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취미에 관한 질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답하기 어려워지는 것 중 하나다. 어렸을 땐 취미로 독서, 영화, 음악 감상 등을 답했었지만 지금은 무엇을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독서, 영화, 음악 감상을 하긴 하지만, 다른 행위와 동시에 하거나 아주 가끔 하게 된다. 사실 ‘취미’ 자체가 필자에게 존재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필자는 바쁜 삶을 동경하기에 여러 활동을 경험하고 싶고 그 활동에서 좋은 결과도 내고 싶다. ‘이렇게 바쁘게 살면서 취미를 가질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순간 누군가 시간은 쪼개기 마련이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취미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바쁘게 흘러가는 삶을 붙잡고 자신을 돌보기도 벅찬 와중에 취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인가. 이 고민이 과연 필자만의 고민인지,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엔 필자가 시간을 알차게 쓰지 못해 여가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시간 관리만 잘하면 취미를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필자가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 자책했다.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취미 자체를 외면해버렸다. 취미란 필자에게 사치였다. 필자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부터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취미는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것은 결코 필자만의 고민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지인들도 취미를 가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여기서 ‘지속적’이란 부분이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한다는 것이 필자에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속해야 할 일은 공부를 비롯한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여러 활동이라고 생각해왔을 뿐, 즐거움을 위한 일을 지속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해봤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즐거움을 위한 일을 지속하다 보면 불안감을 느낄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지, 즐거움을 추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도 되는지 등의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휴학한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쉬어가기 위해서 휴학을 해도 이윽고 불안감으로 인해 며칠 사이에 재학할 때와 비슷하게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된다고 한다. 여기까지 적고 나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필자가 그려온 대학 생활은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인데, 사회 속에서 청춘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 생활을 계속 이렇게 바쁘게 보내야 하는 걸까? 답은 결국 벅찬 와중에도 취미를 가지는 것 혹은 일상 속에서 짧게라도 즐거움을 찾는 것에 있다고 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바쁘게 수행하면서 취미까지 누리려면 체력도 중요할 것 같다. 여유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 체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알맞은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간을 마냥 흘려보낼 순 없기에 취미에서 얻는 즐거움을 필자의 내면 한쪽에 채워가려고 한다.
 

경제20 김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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