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SUBWAY)에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가 등장했다. ‘얼터밋(Altermeat)’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메뉴는 지구인컴퍼니의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 1스쿱을 주재료로 한다. 언리미트는 소비자에게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판매해 건강한 식문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가진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에 의해 탄생했다. ‘고기보다 고기 같은’이란 얼터밋 샌드위치의 광고 문구는 가짜 고기지만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이 유사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맛있는 식물성 고기인 언리미트를 만드는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알아보자.
 

못생긴 농산물의 재발견
지난 2017년 배달의 민족 밀키트 사업인 배민쿡을 총괄하던 민금채 대표는 밀키트 생산보다 주문이 적어 발생한 손실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파지 농산물을 통해 식자재 폐기에 드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파지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업 생산물로, 농산물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해 출하 허가가 나지 않아 그대로 농가의 재고가 된다. 민 대표는 “그동안 비싸게 구매한 높은 품질의 감자 대신 상품 가치가 낮아 농가에 남은 파지 감자로 대체했는데 파지 감자를 직접 구매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밀키트 사업으로 농산물 재고 문제를 접한 민 대표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구인컴퍼니를 설립했다. 지구인컴퍼니는 ‘맛있게 식사하며 지구 생명 지수를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생물 다양성을 얘기하는 지구 생명 지수는 그 수가 높을수록 다양한 종이 번성하는 깨끗한 환경을 의미한다. 민 대표는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식생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지구인컴퍼니를 창업했어요”라고 말했다.

농산물 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지구인컴퍼니의 첫 사업은 ‘못생긴 시리즈’였다. 민 대표는 모양이 보기 좋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짧아 판매가 어려운 신선 과일과 채소를 <못생긴 포도즙> <못생긴 자두 병조림> <못생긴 미니 사과 피클> 등의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농가는 농산물 재고의 폐기 비용을 낼 필요가 없어졌고, 상품 판매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다. 못생긴 시리즈는 16개 농가의 사과, 포도, 옥수수, 양파 등 재고 1,020톤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 대표는 “버려지기 위해 태어나는 농산물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그의 신념을 드러냈다.

민 대표의 목표는 재고 농산물 처리를 통한 ‘폐기물 제로(Zero)’다. 폐기물 제로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는 “지속가능한 ‘푸드 에코 시스템(Food Eco System)’을 이루고 싶었어요”라며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지구가 상생하는 가치 소비를 실현하고자 했어요”라고 말했다.

식물성 고기의 한계를 깨다
못생긴 시리즈로 과채 농가의 재고 과다 문제를 해결한 민 대표는 곡물 재고로 눈을 돌렸다. 현대인의 쌀, 밀과 같은 곡식 소비가 줄며 곡물 재고가 증가했다. 민 대표는 곡물 재고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출장차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식물성 고기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를 사용한 햄버거를 맛보게 됐다. 미국 유명 대체육 회사의 제품인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재료의 사용에만 의의를 둬 맛과 식감이 고기와 다르다는 기존 식물성 고기의 한계를 극복해 대체육 시장의 발전을 가져왔다. 민 대표는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접한 후 더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민 대표는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기 위해 30여 명의 식품 공학자 및 영양학 박사와 함께 1년 6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민 대표는 “연구개발 초기엔 식물성 재료로 고기의 맛과 식감을 표현하기 어려웠어요”라며 “고기의 식감이 아닌 떡이나 전과 비슷한 식감으로 만들어지곤 했죠”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식물성 고기 개발을 위해 임파서블 푸드, 비욘드 미트(Beyond Meat) 등 유명 제품의 기술력을 조사하고 다양한 원료로 *관능검사를 실시했다. 끊임없는 시장 조사와 연구 끝에 지구인컴퍼니는 지난 2019년 식물성 고기인 ‘언리미트(Unlimeat)’를 출시했다. 언리미트는 ‘Unlimited’와 ‘Meat’의 합성어로, 외형과 조리, 미식에 제한이 없는 고기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향하는 민 대표의 목표에 맞게 언리미트는 친환경 식품을 지향한다. 우리가 평소 먹는 고기는 대부분 곡물을 먹여 키운 가축으로 만든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대기가 오염되거나 도축 과정에서 광우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한다. 반면 언리미트는 기존 육류 생산 방식에서 발생하는 전염병 문제를 겪지 않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민 대표는 “소비자가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식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언리미트를 개발한 이유에요”라고 말했다.

