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 7일(월)은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이었다. 새로 찾아온 절기가 무색하게 당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21도였다. 다음 날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불며 평균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지난 10일(일), 종로구 송월동 소재 서울기상관측소에선 올해 첫눈이 관측됐다. 입동을 넘긴 지 단 사흘만이었으며 지난해 기록보다 30일 이른 시점이었다. 설레던 마음도 잠시, 그간의 이상기후를 돌아본 필자는 첫눈을 마냥 반가워할 수 없게 됐다.

첫눈이 유독 이르게 내린 건 국내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달 18일(월) 일본 홋카이도에선 예년보다 17일 앞서 첫눈이 쏟아졌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예년보다 23일 빠른 지난 6일(일) 첫눈이 내렸다. 동북아시아 나라의 강설 시작일이 앞당겨지고 있는 반면 실질적인 강설 일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0일(수) 수도권기상청이 분석한 ‘수도권 눈 경향’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국내 강설 종료일은 점차 예정보다 빨라지고 있다.

바닷가와 인접한 나라에선 이상기후로 인해 극심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광장은 최근 두 달간 벌써 네 차례 침수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의해서다. 인도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지난 6일(토)부터 지난 12일(금)까지 항만도시 첸나이를 강타한 폭우가 인근 지역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현재까지 16명이 숨졌으며, 약 800채의 주택이 무너져 주민들의 안전이 위험해졌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를 위태롭게 만든 가해자며 위기를 직면해야 하는 피해자다. 세계는 지금도 자동차와 석탄 공장이 만들어낸 매연으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고 동식물과 아이들에게서 계절의 감각을 앗아간다. 필자는 겨울마다 내리는 첫눈이 일상적인 행복으로 남길 바란다. 홋카이도와 베이징 그리고 베네치아와 첸나이의 사람들이 불안감에 잠들지 않길 원한다. 그러나 기도만으로 기적이 이뤄지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단 걸 안다. 이제 우리의 필연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때다. 이 땅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시간을 지키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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