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군대 내 여성의 참혹한 삶은 왜 개선되지 않을까. 지난 5월 공군에서 중사로 복무 중이던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남성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여러 차례 군 당국에 신고했으나 제대로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용기 내 밝혔음에도 일을 크게 키우지 않으려는 군대 내 구조와 부패 인사가 결국 그를 죽였다. 군 당국이 그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을 때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우린 소중한 여성 한 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말’로만 분노하는 사이 군대 내 성범죄 피해자는 꾸준히 발생한다. 유가족이 작성한 청원을 통해 사건의 내막이 세상에 알려지자 수사가 눈에 띄게 진척됐다. 언론과 정치권은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군 당국을 비판하며 엄정 수사가 진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사건 관계자들 또한 모두 유감을 표하며 마치 앞으론 군대 내 어떠한 성범죄도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3달 뒤인 지난 8월 해군에서 중사로 복무 중인 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폐쇄적인 군대 문화부터 피해자를 위협하는 체계까지 어느 하나 개선되지 못했다.

성범죄를 제대로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4년 해군은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회식지킴이’ 제도를 일시적으로 운영했다. 회식 시 상부에 보고한 후 성적 농담 및 신체 접촉이 있는지 감시해야 하는 현실성이 매우 낮은 제도였다. 군대 내 성범죄 피해자가 진정 원한 제도는 은폐 없이 사실관계가 전달되며 단순 부대 이동이 아닌 가해자와 철저히 분리된 안전한 환경일 것이다. 특임검사 임용처럼 피해 여성이 수사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 또한 각 사건에 맞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의 발표에 따르면 여군대상범죄 실형 선고는 전체 83건 중 3건이었다.

군대에서 여성이 죽지 않길 바란다. 유능하고 뛰어난 이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뜻을 펼쳤으면 좋겠다. 무심한 국가도, 폐쇄적인 군대도 여성들의 삶을 막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