의 주장을 보다 당당히 드러내야 함을 되뇌곤 했다.

글을 쓰면 무엇이든 남는다. 지난 학기 본지 여론면 ‘취재수첩’을 통해 필자는 기사 작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사 작성이 익숙지 않던 당시엔 ‘글쓰기도 재능의 분야인가’하며 자책했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글을 빠르고 수려하게 쓰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듯 글도 빛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글 혹은 한 사람 인생의 길잡이 글이 돼 다가온다. 애초에 글이 아닌 노력을 인정받는 형태일 수도 있다. 자신이 열심히 쓴 글을 두고 비교할 필요가 없다. 필자는 본지에 마음을 담은 여러 기사를 남기고 떠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

오는 2022년은 대면 등교가 유력해 본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뢰도 높은 대면 설문조사와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취재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테지만 큰 걱정은 없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차기 부장단과 후배 기자들이 본지를 잘 이끌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본지의 활약을 늘 응원하며 애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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