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수) 본교 근처 카페에서 손지윤 동문을 만났다. 오랜만의 본교에 방문해 반가움을 표한 손 동문은 재학 당시를 회상하며 본교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취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는 텅 빈 교정에서 기사 거리를 찾는 본지 기자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협업을 기본으로 하는 방송국 또한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했다. 인터뷰 직전까지 영상기자로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온 손 동문의 삶을 들어봤다.


■“역사학도가 영상기자가 되기까지”
지난 5월 27일(목) 손 동문은 본교 학우를 대상으로 ‘역사학도가 여성 영상기자가 되기까지’란 강연을 진행했다. 해당 특강에서 손 동문은 직접 촬영ㆍ편집한 영상과 함께 영상기자의 업무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본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았다며 자신의 학창 생활을 회상하기도 했다. 손 동문과의 대화를 통해 본교에 남아있는 그의 발자취를 알아보자. 

본교에 재학하면서 언론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학교에 다닐 때 리더십그룹 숙명통신원 활동을 했어요. 당시엔 기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진 않았죠. 비정부 단체에서 활동하며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숙명통신원 활동을 통해 취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언론 활동을 더 해보잔 생각에 기업 소속의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게 됐고 기자 활동이 저한테 잘 맞는다고 느꼈죠. 언론계로 진로를 정하고 나니까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방송과 신문 중 고민했는데 다 해보잔 마음에 EBS의 방송 ‘다큐프라임’에서 대학생 취재팀으로 활동했죠.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고독사에 관한 장면을 촬영했던 경험이 인상 깊어요.

숙명통신원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출동, 무지개 특공대!’란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엔 기자로서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 수해 복구 작업 봉사활동에 하루종일 참여하면서 기사를 작성했죠. 기사 조회수도 높았고 당시 숙명통신원 지도교수님의 칭찬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단순히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보다 현장에서 발로 뛰어 만든 기사가 더 마음에 남는단 사실을 깨달았어요. 

영상기자가 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영상기자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보다 촬영ㆍ편집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카메라, 영상 제작 프로그램 등의 도구 없이 촬영을 배우긴 어려웠죠. 그래서 전 학교 활동에서 해결책을 찾았어요. 교내 방송국(SBS)에서 찍은 영상이나 숙명뉴스는 본교 엘리베이터 , 식당 , 로비 등에 설치된 TV에 송출돼요. 이 영상들을 담당하는 본교 미디어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촬영과 편집, 그래픽을 배울 수 있었어요. 휴일에도 출근해 영상을 만들 정도로 너무 재밌다고 느꼈어요.

역사문화학이 영상기자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다양한 사람을 역사 속에서 미리 만나봤다고 생각해요. 사회생활을 하며 역사 속 인물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신기했죠. 사람뿐만이 아니라 상황도 비슷해요. 홍콩 시위 취재 현장에 투입된 적이 있는데 역사책에서 봤던 5ㆍ18 민주화 운동이 떠올랐어요. 방송되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영상 기자란 일의 막중함을 느낀 경험도 있죠. 현장에서 시민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거기서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단 사실만으로도 취재원에게 의지가 된단 사실에 뿌듯했어요.

▲ 지난 2019년 긴장된 분위기의 홍콩시위 취재 현장에 있는 손지윤 동문의 모습이다.
▲ 지난 2019년 긴장된 분위기의 홍콩시위 취재 현장에 있는 손지윤 동문의 모습이다.



■영상기자의 취재수첩
오늘날 뉴미디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국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를 담당하는 영상기자는 시청자들의 수요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손 동문은 지난 2017년부터 초미세먼지 자료의 오류를 지적하는 기사, 외고ㆍ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 기사를 포함해 총 1천여 건의 영상물을 작업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왔다.

언론계의 여러 직종 중 영상기자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내향적이라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잡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죠. 본교 미디어센터에서 근무하며 혼자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담당했어요. 당시엔 유튜브(YouTube)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해당 작업을 통해 향후 영상의 시대가 올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영상기자의 주요 일정이 궁금해요.
먼저 취재기자들의 의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담당할 기사를 정해요. 글로 기사를 작성하는 취재기자와 기사의 취재 방법, 장비 이동 등을 고려해 동선을 사전에 조율해요. 요즘엔 드론과 같은 새로운 장비도 많이 사용해 드론 사용에 대한 허가도 받아야 하죠. 대부분의 촬영 내용 및 방식이 사전에 정해지지만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취재기자와의 조율이 필요해요. 촬영이 끝나면 회사로 다시 돌아와 촬영한 내용을 정리하곤 하죠.

