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증가한 개인 주식 투자자 수는 약 300만 명이었다. 주식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며 주식 뉴스의 수요도 늘었다. 한국경제TV의 앵커 전세원(테슬 16졸) 동문은 대중에게 매일같이 다양한 주식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 동문은 오늘도 시청자와 만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선다.


■영어를 사랑한 문학소녀, 경제 앵커가 되다
전세원 동문은 지난 2017년 한국경제TV에 외신 캐스터로 입사해 올해 5년 차 방송인이 됐다. 현재는 한국경제TV의 메인 앵커로서 오전 5시 30분부터 6시까지 <글로벌 이슈 투데이>를, 오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굿모닝 투자의 아침>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 투데이>는 세계의 경제 이슈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고, <굿모닝 투자의 아침>은 국내외 주식 시장 현황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가 외신 캐스터에서부터 한국경제TV 앵커가 되기까지 어떤 여정을 펼쳐 왔는지 들어보자.

본교 영어영문학부에서 테슬(TESL)을 전공하셨는데요, 전공 공부가 앵커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테슬 전공의 교육환경이 해외 기사를 번역하는 일이 많은 외신 캐스터라는 직업을 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어요. 대학 시절 영어에 능숙해진 것이 외신 캐스터가 된 후 외신 기사를 직접 번역할 때 큰 도움이 됐죠. 저는 친구들에게 ‘문학소녀’라고 불릴 만큼 영문학 작품 읽기를 좋아했어요. 순헌관 앞 분수대 근처에 혼자 앉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같은 영문 시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영문학 작품들을 통해 배운 인문학적 소양은 사회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됐어요.

본교에서의 전공 공부 외에도 기억에 남는 학부 시절의 일이 있나요?
대학생 때 한 방송국에서 인턴을 했어요. 당시 방송국 선배가 현 국무총리의 이름을 물었는데 대답하지 못했죠.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면서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는 선배의 말에 저는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어요.

외신 캐스터로서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길 꿈꿨어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송국 입사를 도전했지만 많은 실패를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영어에 능통한 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에 종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국경제TV에서 외신 캐스터로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아나운서라는 직업엔 앵커, 캐스터, MC, DJ 등 여러 직무가 있어요. 그중에서 외신 캐스터는 해외 신문이나 방송을 취합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주요 국제 행사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서 브리핑하는 것도 외신 캐스터가 하는 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방송국에서 근무해 보니 방송의 업무는 어떠신가요?
방송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방송국은 방송을 통해 개인의 신념과 자아를 성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또 앵커는 방송을 통해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접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매일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고 방송을 준비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일할 수 있죠.

▲해외시장의 투자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 '해외주식 히어로즈(현 해외주식 슈퍼스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경제TV 전세원 앵커의 모습이다.
▲해외시장의 투자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 '해외주식 히어로즈(현 해외주식 슈퍼스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경제TV 전세원 앵커의 모습이다.

■‘ON AIR’의 불이 켜지기까지
전 동문의 일과는 매일 오전 2시 30분에 시작된다. 기상 직후 경제 관련 외신 기사를 읽고 주식 거래 플랫폼인 HTS(Home Training Service, 홈트레이닝시스템)를 통해 미국 증시의 흐름을 분석한다. 이후 오전 4시경 회사에 출근해 방송에 사용할 원고를 직접 작성하고,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그래픽과 영상을 각 관계자에게 의뢰한다. 메이크업을 한 후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캐스터들과 어떤 흐름으로 방송을 진행할지 논의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앵커를 맡았던 프로그램인 <해외주식 히어로즈(이후 해외주식 슈퍼스탁)>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앵커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anchor, 닻을 내리다 라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죠. 한 프로그램에 10분 정도만 출연했던 외신 캐스터 때와 달리 앵커로서 1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쭉 진행하게 됐죠. 2년 동안 외신 캐스터로만 활동하다가 처음 앵커를 맡게 되면서 큰 책임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방송하며 새로 생긴 습관이 있나요?
퇴근 후 2시간 동안 신문을 읽는 것을 저의 원칙으로 정했어요. 주식 시장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나 문화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알아야 해요. 뉴스도 보고 라디오도 들어요. 포모 증후군(Fear Of Missing Out, FOMO)은 뭔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거예요. 저도 공부에 대해 포모 증후군을 느끼고 있어서 평소 음악이 아닌 시사 라디오를 계속 들어요. 심지어는 샤워할 때까지도 듣곤 하죠.

