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달 21일(목), 한 대권 주자가 청년 공약 중 하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무고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거짓 범죄를 근절하겠단 취지를 갖고 있다. 이어서 지난 2일(화), 같은 당내 다른 경선 후보자는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다’란 말을 덧붙이며 무고죄 신설을 강조했다.

해당 처벌법은 한국 성범죄 실태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 56.5%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해도 가해자에겐 미비한 처벌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피해자는 성폭행 입증이 어려워 도리어 자신이 무고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실상은 성범죄 신고율의 저하와 직결되곤 한다. 한국 사회는 언제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수많은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원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여성폭력 검찰통계 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죄로 기소된 사건 중 무죄율은 전체의 6.1%에 불과하다. 무겁지 않은 성범죄 처벌형량에 계속 제기되는 비판에도 도리어 ‘무고 호소인’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양성평등을 외치는 그들의 말엔 어폐가 담겼다. 후보자가 무고죄 처벌을 주장하며 남긴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다’란 문장은 해당 조항이 특정 성별을 위한 공약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들이 생각하는 청년의 범주엔 특정 성별만이 담긴 듯하다. 그 짧은 문장 하나로 해당 후보는 ‘여성은 피해자의 위치에 존재한다’란 편견 또한 드러냈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성별을 바라보면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말할 수 있는가. 양성평등을 위한다면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를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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