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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구조의 문제는 집단의 힘으로 풀어야 합니다”21세기 한국 대학생 연합 4기 강민욱 의장 인터뷰
정소영 기자  |  smpjsy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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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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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천만 원, 청년실업, 대학운동의 소수화, 정치성향 보수화, 대학자율화정책……. 조용한 진리의 상아탑이었던 ‘대학’을 둘러싼 문제는 대학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반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어제 등록금 투쟁하느라 삭발했거든요. 머리 밀기 전에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지난 16일(일), 21세기 한국 대학생 연합(이하 한대련)은 등록금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한대련 4기 강민욱 의장(광운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짧은 머리를 하고 다음날인 17일에도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촛불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에게 거리 위에서 투쟁을 외치도록 하는 것일까. 문화제 준비로 한창 바쁜 강민욱 의장을 만나 대학사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 이예은 기자
   
 
Q.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는 아무래도 등록금인 것 같습니다.

A. 등록금에는 세 가지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등록금 인상이 작년, 올해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계속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89년도에 정부의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이래로 등록금이 20년 가까이 오르고 있다는 거죠.

두 번째는 ‘작년대비 5% 올랐다. 그래서 몇 십만 원 올랐다’는 계산적인 수치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모님들도 계시고, 새내기가 됐는데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비관자살한 자매도 있거든요. 이런 사례를 볼 때 등록금 그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새 정부의 출범과 관련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선거 전에는 ‘등록금 반값공약’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하는 말이 ‘영어몰입교육에 4조원을 쓰겠다’는 것입니다. 그 4조원이면 교육재정 다 확보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다보니까 사회가 워낙 힘들어서 그런지 ‘올해 아니면 안 된다’는 의지가 예전보다 높습니다. 올해에 5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사회 네트워크가 꾸려지기도 했고요. 작년에도 비슷한 단체가 있었는데 참여시민단체가 103개 정도밖에 안됐어요. 다섯 배가 늘어난 거죠. 또 작년 같은 경우엔 시민사회가 ‘지지 성명서 발표’ 정도로 지원했지만, 올해는 ‘3월 28일 교육단체행동에 함께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학생들의 투쟁에 시민들이 함께 하겠다는 거죠. 이제 등록금은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Q. 올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은 일부일 뿐 대다수는 잘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등록금이 오르면 불평 한마디가 전부일 뿐이고 실제 나서는 사람은 잘 없거든요.

 A. 저는 대학생들이 참여를 안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인터넷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거든요. 주한미군, 청년실업, 태안, 이런 사회이슈들에 대해서 오히려 저보다 더 잘 아는 분들도 많고, ‘나는 이렇다’는 생각도 갖고 있죠. 그런데서 요구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지금 학생운동ㆍ학생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회는 학우들의 ‘생활적 요구, 학문적 요구, 투쟁의 요구’를 충족해야 합니다. 학생회의 연합조직인 한대련도 이런 요구들에 폭넓게 다가가야 되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는 학술교류, 봉사활동 같은 생활ㆍ학문적인 요구를 해결해주지 않은 거죠. 그러다보니 학생단체를 단순히 ‘투쟁’하는 곳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런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Q. 학생회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점점 비권(비운동권) 선본이 당선되는 추세입니다. 소위 ‘운동권’이라는 것에 대해 벽을 쌓아간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A. 운동권과 비권의 차이는 학우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운동권은 학우들이 힘을 합친다면 사물함 배치, 스쿨버스 등 생활ㆍ학문적인 요구와 등록금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비권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거든요. 운동권 학생들이 외면받는 이유에는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학우들은 이렇거든요. ‘이왕 할꺼면 너네끼리 하지 말고 통 크게 같이 토론해보자. 대자보도 일방적으로 붙이지 말고 백지자보라도 함께 풀면서 이야기 해보자.’ 이제는 운동을 하더라도 이렇게 변화하는 스타일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회가 견지해야 하는 것은 ‘대중성’과 ‘내용성’입니다. 원더걸스를 학교에 부르면 학우들이 대중적으로 모일 수 있겠죠. 하지만 ‘남는 건 무엇인가’하는 내용성은 담보할 수 없어요. 또, 내용성만 갖추면 학우들이 잘 모이지 않죠. 이 두 가지를 잘 결합시키려면 학우들을 충분히 알아야 해요. 이를 잘 구현한다면 운동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운동권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겠죠.

Q. 새 정부의 정책 중 대학 사회와 가장 관련 깊은 것은 ‘대학 자율화 정책’인 것 같습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이 대통령이 친기업정책을 내걸었는데, 교육도 예외는 아닙니다. 얼마 전 교육부를 통폐합하면서 ‘인재과학부’로 명칭이 바뀔 뻔 했죠. ‘인재’라는 말은 교육이 아니라 기업에서 쓰는 말입니다. 교육은 교육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지성과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인재라는 것은 그 속에서 능력이 뛰어난 몇몇 사람들만 뽑겠다는 입장인거죠. 정부가 대변하는 말이 자율과 경쟁인데요, 그래서 ‘취업률 높은 대학은 많은 지원 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은 대학을 ‘오로지 돈, 오로지 취업, 기업이 원하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곳’으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가 좀 관념적인 얘기라면 구체적으로 ‘국문과, 사학과도 영어로 강의하겠다. 영어를 잘해야 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혹은 대학생들의 자치활동보다는 공학인증제와 같이 기업이 원하는 공부만 하게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죠. 저희 학교(광운대)에서도 국문과 폐지논란이 있었고, 고려대에는 기업의 이름을 빌린 수업이 있어요.

또 기여입학제 얘기도 문제죠. 일각에서는 ‘등록금이 비싼데 기여입학제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 정책도 문제가 많아요. 연세대 편입학 비리가 단편적인 예가 될 수 있는데, 기여입학제가 합법화된다면 서울대 가려면 몇 억, 고대는 몇 억, 연대는 몇 억 이런 식으로 또 다시 대학이 서열화 될 수 있겠죠. 이명박 정부의 빈곤한 교육철학이 대학자율화 정책으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수위원회의 이주호 교육 간사가 미국 경제학 박사였죠. 이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Q. 대학생들의 정치성향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조사결과 ‘나는 보수적’이라고 답한 학생이 5년 전에 비해 22.8%P 상승해 40.5%를 차지했습니다. 대학생의 보수화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A. 일단 저는 보수, 진보를 나누는 것 자체가 ‘사회적 통합을 위한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한 합의사통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도 사람이고 보수도 사람이고, 운동권도 학생이고 비운동권도 학생인데, 모두 한국말로 대화하면서도 내용 중심의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통합이 어려워요. 일부에서는 ‘너 뭐냐. 민주노동당 정책을 왜 학생회에서 하냐.’이런 식으로 ‘민주노동당’에만 자꾸 집착을 하고 있거든요. 등록금 문제를 얘기하는데도 ‘너 빨갱이지’라는 소리가 되돌아온다는 거예요.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하는지 안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건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저는 기득권에서 사회를 양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까지 진보 진영에서 잘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보고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A. 등록금 비싸면 장학금 타면 되고, 취업이 힘들면 더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저는 지금 대학생들이 386세대 대학생들보다 훨씬 더 공부 열심히 하고 취업을 위해 훨씬 더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취업률은 정반대잖아요. 이건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서, 노력을 안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힘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도요. 어쨌든 우리는 대학생이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기잖아요. 그만큼 코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깊고 넓은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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