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어제 이런 일로 친한 친구랑 다퉜는데 내가 예민한 걸까?” “오늘 직장 동기한테 이러한 말을 들었는데 기분 나빠도 되지?” 위 질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질문 모두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묻는 일명 ‘감정 허락받기’를 하고 있다. 본인이 감정을 느끼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정당한지 허락받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우들 또한 이런 상황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자기 검열과 같은 감정 허락받기를 자주 경험했다. 질문을 하는 이가 되기도 했고 때론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감정 허락받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타인에게 감정을 허락받는 행동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며 필자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왜 우린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허락받을까? 감정을 허락받는 행위는 일상에서 선택을 단번에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평소에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는 나중에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할 결과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내가 한 결정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어’란 후회와 자책을 느끼기 싫어서다. 이는 원론적으로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감정 허락받기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위 질문에선 친구와 다퉈 발생한 감정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이 정당한지 물어보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도 얼마 전까지 이런 행동을 극복하고자 사소한 상황에서도 필자 자신의 판단을 믿고 선택하려 노력했다. 결국 잘못된 선택 때문에 후회하고 자책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있다. ‘나는 어떤 성향이니 이렇게 하는 쪽이 더 나았겠구나’와 같이 필자 자신에 대해 평가하며 사고하게 됐다. 만약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 아니었다면 깨달음은 없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가며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타인의 조언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 타인의 말만 들으며 살 수는 없다. 혼자 결정하며 나아가야 하는 날은 분명히 온다.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미리 연습하자. 이런 작은 경험이 쌓이다 보면 훗날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신뢰하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저자의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에선 쇼핑을 많이 해 본 사람은 고민을 그리 길게 하지 않고도 본인에게 어울릴 것을 바로 살 수 있다며 이 상황을 비유했다. 이를 위해 우린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남에게 물어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소신껏 결정내릴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단순한 검색은 중단하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사색하며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의류 21 문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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