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26일(월)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가 휴재를 결정했다. 웹툰에 사용된 ‘허버’라는 단어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누리꾼의 악성 댓글이 잇달아 달렸기 때문이다. 결국 바른연애 길잡이의 작가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컨’ 역시 과거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실시간 방송에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다. 또한 지난달 19일(월) 유튜브 크리에이터 ‘릴카’는 지난해 업로드된 영상에서 ‘오조오억개’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는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든 신조어 ‘허버허버’와 ‘오조오억’은 정말 남성 혐오의 의도가 담긴 표현일까.

‘허버허버’를 인터넷 창에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쓰임은 주로 급하게 뭔가를 먹거나 행동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이를 식히기 위해 입김을 낼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쓰이기도 한다. 요지는 실제로 여성 누리꾼들이 이 표현을 사용하는 맥락은 대부분 본인의 행동을 희화화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오조오억’은 한 누리꾼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출연자를 응원하며 남긴 ‘오늘도 십점 만점에 오조오억점이야’라는 댓글이 인터넷에 널리 퍼지면서 유행하게 된 단어다. 혐오와 무관하게 매우 큰 단위를 나타낼 때 쓰인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미디어 매체에서 표현의 검열과 삭제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여성혐오 표현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들이 예민한 사람으로 여겨지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지난 2018년 혜화역 거리에서 진행됐던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떠오른다. 당시 여성들은 이전에 수많은 여성이 불법 촬영에 극심한 피해를 보았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처벌 역시 미약했던 것과 달리 여성이 가해자인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하자 강경 수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울분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5년 전 강남역에, 그리고 3년 전 혜화역에 머물러 있다. 기울어진 저울은 언제쯤 수평을 이룰 것인가.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