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저장될까. 지난 7월 국내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기억 형성 원리에 대해 규명했다. 한진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뇌 속엔 과거가 기록돼 있단 점이 흥미롭다”며 “뇌에 남아있는 과거의 경험은 다른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우리의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많은 연구자가 뇌의 구조 및 역할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뇌 속 신경계의 작용과 흥미로운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자.


체계적인 뉴런 집합체 ‘뇌’
뇌는 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신경 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된 뇌는 운동, 감각, 언어, 기억과 같은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뇌는 기능에 따라 대뇌, 소뇌, 중뇌 등으로 나뉜다. 대뇌는 전반적인 근육운동과 의식에 의한 움직임을 제어한다. 소뇌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중뇌는 눈의 움직임과 청각 정보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뇌는 신체 내부의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한다. 간뇌에선 사람의 체온 및 혈당을 조절하며 연수는 호흡, 심장 박동 그리고 소화 활동을 조절한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뇌는 사람의 생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뇌는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유일한 기관이며 외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뇌를 구성하는 세포인 뉴런은 신경계의 기본 구성 물질로 자극과 흥분을 전달한다. 뇌 속에서 서로 강하게 연결된 뉴런 간 소통은 뇌의 핵심 작용이다. 뉴런은 다양한 형태와 구조를 가지며 감각, 판단 그리고 운동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뉴런은 신호를 받는 가지돌기, 핵이 위치한 신경세포체, 다른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이뤄져 있다. 시냅스는 뉴런 간의 신호를 전달하는 구간으로 축삭돌기의 끝부분과 다음 뉴런 사이의 틈에 위치한다. 뉴런은 기능에 따라 감각뉴런, 연합뉴런, 운동뉴런으로 나뉜다. 감각뉴런은 감각기관에서 일어난 자극을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뉴런이다. 전달된 자극을 통합하고 판단하는 뉴런을 연합뉴런이라 하며 운동뉴런은 판단된 자극에 대해 반응을 조절하는 뉴런이다.  

뉴런은 전기신호와 화학물질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나의 뉴런에선 가지돌기와 축삭돌기 간의 전기적 작용을 통해 정보가 전달된다. 전달된 정보는 다른 뉴런으로 이동하기 위해 화학적 신호로 전환된다. 뉴런의 축삭돌기 말단에 위치한 세포막엔 이온의 출입 통로인 이온 채널이 존재한다. 뉴런의 전기신호는 이온 채널을 통해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화학 물질은 뉴런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를 거친 후 뉴런의 가지돌기로 그 자극을 전달한다. 

 

뉴런의 연결, 기억을 형성하다
기억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뇌 속에 저장된 정보를 의미한다. 저장된 정보를 재생하거나 다른 정보와 재구성하는 과정 또한 기억이다. 기억은 대뇌의 표면을 구성하는 대뇌피질에 저장된다. 기억은 유지 기간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단기기억은 잃기 쉬운 불안정한 기억이며 장기기억은 비교적 오랫동안 저장되는 기억이다. 장기기억은 뉴런의 형태 변형을 통해 머릿속에 오랜 기간 저장된다. 대뇌와 간뇌의 경계 부분에 위치한 변연계는 기억형성에 관여한다. 기억은 시냅스의 연결을 통해 저장된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저장 과정에 대해선 연구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진은 기억 저장의 일부 원리를 밝혀냈다. 지난 7월 한진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가 소속된 연구진은 특정 기억을 저장할 때 이를 담당할 뉴런이 선택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본 연구진은 시냅스 자극을 통한 뉴런 간의 강한 연결에서 기억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 교수는 “동물이 동일한 학습을 반복하더라도 매번 다른 뉴런이 연결된다”며 “기억 형성 뉴런을 결정하는 정확한 원리가 있을 것이란 추측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억에 관한 연구는 여러 과학 기술을 활용한다. 해당 연구는 생쥐의 발에 전기 충격을 가해서 공포에 대한 기억을 저장한다. 생쥐는 공포심을 느낄 때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 동결 반응을 보이며, 해당 반응을 통해 생쥐의 학습 전후를 구분한다. 대부분의 기억 연구엔 광유전학 기술 또한 사용된다. 한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은 서로 다른 빛의 파장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옵신의 특성을 활용한 기술이다”며 ”옵신은 뉴런의 세포막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시냅스의 연결 정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대한 연구는 치매 치료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치매는 뇌 손상에 의한 기억력 저하 및 인지기능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생긴 뇌 조직 손상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기억 형성 원리를 밝힌 한 교수는 “치매는 뉴런 간의 연결이 약해져 기억력이 저하되는 질병이다”며 “원하는 뉴런에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치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처인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물질 아두카누맙(Aducanumab) 발견을 통해 치매 치료 방법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깊은 밤, 당신의 뇌는?”
양질의 수면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동물은 수면을 통해 집중도를 유지하거나 뇌에 축적된 부산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9일(일)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 조사’를 통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대기업 종사자의 약 70%가 재택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재택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방식과 육체노동의 감소는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비만, 고혈압, 심장질환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뇌는 5단계로 구성된 수면을 통해 기억을 정리한다. 수면은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1단계부터 4단계는 논렘수면을, 마지막 단계는 렘수면을 취한다. 1단계 논렘수면은 심장 박동과 호흡 및 안구 운동이 느려지며 근육이 이완되는 단계다. 2단계 논렘수면은 가벼운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접어드는 시기로 체온이 떨어지며 안구운동이 멈춘다. 3단계 논렘수면은 깊은 수면이 시작되는 단계이며 4단계 논렘수면은 깊은 잠에 들어 심장 박동과 호흡이 수면 중 최저 수준으로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렘수면 상태엔 호흡이 빠르고 불규칙해지며 심장 박동과 혈압이 비수면 상태와 유사해진다. 

꿈은 우리의 뇌에 저장된 정보의 영향을 받는다. 이 교수는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러 기억이 하나의 새로운 기억으로 재조합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람들은 다양한 기억의 조합인 꿈을 새롭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개 사람들은 렘수면 중에 꿈을 꾼다. 깨어있을 때와는 달리 수면 중엔 뉴런 간의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연결이 형성된다. 이 교수는 “예술가의 경우 일반인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잠을 자는 동안 뉴런 간의 연결이 더욱 복잡하고 특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뇌과학 분야는 100년도 안 된 짧은 시간 동안 연구가 진행돼 왔다. 뇌 속 다양한 구조와 연결 원리를 활용한 심리학적인 연구 및 의학적인 연구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기계와 사람을 연결하는 연구가 화제다. 이 교수는 “로봇 팔을 실제 팔처럼 사용하기 위해 팔에 감지된 감각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기술이 존재한다”며 “뇌과학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하다”고 말했다. 뇌과학을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래기술의 방향성이 될 뇌과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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