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마지막 학기를 앞둔 필자는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 예술 전공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이곳저곳에 원고를 보냈다. 지난 학기까지 영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영화와 사진 수업을 듣고 예술 전공자들과 단편 영화 및 사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필자는 예술 창작에 있어 필자가 가진 모든 노력과 지식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필자는 여전히 예술 비전공생이었고 필자의 마음과 힘을 들여 완성한 것들이 이곳에선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비전공생은 예술과 먼 위치에 있었다. 필자에게 예술 창작을 기대하는 주변 환경도 없으니 필자는 예술을 할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또다시 예술가들을 동경하는 예술 주변인이 됐다.

그러던 중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란 *다원예술제에서 예술가지원팀의 스태프를 모집하는 공고를 봤다. 예술가지원팀은 예술가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 과정을 함께 하며 예술가와 소통하는 부서였다. 필자는 적어도 예술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한 달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예술가지원팀 스태프로서 활동했다. 그동안 해당 축제는 문화비축기지라는 곳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포구 일대의 여러 독립 예술공간에서 진행됐다.

축제 준비단계인 지난달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축제 진행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필자는 점점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축제는 취소되지 않았고 예약제를 통해 시간당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필자는 현장에서 방역과 예매자 확인을 담당해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원활히 선보이도록 도왔다. 관객이 없는 시간엔 다른 스태프와 이 축제에 왜 참여했는지 혹은 지금 어떤 공부나 일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며 여기에 왜 앉아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누가 봐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예술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과연 답이 있을까 싶은 이 질문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며 스태프이자 관객으로서 축제에 참여했다. 그러던 중 필자가 담당한 작품 속 한 장면을 통해 질문에 대한 실낱같은 답을 찾았다.

그 작품은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가상의 예술가로 설정하고, 2421년 자신의 작품 전시가 도슨트에 의해 해설되는 상황을 담은 전시 겸 연극이었다. 해당 아티스트는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타인의 입장에서 감상한 후 자신의 감정들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그는 과거에 자신을 혐오했던 순간들을 용서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은 것처럼 보였다. 한번에 5명 남짓한 관객들을 받으며 그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필자는 하루 동안의 전시와 연극이 끝나고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버스를 타러 가는 그의 뒷모습을 봤다. 버스 정류장 속 사람들과 섞이는 그 뒷모습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할 힘을 얻기 위해 예술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번 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매일 흔들렸던 필자의 마음이 조금은 명료해진 순간이었다. 

경영17 장예영

*다원예술: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시도하는 예술 창작활동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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