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을 기념하는 백 일 사진, 첫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의 돌 사진부터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영정 사진까지. 우리의 일생은 사진으로 기록된다. 또 예쁜 풍경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약속한 것처럼 휴대폰 카메라를 꺼낸다. 이렇게 편리해진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촬영 횟수가 제한된 즉석 사진관을 이용하거나, 일부러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과연 현대인에게 사진과 아날로그는 어떤 의미일까. 이런 사진의 역사를 따라 현대인에게 사진의 의미란 어떠한지 알아보자.


셔터가 눌리는 순간
사진이 처음 발명된 1800년대, 당시 사진은 기록물로만 인정됐다. 사진을 의미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는 ‘빛’을 뜻하는 ‘포스(Phos)’와 ‘그린다’는 뜻인 ‘그라포스(Graphos)’의 합성어다. 사진 또한 ‘베낄 사(寫)’에 ‘참 진(眞)’을 사용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베낀다는 의미다. 19세기의 평론가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근대 대중과 사진(The Modern Public and Photography」에서 ‘사진의 역할은 자료 수집이나 정보 기록을 정확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20세기 초부터의 사진은 현실을 복제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미국의 사진사인 앨프리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는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902년 사진예술 잡지를 창간하고, 지난 1905년엔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를 개관했다. 1920년대 후반의 사진은 보도를 위해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진에 연출과 편집을 활용해 정치적 의미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사진이 단독 예술 장르로 받아들여진 것은 1940년대 이후다. 객관적 기술 분야가 아닌 작품으로서의 사진이 박물관에 수집 및 전시됐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활동 공간을 넓힌 현대인에게 사진은 또 다른 자아 표현의 수단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음성, 몸짓, 표정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이 문자와 이미지로 대체된다. 특히 오늘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은 줄글을 사용하던 기존 SNS와 달리 사진을 기반으로 하므로 사진 의존도가 높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이라고 번역되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현대인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특별한 사진을 추구한다. 숙미회 이진 홍보부장(홍보광고 20)은 “사진을 찍고 보정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관이 살아있다 
오늘날엔 다양한 형태의 사진관이 성행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연출된 사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즉석 사진관, 프로필 전문 사진관, 이색 컨셉 사진관 등은 내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나는 누구인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와 사진작가 없이 촬영할 수 있다는 자율성은 무인 즉석 사진관의 인기 요인이다. 무인 즉석 사진관은 이용자가 부스 안에 들어가 타이머나 리모컨을 이용해 촬영하면 사진이 즉시 출력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당 사진관은 이용자에게 촬영 과정을 담은 타임 랩스(Time Lapse) 영상이 출력된 사진 하단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제공하기도 한다. 타임랩스는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을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 보여주는 기법이다. 해당 기능을 자주 이용한다는 윤서영(소프트웨어 19) 학우는 “친구들과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좋다’며 “촬영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재밌다”고 답했다. 인생네컷은 즉석 사진관이 유행하던 지난 2018년에서 2019년 1년 새에 130여 개의 부스를 추가 설치했다. 즉석 사진관 방문 경험이 있는 박연서(홍보광고 17) 학우는 “무인 즉석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겨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프로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 개인의 신체적 장점을 강조하는 바디 프로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 반려동물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사진관 등 개인의 목적에 특화된 사진관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분홍색 계열의 소품을 활용해 10대의 발랄함을 표현한 스튜디오인 ‘레치키치(Raichee Kitsch)’, 자연광과 생화를 소품으로 활용해 몽환적인 이미지가 극대화된 ‘산호맨숀’, 이국적인 분위기의 스튜디오를 갖춘 ‘망우삼림’등이 있다. 권은수(미디어 21) 학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매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다”고 답했다.

필름이 발명되기 전부터 사용된 촬영법을 보존하고 있는 사진관도 있다. 등대 사진관의 이규열 대표는 습판 사진법으로 촬영하는 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습판 사진법이란 금속판에 상이 맺힐 수 있도록 감광액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카메라에 꽂은 뒤 촬영하는 기법이다. 빛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감광액은 플래시와 같은 강한 빛에 노출되면 묻은 부분이 제거된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판에 원하는 상만을 남길 수 있다. 판에 남은 상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사진을 볼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을 보기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이 대표는 “습판 사진은 체험하기 쉽지 않은 특별한 사진 기술이다”며 “독창적인 촬영 과정과 결과를 통해 사진 본연의 예술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작가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을 통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홍산 사진작가는 ‘생의 굴레를 내던져 자신을 마주하는 영정사진을 찍습니다’란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 해당 프로젝트는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촬영해 그들이 삶의 이유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기획됐다. 홍산 사진작가는 오래된 기술의 복원, 사진을 통한 자아 성찰과 같은 가치를 이용자와 공유한다. 이용자들은 작가의 피사체이자 체험자로서 작가의 의도에 공감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등대사진관 내부 모습으로 상이 맺히는 감광판이 전면에 놓여있다. (사진제공=등대사진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등대사진관 내부 모습으로 상이 맺히는 감광판이 전면에 놓여있다. (사진제공=등대사진관)



필름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다
오늘날의 아날로그는 디지털 기술에 대비되는 내적 정서, 즉 감성을 의미한다. 본래 아날로그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을 나타내는 물리학 용어다. 그러나 아날로그는 사전적 정의보다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은 현재 20대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재현한다. 윤 학우는 “잘 알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계가 늘 궁금했다”며 “안방 장롱에서 우연히 필름카메라를 발견한 뒤로 이를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름카메라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짐에도 꾸준히 소비된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필름을 인화할 때까지 확인할 수 없고 컷 수도 제한돼 촬영을 신중히 해야 한다. 빛이나 필름의 종류, 현상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물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지난 2021년 9월 인스타그램에서 ‘#필름카메라’ 태그가 사용된 횟수는 54,568번으로 지난 2018년 12월 29,345번에 비해 약 1.8배 증가했다. ‘#필름사진’ 또한 지난 2021년 9월 기준 43,305번 사용됐다. 이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집계된 수치 중 최고치다. 윤 학우는 “필름 촬영 중에 카메라에 물이 들어갔지만 결과물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며 “필름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사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촬영 중 카메라에 바닷물이 들어가 색이 바랜 필름 사진이다. (사진제공=윤예신(미디어21)학우)
촬영 중 카메라에 바닷물이 들어가 색이 바랜 필름 사진이다. (사진제공=윤예신(미디어21)학우)

필름카메라의 성질을 모방한 스마트폰 앱(APP)은 오늘날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반영한다. 구닥(Gudak Cam), 후지 필름(Huji Cam), 칼라(CALLA), 페이카(filmlike) 등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필름 사진의 특징인 노이즈(Noise), 색감의 불확실성 등을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구닥은 실제 필름카메라처럼 촬영할 수 있는 컷의 개수가 제한돼있으며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기까지 3일이 소요된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그의 저서 「중간예술」에서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야기된 두려움을 사진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나간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진을 보며 지난 과거를 추억한다. 편의성이 우선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느리고 답답한 아날로그식 카메라를 선호하는 것도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해서는 아닐까. 등대 사진관 이규열 대표는 "아날로그 사진관의 이용자 수가 변할 순 있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고 말했다.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한 장의 추억을 찾아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류한조,and Ryu Han Jo. "자기역사 구성에서의 SNS 게시물 기록 적용 연구." 기록학연구 0.64 (2020): 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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