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폭행해 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해당 남성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그사이 해당 여성은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의 고의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월) 한 여성이 연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집에서 머리를 다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으로 추정하고 해당 남성을 체포했다. 이처럼 우리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한다. 데이트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있을까. 

경찰청에 따르면 한 해 평균 9,500명 이상이 데이트 폭력으로 체포된다. 지난 2019년엔 전체 데이트 폭력 사건 1만 9,940건 중 35건이 살인 및 살인 미수로 이어졌다. 재범률도 70%로 높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친밀성으로 사건이 은폐되기 쉽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 간의 다툼으로 치부돼 정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법적 판결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친밀성이 데이트 폭력의 주된 특징인 것이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마음껏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지난 달 벌어진 데이트 폭력 사건의 피해자 황 씨의 어머니가 작성한 국민 청원의 일부분이다. 특례법으로 다뤄지고 있는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은 없다. 현재는 폭행죄, 협박죄 등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 데이트 폭력 사건 역시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격리하고 임의로 접근금지 조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트 폭력에 관한 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린 가해자들의 비열한 변명만 듣게 될 것이다.

연인이란 독립적인 개체가 만나 이루는 관계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다른 관계와 마찬가지다. 연인을 향한 집착부터 정신적·육체적 폭력까지 모두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폭력으로 정의되는 행위는 연인 관계에서도 폭력으로 정의돼야 한다. 더는 이러한 행위들을 사소한 다툼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언제까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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