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장민선 생명시스템학부 교수
본교에 입학한지 어느 덧 34년이 흘렀고, 창학 115주년을 맞았습니다. 입학 후 한동안 저는 혼란 속에 살았습니다.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꿈꾸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집에서 거리가 먼 학교의 통학에 대한 걱정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폐를 끼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숙, 현명, 정대’라는 본교의 교훈은 그때의 저를 다잡아 줬습니다. 각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정숙은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고움을, 현명은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을, 정대는 의지나 언행 따위가 올바르고 당당함을 의미합니다. 학생들에게 수동적으로 공부해 취직에 성공할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닌, 맑고 고우며 슬기롭고 당당한 인간이 되도록 교육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대학생활 초기의 저는 이러한 교훈 덕에 ‘곱고 슬기롭고 당당함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며 살다보니 벌써 53세가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맑고 슬기롭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 노력의 의미가 숙명이 제게 준 의미입니다.

약학 손민아 (약학 02 졸)
모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해 올해로 사회생활 20년차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학부 시절에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이 문구의 의미가 새삼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십 년 전 철없던 저는 벚꽃이 흩날리는 세련된 도시에서 온화한 빛의 살랑이는 치마 차림으로 세상을 바꿀 만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된 제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지금도 제 마음속엔 그 소녀의 모습이 조금 남아있지만, 이제야 그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반쯤이나마 이해한 느낌이 듭니다. 세상이 거친 바다라면 저는 단지 물에 빠진 미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론 열심히 헤엄치기도 하고, 뿌리째 뽑혀 표류하기도 할 것입니다. 가끔은 짠 물과 삼투압 때문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물살에 부러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부드러움을 인내와 강건이라는 단어로 수식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모교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송정진(경영 19)
2018년 겨울, 순헌관 앞 동상의 발을 만지며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결과 발표 날, 합격 글자를 보며 밖에서 눈물 쏟던 날도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있다 보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애틋한 숙명은 ‘나’라는 사람을 성장하게 했습니다. 스무 살의 저는 제가 남들보다 잘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3년간 숙명에서 만난 교수님과 학우분들은 제 잠재력을 일깨워주셨고, 저에게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 열심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우들, 그리고 장학금과 같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본교가 있어 제가 변화하기에 충분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남들과 비교하며 무너지는 사람이 아닌, 저만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 야망을 갖고 달려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제가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을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 ‘파도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문장입니다. 학우들과 숙명여자대학교가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의연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