언리미트는 채식주의자와 같은 특정 소비자가 아닌 건강식을 지향하는 모든 고객을 겨냥한다. 소비자들은 언리미트를 통해 기존 식물성 고기의 퍼석퍼석한 식감과 다른 불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그리고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제품 공식 출시 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 와디즈(Wadiz)에서 진행한 ‘언리미트 버거 패티’ 펀딩은 6,239%의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다. 대체육이 생소한 일반 소비자에게도 수요가 있는 것을 파악한 민 대표는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SUBWAY)와의 협업을 통해 언리미트를 환경을 생각한 건강식으로 확대했다. 그는 “비건뿐만 아니라 건강식에 관심 있거나,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언리미트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중의 관심은 투썸플레이스(TwosomePlace)의 ‘비욘드 미트 파니니’, 버거킹(BurgerKing)의 ‘플랜트 와퍼’와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대체육 제품 확대로도 이어졌다. 

지구를 위하는 채식주의 식탁
2000년대부터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푸드테크(Food-Technology)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는 음식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으로 세포 배양 기술로 기존 식품을 대체하거나 환경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생분해 용기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 대표는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이후 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거예요”라며 “푸드테크 경쟁과 함께 음식의 맛과 품질에 대한 기술력이 더욱 치열하게 고도화될 거라고 예상해요”라고 말했다.

언리미트는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채식 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허용하는 단계에 따라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비건(Vegan) 등으로 구분되지만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채식주의자의 단계별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 이에 민 대표는 채식주의자의 단계 구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채식 컬러칩(Color-chip)’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비건은 초록색, 유제품 섭취를 허용하는 락토오보(Lacto‑ovo)는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민 대표는 “채식주의 용어를 소비자들에게 더욱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어요”라며 “소비자가 식물성 고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채식주의자 단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게시한 ‘채식 컬러칩(Color-Chip)’이다. 
▲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채식주의자 단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게시한 ‘채식 컬러칩(Color-Chip)’이다.  <사진 제공=언리미트 홈페이지>

민 대표는 많은 사람이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바비큐, 구이용 슬라이스, 버거 패티 등 다양한 형태의 식물성 고기를 출시했다. 그는 “언리미트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는 후기 등 대체육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언리미트는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글루텐 프리(Gluten Free)를 실현하는 등 식물성 고기의 대중화를 위해 지속적인 개선을 시행하고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지난해 제조공장을 설립해 국내 최초 식물성 고기 전용 생산라인을 갖췄다. 민 대표는 “원재료부터 최대한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위해 생산 공정을 계속해서 개선해나갈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지구인컴퍼니는 현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유를 비누 공장에 기부하는 방법을 활용해 공정에서 폐기물을 모두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기술 및 지속가능성이 우수한 푸드테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구인컴퍼니는 지난해 미국 비영리 조직 ‘The Good Food Institute’ Plant-based 부문의 100대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세계적 권위의 품질 평가 기관 몽드셀렉션(Monde-Selection)의 동상을 수상했다. 민 대표는 이에 대해 “지구인컴퍼니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라며 “건강하고 선한 에너지를 지닌 기업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농산물 재고 문제에 관한 민금채 대표의 꾸준한 탐구는 국내 농산물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맛과 식감, 친환경성까지 확보한 민 대표의 언리미트는 채식주의자를 넘어 비채식주의자에게 까지 신선한 식품으로 다가갔다. 지구를 위한 민 대표의 의미 있는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감각을 이용해 식품의 특성을 평가하는 검사를 말함.
 

▲ 지구인컴퍼니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고기의 종류 중 하나로 실제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 지구인컴퍼니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고기의 종류 중 하나로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언리미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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