국내 유일한 해외주식 관련 자격증인 ‘글로벌 주식투자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하고 계신데, 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글로벌 주식투자전문가 자격증은 한국경제TV와 주식회사 유에스스탁(US STOCK)이 함께 만들었고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이에요. 해외 주식에 관한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자격증을 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3주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 후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저는 1기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직접 미국 주식에 투자하거나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전해보길 추천해요. 

방송인은 출연하는 방송에 따라서 근무 일정이 바뀌는데, 방송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일상이 힘들진 않으세요?
조금 힘들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극복하려고 해요. 제가 맡은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5시 30분에 방송이 시작돼요. 저는 해당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오전 2시 30분에 일어나고 저녁 9시 전에 자는 생활을 4년 넘게 하고 있어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휴가를 쓰기도 어렵죠. 회사에서 휴가를 주더라도 ‘내가 이 프로그램의 앵커다’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아요.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방송하게 하는 건 약속을 어기는 기분이거든요. 생방송을 진행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어요. 제가 방송을 시작할 때 미국은 오후 4시 30분이라 주식과 관련된 속보가 활발하게 나와요. 그때마다 속보를 자막 한 줄만 보고 시청자에게 바로 전달해야 해요. 준비되지 않은 방송을 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어를 활용해 국제적인 이슈를 다루는 글로벌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새벽 방송을 계속해오고 있어요.

방송을 하지 않으실 땐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방송을 준비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방송을 하지 않을 때만큼은 푹 쉬려고 해요. 일주일에 3번은 요가를 하는데 그때만큼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오롯이 몸에 집중해요. 영화도 일주일에 두 편 이상씩은 보려고 해요. 삶에 의무적으로 ‘쉼’을 만드는 거죠.

■애정 어린 도전을 거듭하며
전 동문은 급변하는 미디어 흐름을 선도하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한국경제TV 앵커로 활동하면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해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최근에는 음성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를 활용해 <미국 주식 온앤오프>라는 미국 주식 분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경제TV 앵커로 활동하시면서 서울대학교의 국제대학원을 다니고 계신데요. 대학원을 진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게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경제 방송을 전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어떻게 국제 뉴스를 최대한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언제나 고민이죠. 대학교 때 경제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경제 분야의 지식이 부족했거든요. 방송하면서 경제학의 원론적인 부분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을 선택했어요. 현재 서울대학교의 국제대학원에서 미주지역학을 통해 미국의 경제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실제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며 시청자에게 주식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만족해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계획하고 계신 앞으로의 활동이 있나요?
요즘은 요리 프로그램엔 요리사가 나오고, 음악 프로그램엔 관련 학과 교수나 음악가가 나오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시대잖아요. 저도 경제 분야에서 전문가로 직접 일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어요. 미국에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공부해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경제 전문 기관에서 일해보는 거죠. 실제 경제 분야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돌아와 글로벌 경제 전문가로서 방송을 진행하고 싶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 행복하다면 그 목표는 꿈이지만, 불행하다면 욕망이다’라는 말을 저는 마음속에 항상 새기고 있어요. 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행해지면 결국 그 끝은 욕망에 불과하게 되더라고요. 항상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은 열릴 거라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길 바라요.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하세요”
전 동문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전 동문은 성적보단 즐기는 마음으로 영문학을 공부했고 영어 실력과 인문학 소양의 향상을 이끌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이 곧 전 동문의 강점이 돼 아나운서라는 오랜 꿈도 이룰 수 있었다. 숙명인들도 전 동문처럼 관심 있는 분야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간절히 원했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 전 앵커가 본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전 앵커가 본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문 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한 경영학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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