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47길 100, 본교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주소다. 이 주소는 조선 황실과 본교의 특별한 약속이 담긴 토지를 가리킨다. 이 토지는 늘 고요하게 순헌관과 수련교수회관을 품고 있는 공간이지만 그 속엔 잘 알려지지 않은 복잡한 역사가 얽혀 있다. 본교가 그곳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창학 115주년을 맞이한 현재까지 그곳을 사용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본교와 황실의 약속에 대한 역사는 지난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06년 순헌황귀비가 본교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조선 황실의 사무 담당 기관인 이왕직의 시노다 지사쿠 장관은 지난 1938년 본교와 특정 토지에 대한 무상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본교가 해당 토지를 교지로써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으로 이는 본교 발전 및 부지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본 토지는 국유지로 전환됐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조선 황실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체제가 세워졌다. 토지의 소유권이 조선 황실에서 국가로 넘어간 것이다. 국유지 관리는 이왕직을 개조한 구황실재산사무총국이 담당했다. 이후 지난 1989년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재무부는 본교와 황실이 계약한 토지 관리자로 서울특별시 용산구청장을 선임했다

소유권을 가진 용산구청장은 본교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한다고 주장했다. 토지 소유권자가 변동됐기 때문에 조선 황실과 본교의 약속이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에 용산구청장은 지난 1992년 국유지에 대한 점유 및 사용에 대해 본교에 약 12억 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본교는 조선 황실과 체결한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본교와 조선 황실의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취소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인 지난 1994년, 본교와 용산구청장과의 법적 공방에서 본교가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938년 시노다 장관이 교지로 사용할 시 본교에 본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계약이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2년, 한국자산관리공사(Korea Asset Management Corporation, KAMCO 이하 캠코)에 의해 본교 부지 사용권이 다시 대두됐다. 국유지 관리를 위탁받은 캠코는 국유지 무상 사용을 이유로 본교가 변상금 73억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613조 제2항에 따라 사용 기간이 충분히 지날 시 무상임대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어 캠코는 지난 1992년 용산구청장이  본교에 변상금을 부과했던 사건을 근거로 들며 이미 공공기관이 국유지 무상사용의 의사표시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본교는 캠코의 변상금 부과에 불복 후 소송을 제기했다. 본교는 캠코 측이 권력적 단독행위를 할 수 없는 행정기관임에도 변상금 부과와 같이 국민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무를 했다며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1955년 본교는 구황실재산 사무총국장으로부터  본교 교사 신·증축을 목적으로 부지를 사용함에 이의 없이 승낙한다는  승낙서를 받았다. 승낙서엔 또한 본교의 영구 사용을 승인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6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본교는 황실과의 약속이 유효함을 다시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본교와 황실의 계약이 용산구청과의 소송과 같이 계약체결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론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황실재산 토지를 관리하던 구황실재산 사무총국장과 문화재관리국장이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고 본교 측에 토지 사용을 허락해왔음을 인정했다. 또한 본교 법인이 본교를 교육기관으로써 정상 운영해온 점과 본교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유지에 학우들이 사용하는 제1캠퍼스 학생회관, 본교 교수회관 등이 위치한다는 점도 판결 근거에 포함됐다. 

 

‘황실이 숙명에 대해 가진 의무는 현 대한민국 정부가 승계한다’  2014두14181 대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이는 지난 3월 본교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2021 새송이맞이 현수막’의 문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2021 새송이맞이 현수막 TF(Task Force) 대표 이하린 학우(경영 18)는 “지난 2018년 본교가 캠코를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했을 당시 많은 학우가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이루고자 했던 숙명은 이처럼 황실과의 약속을 지켜내 학우들의 자부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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