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유튜브(Youtube) 영상을 보며 처음으로 숙대신보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속에 등장한 편집자는 대학 생활을 회상하며 자신의 학보사 활동을 소개했다. 필자가 평소 좋아하는 편집자였으며 해당 편집자는 필자가 좋아하는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사람처럼 되려면 학보사 활동을 해야겠구나’라고 그 자리에서 쉽게 결심했다.

가벼운 마음의 대가는 무거웠다. 필자는 평생을 ‘회피형 인간’으로 살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회피해도 괜찮은 일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었다. 언제든 그만둬도 상관없는, 그래서 재미도 효용도 느끼지 못하는 지루한 일만 선택했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동아리에 가입하듯 만만하게 보고 들어온 학보사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책임의 연속이었다.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사람들, 써야 하는 기사, 수정해야 하는 문장의 화살표는 모두 필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매주 신문은 새로 발간돼야만 한다. 기자는 기사를 써야 하고 필자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필자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지만 동시에 벗어날 수도 없다. 필자를 둘러싼 모든 명제가 사실이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반드시 해야 한다. 발간 첫 달엔 이런 사소한 것도 견디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뭘 하든 처음인 티가 나는 모습이 싫었다. 뭐든 척척 해내는 것 같은 동료 기자와 다른 학보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월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신문이 발행된다. 한 편의 기사를 쓰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든, 8쪽짜리 지면을 보고 있으면 ‘결국 되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해냈구나’가 아닌 ‘되는구나’다. 필자는 혼자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두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동료와 선배 기자, 많은 인터뷰이가 없었다면 필자는 한 편의 기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을 거다.

이제부턴 학보사 일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기를 기다리려고 한다. ‘이번 호도 발간됐구나, 그럼 다음 호 발간도 될 거야’란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단계에 올라서 있지 않을까. 언젠가 누구라도 필자에게 ‘해냈구나’라고 말해 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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