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다자이 오사무의 책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단 것을 느꼈다. 요조는 사람들이 느끼는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단 말이 협박이나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떤 일에 행복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고 자신만 사람들과 다르단 불안과 공포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다. 이러한 그가 인간 사회에 속하기 위해 터득한 방법은 ‘익살’이다.

‘뭐든지 간에 그냥 웃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인간들은 내가 삶의 밖에 있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단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 것이다. 그는 별종이 돼 의심을 피하려 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에게도 자신을 감췄고, 모두를 속였다. 하지만 그 가면 뒤엔 항상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어 그는 늘 악몽을 꿨다. 인간을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인간 사회에 속해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 했다.

‘인간 실격. 이제 나는 더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였습니다.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이제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내가 단 하나의 진리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직 그거 하나뿐입니다.’

책을 읽은 누군가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우울한 감수성을 지닌 요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0·30세대가 요조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Z세대’ ‘90년대생’으로 묶여 불리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자리 잡은 자의식을 바탕으로 집단보다는 개인의 삶과 시간을 중요히 여긴다. 이런 점에서 집단을 중요시하던 윗세대에게 우리는 ‘별종’인 셈이다. 또래 집단에서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시장에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경쟁자다.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사회가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도 요조처럼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진 않은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인간 실격」, 책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요조를 통해 지친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것 같다.

법학 18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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