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량부족, 육류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다루는 영화나 소설을 자주 접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는 2050년엔 전 세계 인구가 약 100억명에 이를 것이며 육류 소비량은 현재보다 70%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부족과 환경오염은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체육은 식량부족과 육류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체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인류를 구할 미래식품으로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포에서 고기까지
대체육은 축산육의 맛과 식감을 비슷하게 구현한 인공 고기다. 대체육의 종류는 동물의 줄기세포로 제조된 배양육과 식물의 단백질로 제조된 식물육으로 나뉜다.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선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야 한다. 배양액은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줄기세포에 공급한다. 줄기세포는 배양액의 영양분을 통해 근육세포로 성장한다. 근육세포들은 뭉쳐 근육조직이 되며 몇 주 후엔 국수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으로 변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배양육은 단백질로만 구성돼 식감이 퍽퍽하고 맛이 없다. 축산육과 비슷한 식감과 풍미를 구현 위해선 지방이나 향 등의 기타 성분을 첨가해야 한다. 

3D 기술 도입은 배양육 제조 시장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이전까진 세포 배양을 통해 다진 살코기만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의 도입으로 지방과 혈관이 있는 배양육 생산이 가능해졌다. 지난달 24일(화) 일본 오사카대(Osaka University)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결조직을 갖춘 소고기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3D 프린터에 넣어 근육과 지방, 혈관 섬유를 구현했다. 이렇게 구현된 조직을 층층이 쌓아 올려 근육, 지방, 혈관을 갖춘 소고기의 단면을 생성했다. 

식물육은 식물의 단백질을 사용한다. 식물은 평균 4~5만개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이를 추출해 조합하면 식물육이 생성된다. 콩과 버섯, 밀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에 열·압력·전단력을 가하면 실제 육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조직이 형성된다. 이처럼 압출성형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 육류의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 

식물육 제조과정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이 활용된다. 이스라엘의 식물육 제조 기업 리디파인 미트(Redefine Meat)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식물육 스테이크를 개발하고 있다. 리디파인 미트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근육, 지방, 혈액을 갖춘 식물육을 만들어냈다. 리디파인은 스위스 향료 기업 지보단(Givaudan)과 협력해 맛과 향, 성분, 질감이 서로 다른 식물육 스테이크 3종을 개발했다. 지난 5월 리디파인 미트가 주최한 식물육 시식회에선 참가자 10명 중 8명이 축산육과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리디파인 미트의 식물육을 구별하지 못했다.


미래 식품의 대표 주자
최근 *미닝 아웃(Meaning Out)이 유행하면서 대체육 시장의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지구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조7376억원이었던 글로벌 대체육의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엔 9조3563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교 비거니즘 동아리 수채화 소속의 이채린 학우(소프트웨어 20)는 “동물을 식용으로만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잔혹함을 느꼈다”며 “비거니즘이란 가치관을 접한 후 현재는 동물권을 위해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8년보다 10배 증가한 수치다. 배양육 식품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다나그린(DaNAgreen)의 김기우 대표는 “환경과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는 대체육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향후 대체육 시장의 규모는 훨씬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식물육 식품은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햄버거 전문점 버거킹(Buger King)은 지난 2월 호주의 식물육 기업 브이2푸드(V2food)와 협업해 ‘플랜트 와퍼(Plant Whopper)’를 출시했다. 플랜트 와퍼는 콩 단백질로 패티를 만들어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가 첨가되지 않은 버거다. 지난 1월 농심은 식물육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을 설립했다. 베지가든은 야채와 두부를 주재료로 만든 ‘속이 보이는 알찬만두’와 ‘베지가든 떡갈비’ 등 18개의 식물육 제품을 출시했다. 이 학우는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를 맛보고 식물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최근엔 식물육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육은 과도한 축산육 섭취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축산육 중심의 고단백·고지방 식단은 장내 부패물질이 축적돼 심장 질환, 당뇨병과 같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식물육인 콩고기는 섬유질이 풍부해 비만 위험을 낮춰주며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적어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돕는다. 신경옥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비만 인구가 급증하고 건강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축산육보다 칼로리가 낮은 식물육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과 채식주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양육 기업은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독자적인 기술을 고안해냈다. 다나그린은 콩이나 밀을 이용해 지지체와 배양액을 만들었다. 기존 배양육 기업들은 배양 접시 표면에 세포를 증식시켰으나 다나그린은 세포가 입체적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배양육 지지체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기존 배양액의 재료보다 저렴하고 수급이 안정적인 콩 단백질로 세포배양 지지체를 새롭게 개발했다”고 말했다. 씨위드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로 지지체를 만들어 한우 배양육을 생산했다.

배양육 소비는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 보고서’에서 세계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소를 지목했다. 축산농가에서 소고기 1kg를 생산하기 위해선 15.5t의 물과 7kg의 사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배양육은 가축 사육 없이 실험실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축산육에 비해 물 96%, 에너지 사용량 55%, 온실가스 배출량 99%를 절감할 수 있다.


대체육에 주어진 과제
식물육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맛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8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식물육 소비 경험이 있는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22.1%가 식물육의 맛에 만족했다. 이 학우는 “콩으로 만든 식물육 제품 중 콩향이 강하고 콩단백질 특유의 식감을 제품이 있다”며 “식물육의 맛과 식감, 향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식물성 단백질 특유의 향을 감추고 축산육과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감미료를 사용한다”며 “감미료로 인해 인공적인 맛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은 배양육의 한계점 중 하나다. 지난 2013년 마크 포스트(Mark Post)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Maastricht University) 혈관생리학과 교수가 최초로 개발한 배양육 햄버거 가격은 32만 달러였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시판 허가를 받은 배양육 기업 잇저스트(Eat Just)가 출시한 배양 닭고기는 23달러다. 지속적인 연구 및 제조 기술의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배양육의 가격은 낮아졌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축산육 대신 배양육을 선택하기엔 여전히 가격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이 학우는 “배양육은 생산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고 말했다.

배양육 제조 방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 미국의 식품전문지 「푸드 다이브」의 설문조사 결과, 40% 이상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양육 식품에 ‘두렵다’ 혹은 ‘구매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55세 이상의 응답자 중 46%는 ‘아직은 두렵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생산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청결하고 안전하게 배양육을 생산하는 모습을 통해 배양육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양육이 시중에 판매되기 위해선 법적 제도와 안전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싱가포르 식품청은 배양육에 관한 안전성 지침을 마련해 왔다. 싱가포르 식품청은 ▶전체 제조공정 ▶세포 및 배양액 영양분 ▶지지체에 관한 정보 ▶유전자 안정성 ▶섭취 시 소화성에 관한 기준을 세워 배양육의 품질을 평가했다. 김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 허가를 받아야 배양육 식품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배양육 식품 허가를 위한 지침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오는 2023년부턴 배양육 제품이 시중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건강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체육의 상용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의 주체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신경옥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대체육을 비롯한 식품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어떨까.


*미닝아웃(Meaning Out) :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환경, 식품안전, 채식 등 자신만의 가치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 운동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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