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청파동에 있는 숙명여대 교정을 돌아다니며 숙대신보 기자로 활동하던 그때. 당시에는 ‘우리 학교는 왜 이럴까’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남녀공학보다 활기도 부족한 것 같고 선후배 간의 연결감도 잘 느낄 수 없어 졸업 후 필자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그런 염려였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1990년대 후반엔 이른바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젠더 이슈나 성폭력, 여성 문제 등을 처음 접한 것도 숙대신보였습니다. 특히 숙대신보는 대학신문 최초로 여성면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성평등 관점의 교재 발행, 여성학 강좌 등 숙명여대만의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맞닥뜨린 사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후배로 들어오면 일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출산을 앞두고 퇴사를 하는 게 당연한 때였습니다. 그때 본교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여성 리더십과 숙대신보를 통해 알았던 것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여대 졸업생은 남녀공학보다 주도적으로 일을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20여 년 전 대학신문 최초로 여성면을 만든 선구안으로 숙대신보가 숙명인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으면 합니다. 청파동을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두고두고 꺼내 쓸 수 있는 지식과 지혜, 담대함과 자존감을 숙대신보가 전파했으면 합니다.

가끔 청파동을 지날 때마다 변함없는 특유의 분위기에 웃음을 짓게 됩니다. 시끄러운 세상사에도 여성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모교와 숙대신보의 건투를 빕니다. 숙대신보의 66주년을 축하합니다.

오마이뉴스 박순옥 기자(사학 95, 숙대신보 4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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