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소음을 압도하다’ 노이즈캔슬링(Noise Control, 소음 제어) 이어폰의 광고 문구다.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무선이어폰에도 활용된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면 소음에서 벗어나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수) 국제적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무선이어폰 시장이 올해 3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무선이어폰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까? 작은 이어폰에서 소음이 어떻게 차단되는지 알아보자.

상쇄간섭으로 생활 소음을 제어하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할까?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귀로 전달되는 무형의 실체로, 이때의 진동을 파동이라고 한다. 파동은 공기의 압력 변화에 따라 생겨난다. 파동의 크기를 측정한 것을 음압이라고 하며, 음압을 표현하는 단위는 데시벨(dB(A))이다. 현행 법령에선 평균적으로 60dB(A) 이상을 생활소음으로 규정한다. 소리의 높낮이는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를 결정한다. 우리의 귀는 공기 중의 진동이 빠를수록 높은 소리로, 느릴수록 낮은 소리로 인지한다. 이때 소리의 진동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며, 주파수를 측정하는 단위는 헤르츠(Hz)다. 가청주파수, 즉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Hz에서 20000Hz까지다. 따라서 소음은 20Hz에서 20000Hz 범위에 속하고 60dB(A) 이상인 소리다.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인 노이즈캔슬링은 패시브(Passive)와 액티브(Active), 두 가지로 구분된다. 패시브 노이즈캔슬링은 공부할 때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처럼 소리의 전달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식이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Active Noise Control, 이하 ANC)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하는 신기술이다.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두 소리의 파형이 같으면 소리가 커지고, 다르면 작아진다. 이때 두 진동의 파형이 완전히 반대이면 소리가 만나 없어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상쇄간섭으로 부른다. ANC는 상쇄간섭 원리에 기반해 외부 소음의 파형을 정확히 파악한 뒤 반대의 파형을 재생 시켜 소음을 차단한다. 이때 기존 파형과 180도 어긋나는 반대의 파형을 역위상이라고 한다.

ANC 기술로 소음을 차단하는 과정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ANC 이어폰 혹은 헤드폰의 바깥면에 있는 마이크로 외부 소음을 듣는다. 이때 마이크는 사람의 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이크 개수가 많을수록 외부 소리를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신호처리장치(Digital Signal Processor, 이하 DSP)가 마이크로 받아들인 소음의 파형을 분석해 역위상의 파형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를 통해 음악 소리에 역위상인 진동을 재생한다. 역위상 진동은 외부 소음과 만나 없어지고 사람이 음악 소리만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 ANC는 특히 지하철의 엔진 소리처럼 반복되는 저주파 소음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ANC 기술의 편안함, 우리 귀도 편안할까?
ANC는 자동차 소음 완화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보통 자동차에는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흡음재와 차음재가 사용된다. 하지만 흡·차음재만으론 모든 소음을 줄이기 어렵다. 자동차에선 엔진 소음뿐만 아니라 타이어와 길바닥이 마찰하며 나는 소음인 노면소음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 이하 RANC)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RANC의 기본 원리는 ANC의 원리와 같은 상쇄간섭이다. 소음을 측정할 때 ANC가 마이크를 사용하는 반면, RANC는 가속도계로 마찰진동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렇게 측정된 진동의 역위상은 DSP에서 만들어져 상쇄간섭 현상을 유도한다. 이러한 RANC 기술을 통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운전 환경 조성이 가능하다.

ANC 이어폰은 소음을 차단함으로써 사용자가 음악을 들을 때 설정하는 음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지난 2012년 나우성 외 5인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NC 이어폰을 이용한 사용자가 설정한 음량이 최대 3dB(A) 줄었다. ANC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신아인(화학 20) 학우는 “ANC 기능을 사용하면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작은 소리로 음악을 듣거나 조용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ANC 이어폰은 청력 저해의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윤병기 서울센트럴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다른 소리를 차단한 채 정해진 소리만 듣도록 하는 ANC 이어폰은 고막을 둔화 시켜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막은 장시간 같은 소리에 노출되면 자극에 무뎌져 점차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 이는 귀에 더 큰 소리를 노출해 청력이 약해지는 질병인 소음성 난청을 유발한다. 또한 귀를 꽉 막아 외부 소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어팁(Ear Tips)은 귓구멍과 고막 사이인 외이도가 세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염증인 외이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ANC는 우리 삶에 고요함을 선사했지만 장시간 사용은 독이 될 수 있다. 윤 원장은 “ANC가 적용된 왜곡된 소리만을 듣기보다는 자연적인 다양한 소리에 귀를 노출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이어폰 사용을 위해 이어폰 사용 시간을 정해두고 적당한 음량을 유지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이어폰으로 정제된 소리를 듣는 것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의 편리함과 건강 사이의 균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픽=최시현 sihyeon7573@gmail.com)
(그래픽=최시현 sihyeon7573@gmail.com)

참고문헌
「음향기술총론」 강성훈 저, 사운드 미디어
나우성, 김건우, 정성도, 이재욱, 정재윤, 서명환(2012). Active Noise Cancelling 이어폰이 소음환경에서 선호청취음량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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