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 유튜브(Youtube) 영상과 같은 ‘비디오 콘텐츠’가 주류인 시대다. 화려한 시각적 요소로 무장한 비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라디오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는 한때 대중들로부터 소외됐다. 그러나 최근 듣는 책, ‘오디오북(Audio book)’이 대중의 청각을 자극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책을 눈으로 읽는 것 대신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콘텐츠다. 오디오북은 어떻게 우리의 귀를 사로잡았을까.

 

오디오북 전성시대
세계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지난해 발표한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2019년 전세계 오디오북 시장규모가 26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한 오는 2027년까지 오디오북 시장이 연평균 24.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선 ‘네이버 오디오클립(Naver Audio clip)’, ‘밀리의 서재’, ‘오디언(Audian)’, ‘윌라(Welaaa)’ 등 다양한 플랫폼을 필두로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Storytel)’은 우리나라의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200억 원에서 300억 원 수준이며 향후 5년 내 조 단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자체도 지역주민의 오디오북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 통합전자도서관은 지난 8월부터 충남도민을 대상으로 구독형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지역주민은 밀리의 서재, 오디언, 윌라 등의 오디오북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효정 담당자는 “코로나19로 도서관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민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도서 대여 수는 총 22만 1124권으로 하루 평균 1713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안산시는 독서의 달을 기념해 안산시 도서관 정회원 300명에게 윌라 오디오북 3개월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귀를 열고 누리는 일석삼조의 효과
오디오북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글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일반적인 독서에 비해 오디오북은 부담감과 피로감이 적다. 전자기기로 음성을 재생하는 오디오북 특성상 종이책보다 휴대성이 높아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디오북은 라디오와 같은 청각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Z세대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 오디오북은 오로지 청각만으로 메시지를 공유하기 때문에 비디오 콘텐츠가 익숙한 Z세대에게 색다르게 다가간다. 청각을 활용해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청자로 하여금 화자와 강력하게 연결된다고 느끼게 한다. 본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원어연극학회 ‘페르소나(이하 페르소나)'에서 오디오북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김나경 학우(프랑스언어문화 19)는 “오디오북은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참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제작된 오디오북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지난 5월 배우 이세영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제작하는 장애 인식 개선 오디오북 ‘나만 몰랐던 이야기 2’ 에 목소리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지난 2019년엔 배우 유인나와 강하늘이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낭독해 오디오북을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오디오북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참여형 오디오북으로 사회를 잇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오디오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별다른 장비 없이 적은 비용으로도 콘텐츠 창작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밀리의 서재는 사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창작하는 서비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사용자는 본인 목소리 혹은 AI의 목소리를 이용해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다. 사용자가 만든 오디오북을 다른 회원이 재생하면 수익도 창출된다.

지역 문학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오디오북이 활용되기도 한다. 목포문학관은 지난 7월부터 지역주민이 목포문학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목포문학,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포시민들은 목포 출신 문학 작가들의 작품 29편을 낭독해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해당 오디오북은 오는 10월 7일(목)부터 시작되는 목포문학박람회 기간에 맞춰 목포문학관 홈페이지와 유튜브 및 전국 시각장애인 도서관 34개소에 무료로 배포된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이혜규 목포문학관 학예사는 “오디오북으로 지역 주민의 생생한 사투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에게 목포문학의 특색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사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이 참여하며 목포문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본교 중앙도서관 소속 리더십그룹 스마티어가 제작한 오디오북이 재생되고 있는 화면이다. 
본교 중앙도서관 소속 리더십그룹 스마티어가 제작한 오디오북이 재생되고 있는 화면이다. 

본교에서도 오디오북 창작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 소속 리더십그룹 스마티어는 지난 6월 ‘슴며드는 오디오’ 프로젝트로 「아무튼 여름」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페르소나는 우리나라 동화 「강아지 똥」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프랑스 동화 「흑사병에 걸린 동물들」과 「푸른 수염」의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스마티어의 오디오북 제작을 총괄한 정윤진(일본 20) 학우는 “직접 콘텐츠를 창작하고 학우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보람찼다”고 말했다. 페르소나의 오디오북 제작을 총괄한 송보민(프랑스언어문화 19) 학우는 “앞으로 오디오북이 외국어 장벽을 낮추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은 청각을 통한 가벼운 독서를 유도하고 이용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 오디오북은 그에 머무르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콘텐츠이자 지역문화를 재생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내일의 오디오북은 또 어떤 형태로 우리 앞에 서게 될까. 앞으로 오디오북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멀티태스킹: 하나의 컴퓨터가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일.
**Z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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