영상기자로서 참여한 취재 중 인상 깊은 취재가 있나요?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던 국회 취재가 가장 인상 깊어요. 사전에 선배들과 협의한 대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바람에 추가 취재를 해야 했죠. 사전 협의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선배들이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국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던 거죠. 그때 선배들도 만족스러우셨는지 “너니까 했어” 하셨고 저도 “선배니까 했죠”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까요?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땐 취재원과의 마찰로 인해 화나고 힘든 경우가 많았어요. 회사에선 꼭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관계자가 불쾌함을 표현하신 거죠. 지금에선 취재원이 상황에 불만을 표현하는 중임을 알게 됐어요. 또한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에선 돌발상황이 많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꾸준히 경험을 쌓는 방법밖에 없죠.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모자이크를 할 땐 관계자도 취재원을 알아보지 못하게 재량으로 영상 초점을 엇나가게 촬영하기도 해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관해 취재하면서 이런 경우가 더욱 빈번해졌어요. 한번은 학원가를 촬영하는데 학원 관계자분이 학원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촬영을 멈춰달라고 우시는 거예요. 공익이란 명분이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도 이해가 됐어요. 최대한 학원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촬영했죠. 촬영을 마치고 나서 선배한테 최대한 취재원이 특정되는 내용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실제 방송분에도 반영됐고요. 제가 만든 영상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아요.

동문님의 취재 철칙은 무엇인가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기자가 박수를 받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에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눈치 보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고요.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당시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취재를 진행했어요. 유가족분들이 현장을 떠나시며 저한테 끝까지 촬영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말을 들을 때 내 일을 했단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뿌듯해요.

1인 미디어가 성장하는 오늘날, 영상기자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최근 방송국 위기라는 말이 있어요. 유튜브에 필요한 정보들이 전부 있으니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보기 때문이죠. 방송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기자들이 뉴스 안에 추가 코너를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 KBS 소속 영상기자들은 ‘DEEP’이란 코너를 기획해 영상기자들이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을 전부 해요. MBC 소속 영상기자들도 ‘현장 36.5도’를 만들었고요. 더불어 이젠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영상기자는 1인 PD가 돼야하죠. 다만 영상기자들은 기존에 체득한 영상의 도덕성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미디어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상기자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최근엔 드론이나 액션 카메라처럼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장비를 구비해도 *ENG 카메라는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죠. 옛날엔 영상기잔 ENG 카메라만 들고 나가면 된단 말도 있었으니까요. 최신 카메라의 성능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ENG 카메라는 현장에서 취재원에게 신뢰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ENG 카메라는 영상기자의 정체성이니까요. 


■“중요한 순간 자신을 믿어야 해요”
지난 2017년 7명에 불과했던 여성 영상기자는 4년 만에 스무 명을 넘기며 증가하고 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여성 영상기자들은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 영상기자 채용은 혁신을 꾀하는 방송국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손 동문은 말했다.

여성 영상기자만이 갖는 이점이 있나요?
미투 운동 취재 당시 현장에 여성 영상기자를 요청해서 혼자 취재한 경험이 있어요. 또한 성범죄 피해자들을 인터뷰할 땐 되도록 여성 기자들이 담당하죠. 결국은 여성이란 정체성과 영상기자의 정체성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문제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성 영상기자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든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촬영 땐 선배들이 무거운 카메라를 들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어요. 지금은 아무도 저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체력이 제일 좋다고 얘기하죠. 결국 해봐야 아는 것 같아요. 여자라서 옮길 수 없단 건 해보기 전엔 모를 일이죠. 해봐야 후회도 하지 않으니까요.

본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해요. 현장에서 무엇을 찍을지 판단하고 틀려도 가감 없이 의견을 얘기해야 하죠. 고민할 시간에 시도해보고 틀렸다면 고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후배들의 선택을 항상 지지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지는 굉장한 힘이 돼요. 내 선택이 틀렸나 생각하다가도 선배들이 지지해주면 안도감이 들거든요.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선배들이 많단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매일같이 방송되는 뉴스의 모든 장면에 영상기자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손 동문은 본교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꿈을 찾은 자신처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할 숙명인들을 응원한다. 그는 망설이지 말고 실천할 것을 조언한다. 촬영 현장에선 망설이는 순간 영상에 담을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삶의 중요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은 어떨까.


*ENG 카메라 : ENG는 Electronic New Gathering의 약자로 전자장치에 의해 뉴스영상을 취재할 수 있는 카메라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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