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올수록 여성들은 질 청결에 걱정이 앞서곤 한다. 질염은 여성 생식기 내부에 발생하는 염증을 의미한다. 지난 2019년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여성 질병 진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질염으로 병원을 방문한 여성들은 약 150만 명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질염은 여성 질병 중 재발률이 가장 높다는 수식어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름철 초대받지 않은 손님, 질염에 대해 알아보자.

 

여름철 불청객, 질염
질 내 산도는 약 3.8에서 4.5 정도의 약산성을 유지해야 한다. 여름철 높은 온도와 습도는 질 내 산도를 낮춰 질 내외부에 세균이 증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산성을 유지할수록 질내 세균 침입을 막을 수 있다. 평소 질 내부엔 유산균인 젖산균이 상재하는데, 젖산균이 분비해 낸 젖산 덕분에 질 내부는 약산성으로 유지된다. 강한 산성을 유지할수록 세균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질 내부 산도가 낮아지면 질염에 노출되기 쉽다. 지난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해당 연도 8월 외음부 및 질의 염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약 19만 명이었다. 같은 해 1월과 비교해 약 4만 명이 증가한 수치였다.

질염은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발병하지만, 연령별 특성에 따라 발병 원인을 달리한다. 소아기 질염은 주로 배변 후 생식기를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해 변의 유해균이 질로 이동하면서 발병한다. 가임기 여성은 생리 전후 호르몬 변화나 지속된 여성용품 사용이 질을 습하게 만들어 질염에 노출된다. 폐경기엔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의 감소가 원인이다.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감소하면 질 조직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는데 이때 유해균이 번식하기 쉬워 질염이 쉽게 발병한다.

질염은 감염균에 따라 칸디다성 질염, 세균성 질염 그리고 트리코모나스 질염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약 75%가 경험하는 칸디다성 질염은 젖산균이 감소하면서 곰팡이균인 칸디다(candida)의 증식이 원인이다. 세균성 질염 또한 젖산균이 감소해 억제됐던 혐기성 세균의 증식으로 발병한다. 기생충 트리코모나스가 원인인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일반적으로 성관계로 인한 접촉으로 기생충이 전파되는데, 질염 중 가장 높은 전염력을 갖고 있어 공중목욕탕 혹은 젖은 수건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원인균으로 구분된 질염은 증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모든 질염은 공통으로 외음부의 가려움증과 통증 그리고 과도한 생식기 분비물을 유발한다. 칸디다성 질염에 감염된 경우 질분비물이 치즈와 같은 형태를 보이며 외음부 가려움증, 피부에 붉은 반점을 유발한다. 세균성 질염은 생선 썩은 냄새가 나는 회색 질분비물을 보인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경우 악취가 나는 황색 혹은 녹색 고름 형태의 질분비물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김미애 메디팜 미래로약국 약사는 “질분비물의 특징으로 질염을 유추할 수 있다”며 “질염 증상을 숙지한 상태에서 약국에 내방하면 보다 정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관리로 되찾은 '삶의 질'
질염은 약물을 통해 주로 치료된다. 약물은 안전성을 기준으로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그렇지 않은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세균성 질염과 칸디다성 질염을 치료하기 위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일반의약품으로 치료가 어려워 전문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한편 처방 없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오남용에 주의해야 한다. 질염약을 남용할 경우 질 내 정상 세균을 제거하고 유해균 번식이 쉬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김 약사는 “약사와 질염 증상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질염약을 구매하는 게 좋다”며 “약물 복용에도 질염 치료가 더디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질염을 방치하거나 자가진단만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질염을 방치하면 원인균이 질과 인접한 요도부터 방광, 골반까지 전염돼 방광염이나 골반염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한다. 면역력 저하로 질염에 감염된 여성은 클라미디아나 매독과 같은 감염증에 노출되기도 한다. 전문의 없이 이뤄진 진단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외음부의 가려움증이다. 가려움증을 동반한 질환은 다양한데 질염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자가치료를 진행하면 질염 악화로 이어진다.

여성들의 산부인과 기피는 질염 치료 지연의 원인 중 하나다. 출산 직후의 여성을 의미하는 ‘산부’란 표현 때문에 산부인과가 기혼여성만을 위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산부인과 방문에 관한 인식 연구에 따르면 미혼 여성들은 ‘미혼 여성의 산부인과 방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이유로 내원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예라 (독일언어문화 19) 학우는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자주 방문한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며 “생식기에 이상이 생겨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질유산균으로 질 건강 지켜요"
질유산균은 질 내부를 약산성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젖산균을 생성한다. 대부분의 질유산균은 대장에 도달한 후 질에 정착한다. 질유산균의 대표 원료인 UREX 프로바이오틱스와 리스펙타 프로바이오틱스는 질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았다. UREX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증식을 통한 여성 질 건강 증진에, 리스펙타 프로바이오틱스는 질내 유익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준다.

질유산균은 질까지 도달해야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익균 증식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생식기 건강을 증진한다. 검증된 질유산균은 일반적인 질유산균과 달리 ‘질 내 유익균 증식’이라고 제품에 표시돼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주로 사용되는 락토페린은 사람과 젖소의 초유에 함유된 물질로, 강한 항바이러스성과 항균성을 지닌다. 락토페린이 함유된 질유산균은 항균 작용을 통해 유산균이 질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돕는다.

생활 습관의 개선 또한 질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생식기를 압박하는 옷차림은 질 통풍을 방해해 유해균 번식의 원인이 된다. 염기성 질세정제를 사용한 잦은 질 세척은 질 내 유산균을 없애고 유해균을 증식 시켜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질세정제는 질 내 산도와 비슷한 약산성 제품이 권장된다. 면역 체계의 붕괴는 질 내 유해균 침투 및 증식으로 이어져 질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 약사는 “과도한 식이조절 혹은 불규칙한 수면 습관도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다”며 “면역력 체계 형성은 질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면역력의 저하는 영양소가 잘 갖춰진 식습관과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질염은 감기처럼 가볍게 찾아오지만,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기도 한다. 자연스레 완치됐다고 가볍게 생각한 질염은 어느 순간 생식기관 곳곳에 퍼져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가듯 질염이 생기면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질염에 맞서는 당신의 발걸음은 무더운 여름 당신을 더욱 쾌적한 생활로 안내할 것이다.
 

참고문헌 
이은주. (2015).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이용 및 방문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 20, 349-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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