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아동은 유엔(United Nation, UN) 헌장이 선언한 평화·존엄·관용·자유·평등·연대의 정신 속에서 성장해야 함을 고려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전문 중 일부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권리를 담은 인권 조약으로, 현재까지 196개국이 비준했다. 미얀마도 해당 조약의 비준국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수호하는 아동의 권리가 미얀마 군부의 무력에 짓밟히고 있다. 지난달 1일(월) 미얀마 군부는 민족민주연맹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민족민주연맹은 약 50년간 미얀마를 통치하면서 군부 정권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 온 정당이다. 군사정변에 반발한 국민들이 시위대를 조직하자, 미얀마 군부는 무력으로 시위대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아동·청소년은 현재까지 20명에 달한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아동·청소년 중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3일(화), 미얀마 군인이 올해로 7살이 된 킨 묘 칫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군인이 갑작스레 들이닥치자 놀란 아이가 아버지에게로 뛰어갔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군부는 무기와 무기 소지자를 찾기 위해 주택가를 수색하던 중이었고, 킨 묘 칫의 집도 수색 대상이 됐다. 군인은 집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았다는 말에도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가족을 추궁하던 군인의 총구는 끝내 7살 아이를 향했다. 이에 미얀마 군부는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를 쏘려다 빗맞췄다’는 비굴한 변명을 내놓았다.

군부의 폭력이 미얀마 아동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아직 국제 사회의 직접적인 개입은 없다. ‘국제연합헌장 및 국제사법재판소규정’ 제42조에 따르면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이하 유엔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병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엔 안보리가 취한 조치는 미얀마 군부 규탄 성명이 전부다. 미국과 영국, 유럽 연합도 자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 소유의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의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88년 ‘어린이 헌장’을 공포하며 아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한 일종의 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당장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미얀마 아동과 청소년이 군부의 총격과 고문 앞에 쓰러지고 있다. 폭력으로 세운 권력의 미래는 어떨까.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하는 마음으로 경고한다.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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