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내 동생’이란 동요가 있다. 동생이 가족들에게 불리는 이름이 서너 개나 돼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다. 필자 역시도 ‘내 동생’ 못지않은 다양한 이름의 소유자다. 필자가 영어를 가르치는 중학생에겐 선생님으로, 교수님에겐 학생으로, 밴드에선 드러머(drummer)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숙대신보에 들어오면서 필자를 부르는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기자 권지은’이란 이름이다.

필자가 처음 기자로 활동을 시작했을 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 진행되는 취재는 낯설게 다가왔다. 인터뷰 요청부터 기사 작성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잘하고 싶은 욕심에 실수도 잦았다. 필자가 아직 기자로 불릴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단 생각에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다. 그래서 취재원에게 필자를 소개하는 일이 더욱 망설여졌다. 필자의 소속을 다시 묻는 취재원의 질문엔 순간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필자가 짊어진 새로운 이름은 버겁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자기 의심을 극복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그 이름이었다. 숙대신보에서 생활하며 필자는 수없이 기자란 이름으로 호명됐다. 기자란 직책을 가지고 취재원과 인터뷰를 할 때, 숙대신보 구성원에게 동료 기자로서 도움을 받을 때, 고생 끝에 세상에 나온 기사 맨 아래에 내 이름이 담긴 바이라인을 봤을 때 비로소 필자는 진짜 ‘숙대신보 기자’로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이제 필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지 더는 고민하지 않는다. 비록 서툴고 느릴지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취재를 할 때 타인에게 스스로를 기자로 소개하고 말을 건네는 일이 전처럼 어렵지 않다.

앞으로 필자는 숙대신보에서 필자가 지닌 이름의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대학 사회 곳곳의 이야기를 쉼 없이 물어 나르며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먼 훗날 필자가 ‘기자로서의 나’를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이제  필자는 더 큰 목소리로 필자의 이름을 소개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숙대신보 권지은 기자입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