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가장 쉬운 운동이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달리기는 두 다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우리가 달릴 때는 사람이 웃을 때 생성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Endorphin)이 생겨나는데, 이는 고통을 완화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도록 우리 뇌를 촉진하 는 기능을 한다. 또한 달리기는 전신의 근육을 활용하고 심폐기능을 강 화해 건강에도 좋다. 안정은 런더풀 (Runderful)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얻도록 격려하는 ‘러닝 전도사’로 자신을 정의한다. 안 대표가 그간 러닝 전도사로서 달려온 길을 함께 돌아보자.



땅을 박차고 삶의 활로를 향해
러닝 전도사는 안정은 런더풀 (Runderful) 대표가 스스로 정한 그의 직업명이다. 안 대표는 러닝 전도사를 ‘달리기와 관련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더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접할 수 있도록 달리기에 관련한 행사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직업이라는 의미다. 그에게 달리기는 직업을 넘어 삶 자체가 됐다.

달리기와 관련한 활동을 기획하고 달리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다루는 강연도 꾸준히 하고 계세요. 안 대표님이 달리기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제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던 중 너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승무원을 준비하던 중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비자 발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취업이 무산됐죠. 그때 우울증, 대인기피증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심지어 어느 날엔 산책하다가 길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우는 모습이 보일까봐 눈물을 땀처럼 보이게 하려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죠.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달리기를 계속해오고 있어요.

대표님께서 달리기(Running)와 함께 시작한 인생의 변곡점(Turning Point)을 러닝 포인트(Running Point)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처음 경험하신 러닝 포인트는 어땠나요?
취업을 준비하는 중에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웠어요. 취업에 성공하려면 길게는 몇 년이 걸리니까요. 그런데 겨우 5분 달렸을 때 너무 힘든 와중에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어요. 그 날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기는 것 같았죠. 밤에 잠도 잘 자고, 오늘 못 한 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9차례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비롯해 몽골 고비사막에서 진행된 250km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다양한 달리기 활동을 해오셨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달리기가 있다면 무 엇인가요?
시각장애가 있는 분과 동반 주자를 한 적이 있어요. 세 번째로 참여하는 풀코스 마라톤이었지만 혼자 뛰기도 아주 힘들었어요. 그런데 함께 달리는 사람과의 완주를 목표로 달리다 보니 물이나 간식을 먹지 않아도 힘이 났어요. 그때 나를 위해 달리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혼자 달릴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달리기로 만드는 ‘런더풀’한 일상
달리기로 삶이 변하는 과정을 체험한 안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에 창립한 회사가 런더풀이다. 런더풀이라는 이름엔 달리기(Running)로 멋진 (Wonderful)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안 대표가 런더풀을 통해 만들어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달리기로 세상을 바꾼다’는 런더풀의 의미가 인상적이에요. 런더풀을 창업하며 정하신 목표에 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쉽게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세웠어요. 솔직히 ‘달리기하러 가자’는 권유는 조금 부담스럽잖아요. 특히 운동을 안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이요. 하지만 ‘여행 가자’고 하면 누구나 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달리기를 여행과 결합하면 쉽고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휴가지에서 달리는 런트립(Run Trip) 활동을 기획했어요. 그리고 런트립을 체계적으로 운영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죠.

런더풀은 달리는 중에 쓰레기를 줍거나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달리기와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부터가 달리기를 하면서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제가 받은 마음을 혼자 간직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단지 달리기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가 하는 활동에 사회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업가뿐 아니라 작가, 모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세요. 이처럼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대표님만의 원동력이 있을까요?
달리기를 하면서 성공 경험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달리기를 시작할 땐 완주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도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새 종료 지점에 도착해 있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어제는 5km를 달렸으니 오늘은 10km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요. 뭔가에 성공한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일단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만들어지는 느낌이에요. 달리기로 여러 번의 성공을 경험한 덕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있어요.



“가쁜 호흡 속 진정한 나를 만나요”
안 대표는 런더풀에서 여성과 달리기를 잇는 활동을 기획해왔다. 지난해엔 달리는 여성들의 모임인 ‘탑걸스 크루(Top Girls Crew)’를 창설했고, 수익금 전액이 저소득층 청소년 여성에게 기부되는 행사 ‘모닝글로리런 (Morning Glory Run)’도 진행했다. 안 대표의 손을 잡고 혼자만의 달리기가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여성과도 함께하는 달리기를 시작해보자.

탑걸스크루라는 이름에는 최고(Top)의 여성 러닝 크루라는 의미와 브라탑 (Bra-top)을 입고 달리는 모임이라는 의미가 모두 담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브라탑만 입고 달리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운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달리기를 할 때에도 스포츠 브라를 착용해야 해요. 엄연한 운동 용품인 스포츠 브라를 단지 속옷으로만 여기는 시선이 있죠. 그래서 브라탑만 입고 달리면서 건강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에요.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달리면 신체의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요. 해외에선 입고 싶은 옷을 자유롭게 입는데 한국엔 군살이 있다거나 맨살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눈치 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느껴요. 탑걸스크루를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든 당당하게 달리고, 내 몸에 관한 자존감을 높이는 여자들의 모임으로 만들고 싶어요.

여성과 달리기를 잇는 런더풀의 또 다른 행사로 모닝글로리런이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인가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 탓에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기부 러닝이에요. 참가비로 얻은 수익금 전액이 저소득층 청소년 여성이 사용하는 생리대 자판기나 생리대로 환원됐죠. 물론 그냥 기부하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지만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에서 기획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했죠. 기부금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소득층 청소년 여성으로 대상을 정했어요. 실제로 지난 2월 아동복지센터 10곳에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됐죠.

여성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달리기 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여성의 경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예요. 과거처럼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동적인 역할을 강요받지 않고 오히려 많은 경우에 여성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죠. 달리기는 적극성을 발휘하는 시작일 수 있어요. 내 발로 땅을 딛어 보고, 숨도 쉬어보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거죠.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은 삶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부담 없이 즐기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처음부터 빨리 달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달리기가 재미없어져요. 우리는 전문 선수가 아니잖아요. 매일 똑같은 장소를 달리기보다는 여행하듯이 장소를 바꿔 가며 달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오늘은 한강을 달렸다면 내일은 공원을 달리는 식으로요. 또 거리나 시간으로 나만의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어요. 오늘은 1km를 달렸으니 내일은 2km를 달려보자고 마음 먹는 거죠.



힘이 든다는 것은 거의 다 왔다는 증거다.
본교 학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을 때 안정은 런더풀(Runderful) 대표가 소개한 말이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 대학생은 끝도 보이지 않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아요”라며 “나만 힘든 것 같은 소외감이 들 때마다 힘든 시기가 끝날 때가 왔다는 증거로 여기며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고된 시간을 지친 채로 견디기보다 기분 전환 삼아 달리기에 도전해보자. 한 걸음 나서고 또 다음 걸음을 가볍게 내딛다보면 무기력한 마음도 우울했던 기분도 어느새 땀으로 변해 증발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마라톤은 42.195km 거리를 달리는 운동 종목이나, 일반적으로 그 일부를 달리는 경우도 마라톤이라고 불림. 정해진 거리를 모두 달리는 마라톤은 풀코스 마라톤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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